10여 대의 기계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시끄러운 공장 안, 그 한쪽 구석엔 투명 비닐백에 포장된 ‘무언가’가 뭉 몇치씩 쌓여 있다. 보라색, 푸른색, 노란색 등 색상별로 구분돼 쌓여 있는 모습이 마치 ‘탑’을 연상케 한다. 노란빛을 띠는 탑으다로가 가 한 뭉치를 들어 봤다. 4절지 스케치북만 한 크기, 무게는 책걸상 합친 것과 비슷했다. 그때 지나가는 한 직원이 소리쳤다. “그거 2억5 0원이야!”

한국조폐공사는 국내 유일의 화폐 및 국가신분증 제조기관이다. 조폐공사는 한국은행, 정부기관등의 요구량에 맞춰 제품을 생산한다. 그중에서도 경상북도 경산시에 위치한 ‘화폐본부’는 한국조폐공사 내에서 실제로 돈을 만드는 일명 ‘돈 공장’이다. 주요 생산 제품은 은행권(지폐), 주화(동전)를 비롯해 우표, 전자 여권, 상품권, 수표, 주민등록증, 훈장, 기념 메달, 골드바 등 총 650종이 넘는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기리는 기념주화도 화폐본부에서 만들었다.

8번의 과정 거치면 종이가 돈으로!
화폐본부의 생산 시설은 크게 인쇄처와 주화처로 나눌 수 있다. 인쇄처에선 지폐, 수표, 우표 및 각종 상품권 등을 생산하고 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1000원, 5000원, 1만 원, 5만 원 지폐도 바로 이곳에서 인쇄->검사->완성->포장 등 총 8번의 과정을 거친다. 아무런 무늬 없는 ‘전지’ 형태의 제지는 8번의 과정을 거쳐 돈으로 탄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쇄처 내부엔 높이 2~3미터, 폭 3~4미터의 기계10여 대가 쉴 새 없이 돌아간다.8번의 공정 중에서도 가장 시선이 많이 가는 곳은 세 번째 ‘홀로그램 부착’. 갓 만든 지폐의 홀로그램은 대한민국 전도, 태극 마크, 4괘, 액면 숫자 등 무늬가 뚜렷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5000원권과 1만 원권엔 패치 형태, 5만 원권은 띠 형태로 붙는 홀로그램은 높은 열과 압력을 가해 지폐에 붙인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1, 2번 공정을 거쳐 대강의 밑그림이 그려진 종이에 위조 방지를 위해 홀로그램을 붙인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커트팩’ 공정도 흥미롭다. 모든 인쇄를 끝낸 전지 크기의 인쇄물을 낱장으로 재단하고 포장하는 최종 공정이다. 전지 100장을 기계에 넣어 자르고 나면 진짜 돈이 된다. 이렇게 8번의 공정을 거쳐 완성된 제품은 세로와 가로로 띠지를 한 후 제품공급 일정에 따라 한국은행에 납품된다.

동전이 만들어지는 현장을 보기 위해선 ‘금속탐지대’를 거쳐야 했다. 방문객뿐만 아니라 조폐공사 직원들도 제품 도난 등 보안을 위해 매일 출퇴근시 회사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이곳을 거친다. 바지 지퍼에도 경고음이 울릴 만큼 금속을 철저히 가려낸다는 탐지대를 지나 주화처에 도착했다. 동전 생산의 전 과정이 이뤄지는 이곳에선 동전 부딪히는 ‘짤랑’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렸다. 동전 제조 공정의 특징은 지폐 공정에 비해 생산과정이 단순하고 제작 시간이 짧다는 점이다. 동전제조는 크게 도안 확정 후 소전(무늬가 새겨지기 전 동전)에 문양을 새겨 넣은 금형을 제조하는 ‘극인제조공정’, 제작된 금형 문양을 주화 소재에 복제하는 ‘압인공정’ 그리고 ‘포장공정’의 3단계를 거친 후 한국은행에 납품된다. 동전마다 소재도 다르다. 조폐공사에 따르면 10원화는 구리를 씌운 알루미늄(구리 48%, 알루미늄52%), 50원화는 양백(구리 70%, 아연 18%, 니켈12%), 100원화 및 500원화는 백동(구리 75%, 니켈25%) 소재로 제조된다.

학생 기자의 한마디!

 

김난희 대구 달성정보고 3학년

“조폐공사 곳곳을 돌아보며 지폐 한 장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보안 시스템이 필요하고 정성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지 알게 되어 보람찬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오점 없는 돈을 만들고자 노력하시는 분들을 보며 제가 그 돈을 그만큼 가치있게 썼는지를 돌아보며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박수진 대구 달성정보고 3학년

“조폐공사가 돈만 만드는 게 아니라 우표, 상품권, 훈장 등을 만든다는 사실에 놀랐고 돈을 생산하는 과정을 보니 너무나도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돈을 생산하는 곳이다 보니 보안시설이 정말 철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탐방을 계기로 조폐공사가 어떠한 곳이며 무슨 일을 하는지 알게 돼 보람있었습니다.”

 

 

 

 

MINI INTERVIEW

박성현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장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돈은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에서 생산돼 한국은행을 거쳐 시중에 공급됩니다. 돈을 만드는 곳이니 만큼 보안등급이 가장 높은 ‘가급’ 국가 보안 시설이죠. 그 어떤 직장보다도 직원들에게 정직함, 도덕성, 높은 윤리의식을 요구하고 있으며 보안 관리도 철저하게 하고 있습니다. 지폐, 동전 등 제품의 수량 관리를 위해 근무자들은 지정된 장소에서 유니폼으로 옷을 갈아입고 청원경찰의 검문을 거쳐야 해요. 화폐 외부 반출을 막기 위해 회사 곳곳엔 카메라가 설치돼 있고 제조 공장 내 창문은 모두 밀폐돼 있습니다. 직원들은 출ㆍ퇴근 시 개인용품을 소지할 수 없고 지문인식기를 거쳐야 통과할 수 있어요.

발행하는 돈의 액수는 매일 다른데 한국은행이 계획한 화폐 발행, 공급량에 따라 1일 8시간을 생산할 수도, 24시간을 일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화폐 공급량이 많아지는 설, 추석 등 명절은 화폐본부가 가장 바쁜 성수기예요. 돈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화폐본부가 생산할 수 있는 양은 연간 6억~6억 5,000만 장(지폐 기준) 정도랍니다. 또한 가지 화폐와 관련한 비밀은 많은 사람이 종이로 지폐를 만든다고 생각하는데 지폐는 100% ‘면’이랍니다. 

물에 젖어도 모양이 변형되거나 쉽게 찢어지지 않죠. 우리 지폐의 ‘내절도’(동일한 선을 접었다 펴기를 반복해 절단될 때까지의 회절 횟수)는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일본 엔화의 경우 1,000번을 접으면 찢어 지지만 원화는 2,500번을 접었다 펼 수 있습니다. 조폐공사, 여러분도 한 번 와 보고 싶지 않나요?

본 기사는 아하경제신문 2014년 제 212호 기사입니다.
아하경제신문 바로가기(www.aha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