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잠실 제2 롯데월드의 조감도. [사진=롯데그룹]

지난 9월 6일부터 16일까지 첨예한 논란거리를 안고 있던 제2롯데월드가 저층부 건물을 대상으로 사전개방(프리오픈·Pre Open)을 진행했다. 시민들이 직접 롯데월드를 체험하고 안전성을 검증 받기 위해서다. 이른 아침부터 잠실역 2번 출구에는 수많은 화살표가 제2롯데월드로 가는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일부에서는 프리오픈 시기에 대해 일부러 명절이 낀 날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지만 그 말이 무색하게도 그곳은 프리오픈 시기 내내 사람들로 붐볐다. 인터넷 예약 접수는 거의 마감되었고 많은 시민이 현장접수를 통해 프리오픈에 참여했다. 롯데월드몰의 문이 열린 열흘 동안 약 2만3800명이 이곳을 방문했다.

프리오픈은 약 1시간 40분간의 방문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40분간 롯데월드 공사 과정에 대한 동영상을 시청한 후, 한 시간가량 6층에서부터 지하까지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하며 에비뉴엘동, 쇼핑몰동, 엔터테인먼트동, 지하 아쿠아리움, 종합 소방 방재시설을 견학한다. 관계자가 이동하며 건물에 대해 설명하는데 사람이 너무 몰려 한 번에 100여명이 따라 움직이기도 했다.

아시아 최대 규모… 기네스 북에 오른 스크린도 설치돼

벽에는 1989년부터 현재 제2롯데월드 건물의 디자인이 완성될 때까지 고안된 건물 디자인 시안들이 붙어 있었다. 이 건물을 짓기 전 롯데 신격호 총괄회장은 “파리의 에펠탑 같은 랜드마크를 건설하고 싶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 때문인지 2002년의 디자인은 에펠탑과 거의 유사한 모습이다. 최종 낙찰된 건물의 디자인은 곡선의 형태로 고안되어 있어 마치 거꾸로 세워놓은 붓의 모양을 띠고 있다. 롯데 측에 의하면 한국 전통 모티브의 특징을 접목시킨 디자인이라고 한다. 관계자는 “인테리어는 한옥의 처마를 형상화하였으며 한국의 전통 오브제의 유연함과 단순미를 살렸다”고 덧붙였다.

롯데월드몰은 에비뉴엘동, 쇼핑몰과 문화시설이 들어서는 쇼핑몰동, 롯데시네마와 지하 아쿠아리움이 있는 엔터동 등 총 3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에비뉴엘동은 200개 이상의 명품 브랜드가 입점하는 한국 최대 규모 백화점과 아시아에서 가장 큰 면세점이 있는 건물이다. 프리오픈 기간에 오픈된 에비뉴엘동은 물건과 사람만 들어오면 바로 오픈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다.

이 가운데 가장 이슈가 된 장소는 롯데시네마와 아쿠아리움이다. 관계자는 롯데시네마에 대해 “21개관 4600석의 좌석 규모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기네스북에 오른 스크린이 사용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스크린이 들어서는 슈퍼플렉스G관은 오페라 극장 형식의 2층, 622석을 갖춰 국내에서는 보지 못했던 큰 규모의 영화관이다. 내부 입장은 금지되어 있었지만 압도적인 규모는 많은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아쿠아리움은 아마존을 떠올리게 하는 인테리어와 긴 수중터널이 인상적이었다. 당시는 테스트용 작은 생물들만 전시되어 있는 상태였지만, 수중터널을 지나는 관람자들이 “만들긴 잘 만들었네”라는 등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여럿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롯데월드 건물과 멀지 않은 곳에 이미 삼성 코엑스 아쿠아리움이 있는 탓에 신경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월드 건물을 살펴보는 동안 곳곳에서 눈에 띈 것은 안전장치다. ‘초고층. 안전일터. 둘 다 당신의 손으로’, ‘젊은 열정, 최고의 안전, 최고의 서비스’ 안전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보이려는 듯 곳곳에 안전관련 현수막이 세워져 있었다. “천장의 4m마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다”며 관계자는 소방 방재 시스템에 강한 자부심을 보였다.

