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카카오 출범. 사진 - 이미화 기자

1일 다음카카오가 출범했다. 이석우-최세훈 공동대표가 ‘투톱 체제’를 맡으며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이 이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보여줄 전망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김 의장이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결론은 ‘투톱’이었다.

기자회견장에서 최세훈 대표는 한메일과 카페, 웹툰을 선도한 다음의 가치를, 모바일과 다양한 가능성을 보유한 카카오의 잠재력을 강조했다. 이석우 대표는 모바일, 플랫폼, 라이프, 그리고 연결이 다음카카오의 중요한 가치라고 평가하며 "연결은 네 가지 가치에 집중한다. 바로 사람과 사람의 연결, 사람과 정보의 연결, 사람과 온라인 및 오프라인의 연결, 사람과 사물의 연결이 그것이다. 다양한 인프라를 통해 많은 파트너와 함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고 밝혔다.

다음카카오의 등장, 과연 대한민국 IT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다음카카오는 표면적으로 코스닥 상장사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비상장사인 카카오를 합병하는 형태다. 하지만 주주 구성으로 보면 반대로 카카오가 다음을 사실상 지배하는 구조다.

다음카카오의 최대주주는 22.2%의 지분을 갖고 있는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이며, 2대주주는 17.6% 지분을 가진 케이큐브홀딩스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회사가 100% 김범수 의장의 소유라는 점이다. 사실상 통합법인의 지분 40%를 김 의장이 가져가는 격이다.

1일 공식 합병으로 다음카카오는 다음 검색서비스와 광고, 콘텐츠 등 온라인의 강점을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통해 새롭게 리뉴얼 한다는 계획이다. 모바일 생태계로 중심축을 이동시킨다는 뜻이다.

다음카카오는 당분간 경기도 성남 판교에 머무르게 될 전망이다. 다만 두 회사가 각지에 흩어져있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통합사옥을 다시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

회사명은 당분간 기존의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한다. 지난 8월 27일 제주도에서 열린 다음의 임시주주총회 당시 상호변경 및 사업목적 추가 등을 포함한 정관 변경을 두고 일부 주주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오는 10월 말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다시 정리될 예정이다.

 

다음카카오의 인물열전 ➀ 김범수 의장

대한민국 IT 혁명의 중심에는 항상 김범수 의장이 있었다. 불우한 어린시절을 극복하고 86학번으로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 진학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대학에서 운명의 동반자이자 라이벌을 만난다. 바로 동기인 이해진 현 NHN 의장이다. 두 사람은 대학을 졸업하고 삼성SDS에서 다시 조우한다. 대학 동기이자 회사 동기로 묶이는 순간이다. 그러나 김 의장은 1998년 삼성SDS를 떠나 한양대학교 앞에서 국내 최대의 PC방을 창업하며 본격적인 사업가의 길로 들어선다. 이후 그는 1998년 11월 서울 테헤란로 작은 뒷길에 좁은 임대 사무실을 열어 인터넷 도박 게임 사이트인 ‘한게임’을 창업하기에 이른다.

1999년에는 이해진 의장이 삼성SDS를 퇴사한다. 그는 회사를 나오자 마자 현재 네이버의 전신인 ‘네이버컴’을 설립한다. 하지만 다음, 야후, 라이코스 등이 지배하는 국내 포털시장에서 네이버컴은 업계 5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이 의장은 네이버컴을 매각하기 위해 은밀히 인수 대상자를 찾아 나서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활로는 있었다. 추후 100억 원의 투자를 받아 자금융통이 가능해진 이 의장은 뚜렷한 수익사업 모델을 찾지 못한 김 의장과 의기투합해 네이버컴-한게임 합병을 통해 (주)NHN 설립을 이끌어 낸다. 대학 동기이자 회사 동기가 이제는 창업 동기로 이어진 셈이다.

