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센터 하노이 오픈. 사진: 롯데그룹 제공

지난 90년대 말 롯데그룹의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며 신동주·신동빈 두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겨줬다. 이후 장남 신동주 부회장은 일본 롯데를, 차남 신동빈 회장은 한국 롯데를 각각 이끌고 있다.

한국에서 롯데를 이끌고 있는 신동빈 회장은 1955년 일본에서 태어나 아오야마 가쿠인(靑山學院) 유치원과 초·중·고를 거쳐 대학 경제학부, 미 컬럼비아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졸업했다. 1981년부터 1988년 2월까지는 일본 노무라증권 런던 지점에서 근무했다. 그리고 1988년, 33세에 일본 롯데상사에 입사한 신 회장은 2년만인 1990년에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옮기며 본격적으로 한국 롯데에 발을 들여놓았다. 신 회장은 이후 1997년 그룹 부회장을 거쳐 2011년 그룹 회장에 선임되면서 한국 롯데를 이끌어 왔다.

‘옴니채널’, 유통부문 신성장동력으로 주목

▲ 신동빈 회장

신격호 총괄회장이 쌓아놓은 한국 롯데를 어떻게 유지시킬지 신동빈 회장의 행보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우선 유통부문에 강점을 두고 있는 롯데그룹은 올해 국내에서 달라지는 유통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옴니채널’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선 모습이다.

옴니채널 전략은 온·오프라인, 모바일 등 소비자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쇼핑 채널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고객 입장에서 마치 하나의 매장을 이용하는 것처럼 느끼도록 매장의 쇼핑환경과 사용자 경험을 융합하는 것이다.

지난 5월 롯데그룹이 소비자조사 전문기관 TNS와 국내 소비자들의 쇼핑 행태를 조사한 결과, 온라인 채널은 젊은 사람들만 이용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온라인 채널 구매활동 비중은 전 연령대에서 고르게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구매력이 있는 중장년층도 온라인 채널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으로 유통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롯데는 지난 7월 신 회 장을 주축으로 유관사 사장단 워크숍을 통해 ‘빅데이터 활용’, ‘IT기반 마케팅과 세일즈’, ‘고객경험 업그레이드’라는 옴니채널 3대 전략과 세부적인 9가지 실행과제를 수립했다. 아울러 옴니채널 관련 연구센터에 해당하는 ‘롯데 이노베이션 랩’을 내년 초 설립하기로 하고, 그 조직과 구성에 대한 검토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 말에는 온·오프라인에 걸친 ‘롯데 통합 회원제’도 출범시킬 예정이다. 이 외에도 온라인 배송센터 구축, 모바일 결제기반 구축 등을 실행 과제로 선정했다.

신 회장은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유통채널을 갖춘 롯데는 옴니채널적 시장 변화 움직임에 대응하기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며 “옴니채널이 우리의 성장을 지속하는 데 아주 중요한 과제인 만큼 빨리하는 것보다는 제대로 하는 것을 목표로 철저한 준비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 롯데, 이제는 세계로 간다

신 회장은 ‘글로벌 경영’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식품, 유통, 관광, 화학 등 전 사업부문에 걸쳐 20여 개 국가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 롯데는 2004년 신동빈 회장이 정책본부장을 맡으면서부터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일구어 놓은 자본력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 중이다. 지난해 해외 매출은 1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유통부문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이 눈길을 끈다. 2007년 러시아 모스크바점 오픈을 시작으로 해외에 첫 진출한 롯데백화점은 최근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또한 동남아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지난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롯데쇼핑 에비뉴점을 열고 올해 9월에는 베트남 하노이에 롯데센터 하노이점을 오픈했다.

롯데마트는 중국(2007년)과 인도네시아(2008년)에서 글로벌 대형마트 체인인 ‘마크로(Makro)’를 인수하며 해외 진출 이후, 신속한 점포 확장 전략으로 현지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 현재 롯데마트는 해외 3개국에서 총 146개(중국 102개, 인도네시아 38개, 베트남 8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이는 국내 점포 수 보다 더 많은 숫자로, 국내 유통업계에서 해외 사업부문으로는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롯데홈쇼핑은 2010년 중국 현지 업체인 ‘럭키파이’를 인수해 해외에 첫 진출했다. 2012년에는 베트남에서 현지 업체와 합작법인인 ‘롯데닷비엣’을 설립해 방송을 시작했다. 이로써 롯데는 중국에서 온·오프라인을 모두 아우르는 유통망을 갖추게 됐다.

롯데제과는 1990년대 중국에 진출했으며 2010년에는 베트남, 인도, 러시아에도 차례로 초코파이 생산 공장을 설립해 본격적인 해외 현지 생산체제를 갖췄다. 2015년에는 인도 델리에 두 번째 초코파이 공장이 완공될 예정이다. 롯데제과는 현지 업체 인수에도 적극적이다. 인도, 베트남, 벨기에, 파키스탄의 제과업체들을 잇달아 인수하며 동남아 시장과 유럽 시장으로 발을 넓혔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중국에서 현지 업체를 인수해 설립한 두 개의 현지법인을 통해 글로벌화에 앞장섰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에 따르면 해외사업 강화를 위해 중국 외 신규 지역에도 해외 법인 개설을 검토할 계획이며, 새로운 시장 기회 모색을 통해 종합 음료·주류회사로서의 입지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1998년 베트남에 첫 진출한 롯데리아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베트남 시장을 공략해 지난 9월 베트남에 200호 점을 오픈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외식업체 최초로 미얀마 시장에도 진출했다. 올해에는 캄보디아에도 진출해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롯데라는 브랜드 이름을 걸고 롯데의 강점인 유통망을 세계로 뻗어나가게 하는 형태”라며 “국내시장은 물론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만큼, 이들의 글로벌 행보에 집중하는 해외 경쟁사 역시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에서 오래된 기업이지만, 아직은 안심할 수는 없다”며 “해외는 물론 국내 내실을 다지는 데에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