마지막 코스인 종합 소방 방재실에서는 관람객들이 각종 안전 시스템과 방재 훈련 시뮬레이션을 살펴봤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자동화된 첨단 시설을 도입해 화재 등의 안전사고에 즉각 대응이 가능하다”고 한다. 1차로 현장 소방관 15명이 초동 진압을 한 후 송파 소방서에서 출동하는 총 2차의 진입 시스템이다.

롯데 측은 프리오픈을 통해 롯데월드를 살펴본 시민들을 대상으로 시설 및 공사상태, 교통 등 준비상태, 방재시설 시스템 및 소방훈련 상태 등 3가지 부문에 10점 만점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롯데는 시민들의 의견을 시에 제출할 계획이라며 “프리오픈 기간에 문제가 없으면 늦어도 10월 말에는 저층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층부의 개장이 무사히 진행되면 2016년 12월에는 제2롯데월드의 핵심인 초고층 타워동이 완공된다. 롯데월드몰과 123층 555m의 규모로 초고층 건물을 세우기까지 총 3조5000억원의 자금이 들었다. 롯데는 1988년에 서울시로부터 800억원대의 부지를 사들여 2009년에 공사를 시작하기까지 약 20년 동안 공을 들였다. 최근에는 서울시와의 협의를 위해 시민참여 방재훈련과 초고층 타워동 공사장 안전관리점검을 실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롯데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건물이다. 롯데 신 총괄회장이 뚜렷한 실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롯데 물산을 아끼던 이유도 바로 이 건물 때문이다.

제2 롯데월드의 층별 용도를 나타내는 디자인 그림. [사진=롯데그룹]

국내 최고 랜드마크를 꿈꾸는 초고층 빌딩

“제2롯데월드를 만드는 것이 내 여생의 꿈이다.” 신 총괄회장은 2004년 한 일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의 사업계획을 밝혔다. 평소 외화 수익률이 높은 관광업을 중시하던 신 총괄회장이 전 세계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초고층의 랜드마크 건설에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초고층 건물은 한 국가에서 상징하는 바가 크다. 규모뿐만 아니라 문화적·경제적인 부문에서 자신감을 나타내는 상징물이자 국내외 관광객의 유치효과가 큰 랜드마크다. 일본의 ‘도쿄 스카이트리 타운(634m)’, 대만의 ‘타이페이101(508m)’,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451.9m)’가 아시아의 대표적인 초고층 건물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층 건물로는 63빌딩이 있지만 250m의 높이는 세계적인 초고층 건물에 비해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에 신 총괄회장은 한국에 초고층 건물을 세우고 종합 쇼핑몰을 더해 대규모 멀티이용시설로써 전 세계 관광객을 유치,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제2롯데월드 건물은 에비뉴엘 동과 면세점을 시작으로 그 위에 일반 회사들이 모이는 ‘프라임 오피스’, 오피스텔, 호텔, 고급 오피스 지역인 ‘프라이베이트(private) 오피스’, 그리고 맨 꼭대기에는 구름을 뚫고 위치해 있는 전망대와 스카이 카페가 위치한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제2롯데월드가 완공되면 2016년에는 잠실역을 중심으로 남서쪽은 롯데백화점, 롯데 호텔, 롯데 시네마를 비롯한 롯데월드 부지, 동북 방향은 롯데 캐슬골드 부지이며, 동남쪽에 제2롯데월드가 세워져 그야말로 잠실이 롯데그룹의 중심지가 된다. 따라서 잠실 지역의 활성화는 물론이고 더 나아가 강남역의 삼성, 삼성역의 현대차까지 이어지는 대기업 역세권 벨트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일 ‘제2롯데월드 저층부 임시사용 승인 신청’에 조건부 승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 승인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승인에 따라 롯데는 △타워동 공사장에 안전장치를 추가 설치△주변부 방호데크 설치구역의 확대△첨탑 구조물 조립 공사 등의 사전 승인△주차 예약제 및 주차요금 완전유료화 등의 4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저층부는 에비뉴엘, 쇼핑몰동, 엔터테인먼트동 3개 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개장 이후 하루에 20만 명이상이 이 곳을 찾을 것으로 추측된다.

하루 새에도 건물은 조금씩 높아진다. 앞으로 큰 문제가 없다면 롯데월드몰의 10월 개장을 시작으로 2016년에는 제2롯데월드 건물의 완공을 보게 된다. 롯데는 그날까지 끊임없는 쉼표를 만들어야만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