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파텍스 단산 모델 부품 생산 모습과 현대 모비스 아산 물류센터 내부 모습 / 사진 = 현대 모비스 제공, 김태환 기자

역시 애프터서비스(after service·A/S)는 수입자동차의 고질병이다. 제품 만족도와 판매서비스는 국산자동차를 월등히 앞서는데도 불구하고 A/S 만족도는 국산차 최하위 수준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전문 리서치 기관인 마케팅인사이트가 최근 10만1081명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조사한 결과(1천점 만점) A/S 만족도는 국산차가 792점인데 반해 수입차는 773점으로 나타났다. 수입차는 2012년 처음 국산차에 역전 당한 이래 매년 그 격차가 커지는 양상이다. 이는 국산차의 A/S 수준이 향상된 반면 수입차는 퇴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수입차 가운데 인기가 높은 유럽차의 평균 점수는 국산차 최하위 업체보다도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유럽산 수입차의 인기에 제동이 걸린다면 가장 유력한 걸림돌은 A/S가 될 것으로 마케팅인사이트는 분석했다.

자동차 구입에서 성능과 가격만큼이나 A/S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시장 판매 5위를 달리는 현대자동차도 효율적인 생산체제는 물론 A/S 등 사후관리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이를 담당하는 중요축이 ‘현대모비스’다. 신차 개발을 위한 부품의 체계적 관리부터 조화가 강조된 모듈 공급, 안정된 부품 수급까지 현대모비스의 시스템은 해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주요 관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4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돌아다니는 현대차, 기아차는 각각 3221만대, 1755만대로 이를 합치면 5000만대에 육박한다. 짧은 기간 양적 성장을 이룬 만큼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위해서는 원활한 A/S부품 공급과 빠른 수리가 요구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생산 및 설계단계에서부터 차량이 최적상태로 운행될 수 있도록 제작된 ‘순정부품 책임공급자’로, 전 세계 고객들이 안심하고 빠르게 부품을 받아볼 수 있도록 물류망을 구축하고 자체 개발한 첨단 시스템을 이용해 부품 수급을 관리·공급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아산과 울산, 냉천, 경주 등 물류 허브 역할을 담당하는 4개의 대형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권역별 물동량을 중앙집하한 후 일괄 분류작업을 거쳐 전국 23개의 부품사업장과 43개의 정비파트로 순정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해외에도 9개 현지법인과 477개 대리점, 1만1262개의 딜러사와 함께 51개의 직영부품창고를 두고 부품수급에 만전을 다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내외 부품 수급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아산물류센터를 직접 가보니 980억원을 들여 7만3024평 부지에 수출 3개동, 국내 3개동으로 구성된 3만8473평의 건물이 그 위용을 과시하고 있었다. 2007년 문을 연 아산물류센터는 322명의 직원들이 196개의 차종에 들어가는 201만개(양산 40%, 단산 60%)의 부품을 관리·공급하며 부품 수급의 전초기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전국 협력업체들로부터 납품 받은 부품들은 평균 2일, 수출은 4일을 넘기지 않고 출하된다. 하루에 9.5톤 트럭 300대 분량 77억원어치 부품이 처리되고 있는 것이다. 보관 중인 부품은 34만7157 품목으로 재고 금액만 962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다량의 부품 관리 비결은 PDA를 활용한 물류처리 시스템에 있다. 부품에 부착된 바코드가 모든 직원들 손에 들려진 PDA를 통해 수량 및 저장 위치 등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컨베이어 시스템을 통해 정확한 출하 지역으로 배송되는 것. 이미 단산된 차종의 부품 가운데 수요가 거의 없는 저순환 부품들은 본사에서 연간 단위로 소요량을 예상해 재고를 사전 확보하고 있다.

▲ 현대 파텍스, 단산 모델 부품 수급 현황 / 자료 = 현대 파텍스 제공

단산모델 부품 생산 위한 현대파텍스 설립

양산 중인 모델 부품 수급은 별 어려움이 없겠지만 이미 단산된 모델은 과연 필요한 부품이 있는지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국내 법상 단종된 자동차의 A/S 부품은 단종된 후 8년까지 공급하도록 되어 있지만 자동차 성능이 날이 갈수록 견고해지고 좋아지면서 이 같은 수치는 무의미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구형 모델을 개조해서 타는 ‘리스토어’ 마니아들까지 생겨나면서 부품 수급 문제는 완성차 업체의 책임으로까지 여겨지는 양상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미 단산된 모델의 부품 수급을 위해 전문 기업을 설립했다. 완성차 업체 차원에서 이 같은 회사를 설립한 것은 해외에서도 볼 수 없는 사례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초기 자본금 400억원의 56%, 31%, 13%를 분담해 단산차종 부품 전문 기업을 2005년 설립했다. 충남 서산시에 위치한 ‘현대파텍스’는 현대차 2902개, 기아차 1936개 등 금형세트 4800여개를 활용해 전 세계 시장에서 요구되는 단산 모델 부품을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공장 내부로 들어가니 20만7316㎡ 부지에 건물 면적 6만9157㎡ 규모로 각종 현대차, 기아차 모델의 금형을 보유하고 있다. 늘어나는 모델 만큼이나 금형 숫자도 늘어나 아예 이를 보관하는 창고를 신축하고 있다.

현대파텍스는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한 2007년부터 EF쏘나타, 트라제XG, 아반떼XD와 프레지오, 리오, 구형 카니발을 시작으로 올해 아반떼HD, 제네시스BH와 카니발VQ, 쏘렌토R 모델까지 단종된 현대차 19개 모델, 기아차 18개 모델의 금형을 확보하고 있다. 심지어 단종된지 20년도 넘어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포니2와 초기 각그랜저 모델 부품도 당장 생산할 수 있도록 준비되었다. 현대파텍스는 단산된지 10년이 지난 모델의 부품도 생산하고 있으며 향후 15년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10년, 20년 전 모델도 양산 당시와 동일한 가격으로 부품을 구입할 수 있다”며 “이윤을 추구하기보다는 서비스 차원으로 고객들에게 안정된 부품 수급을 위해 건립한 회사”라고 설명했다. 제작 방식 등 가격 차이 원인이 발생하면 현대모비스 차원에서 수용하고 감수하고 있다는 뜻이다.

현대파텍스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전산시스템과 연계되어 해당 차종의 금형틀을 찾아 생산에 들어간다.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하도록 한 개의 라인에서 프레스와 차제, 도장, 포장의 전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를 위해 4개의 대형프레스라인과 16대의 로봇을 보유하고 연속 컨베이어 방식을 갖추고 있다. 부품을 제작할 수 있는 금형틀은 해당 차종이 운행을 중단되거나 마지막 한명의 소비자들이 원할 때까지 할 때까지 보관 유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