하지만 둘의 행복한 동거는 오래가지 못했다. 한게임의 사행성 문제가 불거지며 사회적 비판이 쏟아지고 네이버의 한게임 의존도가 낮아진데다, 지식in 서비스의 등장으로 네이버의 독자적 생존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한게임을 바탕으로 사업에 뛰어든 김 의장은 순식간에 입지가 좁아졌다. 그는 결국 회사를 떠났다. 이후 김 의장은 네이버가 승승장구하는동안 절치부심하며 사업 구상에 들어갔고, 결국 2009년 카카오톡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리고 2014년 자신의 적이던 다음과 손을 잡고 통합법인 다음카카오의 수장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음카카오의 인물열전 ➁ 이석우 대표

이석우 대표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1992년 중앙일보 사회부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정통 기자 출신이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1996년 홀연히 미국으로 떠나 미국 로펌의 변호사로 활동한다. 그리고 1999년 한국IBM의 고문변호사로 경력을 이어간다.

특이한 점은 그가 2004년부터 2009년까지 NHN의 이사로 재직했다는 점이다. 김범수 의장처럼 ‘적’의 품속에서 살았다는 부분이 이채롭다. 이후 그는 2011년 7월부터 카카오 부사장으로 영입된다. 같은해 11월 공동 대표이사에 오르고, 마침내 올해 합병한 다음카카오의 공동대표가 된다.

▲ 왼쪽부터 최세훈, 이석우 공동대표. 사진 - 이미화 기자

 다음카카오의 인물열전  최세훈 대표

최세훈 대표는 1990년 연세대학교를 졸업했다. 1994년 6월 미국 와튼스쿨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했으며 ING베어링에 입사했다. 그리고 ING베어링에서 국제금융부 매니저와 기업금융부 이사로 근무하다 2000년부터 라이코스 코리아의 재무담당최고책임자(CFO)로 영입됐다. 이후 그는 2002년부터 다음커뮤니케이션 EC 사업본부장으로 재직했으며, 2004년에는 다음다이렉트 자동차 보험 사장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그는 업계에서 재무통으로 불린다. 재무관리 능력이 탁월하다. 최 대표는 2007년 다음다이렉트 사장 재임 당시 기대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해 조기 흑자전환을 이뤄내는 등 경영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이러한 통찰력으로 말미암아 최 대표는 2004년 37살의 나이로 최연소 보험사 사장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최 대표는 2009년부터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로 근무했다. 그의 재무본능은 여기서도 가감없이 발휘됐다. 그가 2009년 3월 다음 커뮤니케이션 대표에 취임한 후 이듬해 1분기 193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최고의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이는 다음 분기사상 최고액 달성이었다.

다음과 제주도의 인연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인연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연을 만든 것도 최 대표다.

다음이 2004년 3월 제주도와 ‘제주 프로젝트 추진 협약’을 맺으면서 기업이전을 추진했는데, 여기서 최 대표가 2009년 주주총회에서 제주도 이전과 관련된 역할을 실질적으로 수행했기 때문이다. 다음은 2012년 4월 본사 사옥인 스페이스닷원을 제주도에 개장하면서 ‘다음=제주도’의 등식을 만들었다.

 

다음카카오의 탄생, 업계의 변화는?

IT업계에서는 다음카카오의 등장을 두고 '거대 IT 공룡의 등장'이라는 표현을 남발하고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체급부터 다르다.

2013년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를 살펴보면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체급이 다르다는 점을 확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2013년 기준 25조5790억 원이며 자산총계는 2조6977억 원, 매출액은 2조3120억 원, 영업이익은 5241억 원이다. 하지만 다음카카오는 다음과 카카오의 합산으로 계산했을 때 시가총액은 3조4000억 원, 자산총계는 8749억 원, 매출액은 7416억 원, 영업이익은 1476억 원이다.

시가총액만 따져도 네이버가 다음카카오의 8배다. 아직 공룡이라는 타이틀은 네이버에 어울린다. 일각에서는 국내 IT 환경에서 독과점 문제가 부각되자, 이에 대한 비판의 촛점을 다음카카오에 무리하게 집중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결론적으로, 다음카카오는 '도전자'다.

