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백화점 전경. 출처=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이 설립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롯데. 일본 롯데는 부회장인 장남 신동주 씨(일본명 시게미츠 히로유키)가, 한국 롯데는 회장인 차남 신동빈 씨(일본명 시게미츠 아키오)가 맡고 있다. 한국인이 일본으로 건너가 설립한 회사가 다시 한국에 투자해 회사를 세운 것이 양국의 롯데다. 즉 일본 롯데가 원조인 셈이다. 하지만 현재의 모습은 모든 면에서 한국 롯데가 일본 롯데를 앞지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한 듯 계열사 지분 구조를 단순화하는 작업이 사실상 양국 롯데의 통합과 2세 후계구도 확정, 세계화를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통해 향후 롯데의 미래를 들여다본다.

 

계열사, 한국 75개 Vs 일본 17개

한국 롯데가 일본 롯데에 비해 더 거대하다는 증거는 계열사 수에서도 드러난다.

현재 한국 롯데의 계열사 수는 75개, 일본 롯데는 17개로 한국 롯데가 4배 이상 많다.

한국 롯데는 롯데케미칼, 롯데건설, 롯데쇼핑, 롯데정보통신 등 다양한 방면으로 계열사를 늘리고 사세를 키운 반면, 일본 롯데는 롯데상사와 롯데아이스 등 주로 껌과 과자류에 집중했다.

이 같은 외형의 차이는 종업원 수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 내 한국 롯데에 근무하는 종업원이 11만명, 해외에서 근무하는 종업원 수가 6만명에 달하는 반면, 일본 롯데의 종업원은 2013년 3월 기준 약 4500명에 불과하다.

해외 진출 역시 한국 롯데는 VRICI(베트남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ㆍ인도네시아) 5개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20여 개국에 20여 개 사업부문이 진출해 있다.

일본 롯데는 미국 롯데U.S.A(껌 원료 제조, 롯데 상품 수입 및 판매)와 태국 타이롯데(츄잉껌, 비스킷 제조 판매), 인도네시아 롯데인도네시아(츄잉껌, 캔디, 비스킷 제조 판매), 베트남 롯데베트남(츄잉껌 제조 판매, 롯데 상품 수입 및 판매), 대만 롯데대만(롯데 상품 수입 및 판매), 말레이시아 롯데말레이시아(롯데 상품 수입 및 판매), 필리핀 롯데컨펙셔너리필리피나스(롯데 상품 수입 및 판매), 폴란드 롯데웨델(초콜릿 제조 및 판매), 브라질 롯데두브라질(롯데 상품 수입 및 판매), 싱가포르 롯데싱가폴(롯데 상품 수입 및 판매) 등 총 10개 국가에 진출했다.

 

   
▲ 롯데센터 하노이 오픈식. 출처=롯데그룹

매출 200조원, 글로벌 그룹을 향해

한국 롯데는 지난 2009년 신동빈 회장이 ‘2018년 매출 200조원, 아시아 톱10 글로벌 그룹’이라는 ‘롯데 2018비전’ 발표 이후 적극적으로 세계 진출을 추진해 왔다.

한국 롯데는 지난 2004년 현 신동빈 회장이 정책본부장을 맡으면서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일궈 놓은 튼튼한 자본력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한국 롯데는 신동빈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전 사업부문이 활발하게 해외 진출을 추진해 오고 있다. 2013년 한국롯데의 해외 매출은 10조원을 넘어섰다.

신 회장이 한국에서 선언한 ‘롯데 2018비전’은 일본 롯데 역시 같이 추진하고 있다.

일본 롯데는 ‘비전 2018 추진 체계’, ‘임직원 자긍심 강화 프로그램’, ‘미래 인재 양성’, ‘브랜드 경영’, ‘고객 심층 이해’를 5대 핵심 실행기반으로 설정하고 추진 중이다.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를 통해 글로벌 그룹을 추구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그룹을 향한 첫 걸음 지분 단순화

롯데그룹의 글로벌 그룹을 향한 움직임은 지난 7월 한국 롯데가 계열사 간 2507억원 규모의 지분 정리에 나선 것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7월 22일 롯데그룹은 호텔롯데를 비롯해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 등 15개가 넘는 계열사가 장외거래를 통해 보유지분을 사고팔았다고 공시했다.

당시 롯데그룹은 이에 대해 ‘지배 구조 단순화 작업’으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롯데쇼핑이 430억원을 들여 롯데칠성음료·롯데제과·롯데푸드·대홍기획·롯데정보통신·롯데건설 등 6개 회사로부터 롯데상사의 지분 12.7%를 매입했다.

호텔롯데는 롯데역사·롯데닷컴·롯데푸드·롯데리아·한국후지필름으로부터 롯데건설 지분 4.0%, 87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롯데케미칼은 대홍기획과 롯데리아로부터 롯데알미늄 지분 5.1%(328억원)를 샀다.

롯데칠성음료는 롯데상사로부터 롯데리아 지분 0.9%(72억원)를, 롯데제과는 롯데칠성음료 지분 1.5%(371억원)를 롯데카드로부터 사들였다.

 

   
▲ 제2롯데월드. 출처=롯데그룹

내실 다져 글로벌 ‘샤롯데’를 향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간 보유 지분 거래는 매각사의 자금 조달 목적, 매입사의 투자 목적과 함께 순환 출자 구조 해소를 통한 지분 구조 단순화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동안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계열사 간 합병 등 경영상의 사유로 의도하지 않게 다수의 순환 출자 구조가 형성됐지만 롯데그룹은 계열사 간 지분 구조를 지속적으로 단순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사업을 일으킨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의 꿈은 조국 대한민국에 기업을 설립하는 것이었다.

한·일 수교 이후 한국에 대한 투자의 길이 열리자 신 총괄회장은 기업보국(企業報國)라는 기치아래 1967년 롯데제과를 설립해 모국 투자를 시작했다.

롯데제과에 이어 1970년대에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삼강(현 롯데푸드)을 잇달아 설립하며 국내 최대 식품기업으로 성장한다.

이후 백화점과 마트, 쇼핑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연평균 29%라는 고성장을 이뤄냈다.

1967년 창립 당시 매출 8억원의 제과회사가 50년도 안돼 매출 83조원의 그룹으로 성장한 것이다.

종합 과자메이커의 영역을 초월해 21세기 토탈 라이프 컴퍼니를 지향하는 일본 롯데.

화학과 건설, 프로야구 등 폭넓은 사업을 전개하며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진출하고 있는 한국 롯데.

양국의 롯데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귀추가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