합병 전부터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강조하고 있는 '검색 점유율'은 더 절망적이다. 시장조사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네이버는 무려 76.69%의 검색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다음은 19.89%에 머물러 있다. 심지어 3위 사업자인 구글으로부터 위협받을 정도다.

네이버의 시장 점유율이 70%인 상황에서 단순 수치로만 보면 다음카카오에게 ‘반전카드’는 요원해 보인다. 소위 ‘잘 나가는 메신저’ 카카오도 글로벌 경쟁력 측면에서 네이버의 라인에게 미치지 못한다. 라인은 가입자 5억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카카오는 라인의 3분의 1 수준에 못 미치는 1억5000만 명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다음카카오를 의식한 행보는 아니라는 설명이지만, 네이버의 발빠른 대응도 다음카카오에게는 불안요소다. 최근 네이버는 통합검색 알고리즘 개선을 통해 사용자 인터랙션 강화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다음카카오의 도전에 대한 ‘맞불’로 해석한다.

네이버는 기존 서비스 묶음 단위로 검색결과를 나열해 제공하는 단방향 문답형에서 벗어나 사용자 인터랙션을 위한 다양한 알고리듬을 반영했다. 이를 위해 지난달 1일 개편을 통해 네이버는 '상세 지식 및 관련 지식 제공(Refinement)', '중의성 해결(Disambiguation)', '의사결정가이드(Decision Assistance)', '세렌디피티(Serendipitous Recommendation)', '질의응답(Question Answering)' 등의 새로운 알고리즘을 반영했다. 심지어 검색어에 '위치'와 '시간' 개념을 더한 데이터 분석기술인 LTPS(Localized-Temporal Personalization System)도 반영해 다음카카오의 도전의지를 꺾으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냈다.

문답형의 정보 이외에도 이용자와 묻고 답하는 대화형 방식으로 해당 키워드와 연관된 정보를 추천 및 제공하기 시작했다. ‘친절한 네이버’로 변신해 업계 1위의 자리를 굳히겠다는 사전 포석이다.

그럼에도 다음카카오의 탄생은 그 자체로 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견해다.

우선 다음의 온라인 경쟁력과 카카오의 모바일 경쟁력은 단순한 1+1=2가 아닌, 1+1=20이라는 파격적인 시너지도 가능하다. 실제로 2006년 설립된 카카오는 2010년 3월 카카오톡을 선보이면서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지배했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성공이다. 이어 카카오는 2012년 게임 플랫폼을 출시하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해 세상을 놀라게 만들었으며, 카카오스토리와 카카오앨범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 사업 라인의 다변화에도 성공했다. 이런 성공을 바탕으로 카카오는 지난해 매출 2108억 원과 영업이익 659억 원을 기록했다. 2012년에 비하면 각각 357%와 843%나 늘어난 놀라운 수치다. 모바일을 기반으로 이 정도의 실적을 거둔 것 자체가 대단한 성과이다.

다음도 경쟁력이 있다. 국내 최초로 무료 이메일인 ‘한메일’과 커뮤니티인 ‘카페’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국내 포털업체 중에서 가장 먼저 모바일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기본적인 경쟁력이 내재되어 있다는 뜻이다. 또 국내 IT 업계를 끌어오며 축적한 노하우와 콘텐츠도 무시할 수 없다.

다음카카오의 무기는?

다음카카오의 무기는 무엇일까? 구체적으로 살피면, 답은 이미 나와있다.

다음카카오는 이미 전략적인 사업확장과 새로운 실험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기자회견장에서 공개된 모바일, 라이프, 플랫폼, 그리고 연결에 방점이 찍혀 있다. 회의장 전면에 내건 슬로건 'Connect Everything'이 다음카카오의 핵심 전력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전략적인 사업확장과 새로운 실험의 선두주자는 '카카오페이'다. 지난달 25일 카카오와 함께 카카오페이를 출시한 LG CNS(PG 및 가맹점 모집 역할 수행)는 이르면 이달부터 카카오페이를 5대 홈쇼핑 채널과 16개 가맹점 모바일 사이트에서 결제수단으로 사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가입자 증가 숫자도 폭발적이다. 서비스 출시 20일 만에 80만 가입자를 기록했다. 이는 초당 6명, 시간당 2만 명이 카카오페이에 가입한다는 뜻이다. 전자결제 시장의 ‘폭풍’이다.

현재 국내 전자결제 시장은 KG이니시스와 LG유플러스가 주도하고 있다. 3위 사업자인 한국사이버결제까지 합치면 이들의 시장 점유율은 전체 전자결제 시장의 70%에 육박한다. 하지만 5일 출시된 후발주자 ‘카카오페이’가 3강(强) 체제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자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LG CNS가 ‘이른 시일 안에’ 카카오페이 가입자 100만 돌파가 가능하다고 장담할 정도이다. 업계에서는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 다음카카오 출범. [사진=이미화 기자]

여기에 뉴스 큐레이션인 '카카오토픽'도 있다. 사실상 ‘다음카카오’의 첫 번째 작품으로 여겨지는 ‘카카오 토픽’은 이미 통합법인이 출범하기전 지난달 24일부터 베타서비스 중이다. 일간지 및 전문지를 비롯해 110곳의 파트너를 영입해 만든 카카오토픽은 이미 탄탄한 인프라를 구축했으며, 본격적인 뉴스 큐레이션 시대를 천명하며 시장진입을 노리기 시작했다.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자신이 원하는 방법으로 구독하는 ‘색다른 실험’인 셈이다.

합병직전 다음이 공개한 '뉴스펀딩' 서비스도 있다. 크라우드 펀딩에서 착안해 만들어진 뉴스펀딩은 사용자가 콘텐츠 생산자를 후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신개념 콘텐츠 창작 플랫폼이다. 사용자는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비용을 후원자로부터 지원받아 전달하는 한편, 후원자와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한다. 그 일련의 과정을 온라인에 공개하기도 한다.

뉴스펀딩의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뉴스펀딩을 통해 이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 제작을 요청한다. 그러면 중개인의 역할을 수행하는 다음이 콘텐츠 프로듀싱과 논의해 펀딩을 진행하며, 이를 통해 만들어진 콘텐츠를 미디어다음을 통해 노출한다. 이 과정에서 후원자는 금전적 보상을 받지 않으며, 기여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거나 오프라인 강연에 초대되는 방식으로 투자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된다. 다만, 생산자가 먼저 콘텐츠 펀딩을 요구하는 서비스는 추후 오픈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전혀 새로운 뉴스펀딩 서비스가 등장한 것은 사실상 ‘오피니언 리더(여론 주도자)’를 바라는 다음카카오의 의중이 배어있다는 분석이다. 인터넷과 모바일의 힘은 검색에서 나오고, 검색은 최종적으로 오피니언 리더를 지향한다. 뉴스펀딩을 통한 콘텐츠 제작도 결론은 ‘의견 수렴’에 쏠린다. 둘이 지향하는 바가 일치한다는 뜻이다. 카카오토픽이 논란에도 불구하고 ‘실시간 검색’을 포기하지 못했던 이유다.

그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뉴스펀딩을 여론을 주도하려는 다음카카오의 정책적 포석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물론 이는 다양한 사업군으로 외연을 확장해 전선을 넓히고 있는 다음카카오 특유의 정책과도 부합하는 대목이다.

이 대목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다음카카오는 시너지 효과와 새로운 실험으로 전선을 끝없이 확장시키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IT 전면전을 벌여야 한다는 점이다.

▲ 다음카카오 출범. 사진 - 이미화 기자

 한계는 있다

물론 다음카카오의 한계는 뚜렷하다.

우선 카카오를 보자. 전문가들은 합병 전의 카카오를 두고 미래를 책임질 ‘킬러 콘텐츠’가 없다고 지적해 왔다. 메신저나 게임 등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카카오의 수익 포트폴리오에서 85%를 차지하고 있는 게임사업은 최근 신작 게임의 부진과 게임포화 등으로 성장이 멈췄다. 단발성 모바일 게임에 질린 이용자들이 카카오 기반의 게임에 불신을 가지기 시작한 것도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여기에 경쟁자들의 출현도 변수다. 라이벌인 네이버가 폐쇄형 SNS인 ‘밴드’를 통해 게임사업 진출을 선언한데다 중국과의 협업을 통해 대륙공략에도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네이버의 라인에 비해 카카오의 해외전력은 너무 취약하다. 카카오의 해외법인인 카카오 재팬과 카카오 싱가폴, 베이징 카카오는 지난해 모두 순손실을 기록했다. 가입자 숫자도 비교불가 수준이다. 카카오의 한계와 비전, 그리고 어려움이 동시에 드러난 것이다.

결국 카카오는 새로운 수익모델을 개발하고 해외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자금’이 필요했던 것이다. 여기까지가 ‘한계’다. 그리고 비전은 다음카카오에서 기대된다. 합병을 통해 모바일 강자 카카오의 경쟁력이 ‘자금’이라는 날개를 달았기 때문이다. 이 또한 어려움이 앞에 놓여 있다. 이러한 카카오의 약점을 단지 자금의 확보로만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카카오의 자금 확보가 강력한 문제해결의 열쇠라는 점은 부정하지 않는다. 카카오의 행보가 보여준다. 카카오는 다음과의 합병을 결정하기 직전, 스스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움직였기 때문이다. 다만 시간이 없다는 내부판단에 따라 합병을 추진했고, 이는 역설적으로 카카오가 ‘자본 유입’이라는 전제조건만 맞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자부심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자부심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조심스러운' 관측이다.

그리고 다음이다. 다음은 현재 국내 2위 포털업체라는 타이틀을 내세우기 부끄러운 상황이다. 온라인 검색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모바일 검색시장에서 오히려 매섭게 추격하는 구글의 점유율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1분기 다음은 매출 1270억 원에 영업이익 151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 6380억 원과 영업이익 1898억 원을 거둔 네이버와는 엄청난 격차를 보인다. 특히 포털사업의 가장 핵심 수익원인 광고매출의 경우 네이버와 격차가 무려 7배나 난다.

마지막으로 '합병법인' 다음카카오의 차례다. 다음카카오의 한계는 없는가? 분명히 있다. 특히, 가장 강력한 무기로 내세우는 카카오페이와 카카오토픽에도 불안요소가 엇갈린다. 카카오페이지의 부진이 재연될 수 있다는 뜻이다.

카카오페이의 가장 큰 약점은 카카오톡 앱 내부에서만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당장 신용카드사가 카카오 앱 외의 결제를 타진할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의문이다. 만약 보안 문제라도 불거지면 책임 소재가 어려워진다. 사정당국의 수사를 받을 수있다는 뜻이다.

가맹점 확보는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요소다. 현재 카카오페이는 ‘선물하기’ 등에 국한되어 있는 상태다. 물론 5대 홈쇼핑을 비롯해 다수의 가맹점을 확보한다는 방침이지만 업계에서는 ‘약하다’는 반응이다.

‘전자’는 가상의 시대라고 해도 ‘결제’는 현실이다. 이용자가 일상적으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알리바바의 자회사였던 알리페이는 카카오페이, 애플페이같은 전자결제 시스템이다. 그리고 알리페이는 중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급속도로 세를 불리고 있다. 2000년 중반 마윈 회장이 알리페이를 알리바바에서 분리시키자 ‘알짜 사업부’를 포기할 수 없다는 이유로 2대 주주인 야후가 격렬하게 반발했을 정도다. 그리고 알리페이의 성공은 알리바바의 또 다른 자회사 타오바오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한때 중국 전자상거래시장을 지배했던 이베이를 물리친 것으로 유명한 타오바오는 아마존과 비슷한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중국시장 점유율은 80%에 육박한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타오바오라는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통해 ‘플랫폼’을 구축하는 한편, 알리페이라는 수단을 적절하게 접목시켰다. 80%에 육박하는 전자상거래 시장이라는 ‘그릇’을 제공하고 내부에서 결제에 사용할 ‘젓가락’도 제시했다. 타오바오가 그릇이면 알리페이는 젓가락이다. 알리페이 단독이라면 지금과 같은 성공은 어려웠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PG까지 아우르는 방대한 ‘로드맵’이 존재했다는 뜻이다.

이런 관점에서 카카오페이는 ‘외롭다.’ PG 여부와는 별개로 별다른 결제 플랫폼이 없는 상태에서 외부와의 제휴에 승부를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5대 쇼핑몰 및 다수의 가맹점이 카카오페이와 협력한다고 하지만 ‘내 식구’와 ‘동맹’은 온도차이가 있다. 향후 카카오페이의 관리전략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심지어 알리페이는 한국 진출을 본격적으로 타진하고 있다. 야심차게 등장한 카카오페이가 흔들릴 여지도 있는 대목이다.

이미 시장을 장악한 강자들이 합종연횡을 통해 카카오페이를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돌풍’을 제거하기 위한 집단 움직임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게다가 카카오페이의 성장세가 조금이라도 늦어질 경우 ‘혁신적인 결제 수단’이라는 찬사가 ‘다양한 전자결제 수단의 하나’로 변질될 확률도 높다. IT강국 답게 전자결제에 이미 익숙해진 이용자들의 흥미를 잡아끌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아직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못해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목도 불안요소다. LG CNS의 PG자격 유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카카오토픽 또한 불안요소가 있다. 다음카카오는 생활밀착형 플랫폼 구축을 기치로 내걸었다. 그리고 카카오토픽은 다음카카오가 강조하는 정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카카오토픽이 다른 플랫폼과 비교했을 때 확연한 차별성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네이버 뉴스’와 다를 것이 없다는 비판은 뼈 아픈 지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실시간 검색어’를 전면에 건 대목이다. 소위 ‘실검’은 인터넷 기반의 국내 언론 환경을 파괴한 대표적인 원흉으로 지목된다. 물론 그 자체는 매우 효율적인 기능이다. 하지만 국내 언론사들이 ‘실검’에만 집중해 인스턴트 기사를 양산하는 사례가 반복되며 저널리즘의 기본적인 정신이 훼손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카카오토픽에 입점한 언론들이 ‘실검’에 목숨을 걸 가능성이 있다.

카카오토픽 자체가 뉴스 큐레이션의 역할에 충실하기보다는 단지 ‘다음카카오의 독립 앱’에 머물러 다른 플랫폼과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용자들이 숨겨진 보석 같은 좋은 기사들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기능이 전무하다는 뜻이다.

조직 자체의 화학적 융합도 불안이다. 지난달 25일 다음커뮤니케이션은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카카오와의 합병을 전제로 실시된 본 인사는 ‘카카오의 다음 점령’으로 정의된다. 실제로 다음카카오의 18개 팀장 중 무려 13개를 카카오에서 가져갔다. 20명에 달하는 다음의 기존 팀장들은 대부분 팀원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정식발표는 10월 1일이었지만, 이미 지난달 다음 내부의 분위기는 우울해졌다.

고유의 기업문화를 가진 두 기업이 제대로 합쳐지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음과 카카오의 급여차이는 무려 2260만원이다. 이에 다음은 임직원 연봉을 10% 올리는 초강수를 통해 내부의 불만을 잠재웠다. 하지만 팀장급 이상의 불만은 여전하다. 다음의 핵심멤버 이탈도 시작됐다. 1995년부터 다음의 창업멤버로 활동한 민윤정 다음 NIS 이사가 최근 사직서를 제출한 대목이 극적이다. 민 이사는 다음의 창립멤버이며, 다음에서 카페, 블로그 등 커뮤니티 서비스를 담당했다. 사실상 다음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인물이기에 그의 사직서는 조직 내외부에 상당한 충격을 안겼다.

다음에서는 서로를 ‘다음인’, 카카오에서는 서로를 ‘카카오크루’라고 부른다. 다음인과 카카오크루의 만남을 어떻게 화학적인 결합으로 끌어내느냐가 중요한 키포인트다. 기자회견장에서 최세훈 대표는 "수평적 소통을 위해 모든 직원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과정에서 잡음도 있었지만 궁극적으로 우리는 하나의 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기자회견장에서 이석우 대표는 "새로운 인프라, 그리고 연결과 공유를 통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생활밀착형 모바일 플랫폼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이 대표는 '파트너와의 협력'을 강조했다. 업계에는 이를 '사업 전선의 확장'으로 이해하는 분위기다.

▲ 다음카카오 출범. 사진- 이미화 기자

결국 시너지와 실험이다

다음카카오의 활로는 무엇일까? 강력한 라이벌인 네이버는 사용자 인터랙션을 위한 다양한 알고리듬을 반영해 생활밀착형 포털로 거듭났다. 강자로서의 ‘방심’은 없다.

그렇다면 자구노력이 해답이다. 기자회견장에서 강조된 모바일, 라이프, 플랫폼을 바탕으로 강력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확장해 '연결'의 개념을 접목하는 것이다.

더 깊숙하게 들어가 보자. 가장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는 승부수는 ‘시너지’다. 다음의 콘텐츠와 카카오의 모바일 역량을 모아 화학적 결합을 끌어내는 것이다. 최찬석 KTB투자증권 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의 월간 실사용자 수(MAU)는 약 4000만 명에 육박한다. 엄청난 숫자다. ‘카카오’라는 플랫폼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실가입자의 숫자가 엄청나다는 뜻이다. 이는 모바일에서 월간 순방문자 수(UV) 1600만 명을 기록하고 있는 네이버의 2.5배가 넘는 트래픽이다. 심지어 PC로 네이버를 이용하는 3000만 명보다 35% 높은 수치다.

막강한 모바일 트래픽을 활용해 다양한 사업에 진출할 수 있다는 점은 다음카카오의 호재가 분명하다. 여기에 다음의 콘텐츠와 전반적인 운영 노하우가 접목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다음카카오가 카카오페이로 대표되는 전자지갑 시장의 패권을 장악한다면, 모바일 전체 패권을 쉽게 장악할 확률이 높다. 모바일 시장은 기타 스마트 기기 시장처럼 ‘선점’이 곧 ‘성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전자지갑 시장에서 애플의 애플페이가 세계시장에서 맹위를 떨치는 사이, 카카오의 카카오페이가 꾸준하게 국내 시장을 공략하면 새로운 승부수가 될 전망이다. 아직 카카오페이는 낮은 활용도로 화제몰이 수준에만 머물러 있다. 추후 다양한 협력을 통해 공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선다면 카카오페이의 파급력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는 알리페이와 같은 외국의 공습이 벌어지기 직전이라는 전제가 달렸다.

뉴스 콘텐츠를 활용한 카카오토픽도 새로운 성장 동력의 가능성이 있다. 모바일 뉴스 판도를 바꿀 강력한 ‘한방’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주류 언론사들이 온라인에서 빼앗긴 뉴스 유통 주도권을 모바일에서 다시 찾아오려 한다는 점이 문제다. 이러한 반발을 무마해 네이버와는 다른 방식으로 큐레이션 기능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카카오토픽은 '신의 한수'가 될 수 있다. 끝으로 '미디어 다음'. 온라인뉴스 시장에서 노하우를 쌓아온 다음의 경쟁력도 관전 포인트다.

1일 기자회견장에서 이석우·최세훈 대표는 '모든 것의 연결(Connect Everything)'을 강조했다. 다음카카오는 모바일 기반의 '시너지'를 넘어선 그 한계를 바라보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도전자의 입장에서 이제 '풍운의 일보'를 내디뎠다. 앞으로 다음카카오의 행보가 어떤 후폭풍을 가져올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훗날 대한민국 IT역사는 2014년 10월 1일을 어떻게 기록할까? 모두의 관심이 다음카카오의 '다음'에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