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백화점 전경. 출처=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이 설립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롯데. 일본 롯데는 부회장인 장남 신동주 씨(일본명 시게미츠 히로유키)가, 한국 롯데는 회장인 차남 신동빈 씨(일본명 시게미츠 아키오)가 맡고 있다. 한국인이 일본으로 건너가 설립한 회사가 다시 한국에 투자해 회사를 세운 것이 양국의 롯데다. 즉 일본 롯데가 원조인 셈이다. 하지만 현재의 모습은 모든 면에서 한국 롯데가 일본 롯데를 앞지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한 듯 계열사 지분 구조를 단순화하는 작업이 사실상 양국 롯데의 통합과 2세 후계구도 확정, 세계화를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통해 향후 롯데의 미래를 들여다본다.

갈 길이 다른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

예전부터 시장에서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홀수 달에는 대한민국에서, 짝수 달에는 일본에서’ 롯데를 경영한다고 알려졌다. 아울러 일본이 본사고 한국은 자회사, 일종의 종속 관계라는 말도 떠돌았다.

일각에서는 일본 기업이라며 배척하는 이들도 있었고 신 총괄회장 역시 이 같은 분위를 고려해 후계자들에게 양국 롯데를 분리해서 물려 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실제로 일본 롯데홀딩스의 부회장인 장남 신동주(60) 씨는 일본에서 교육을 마치고 일본 기업에서 성장한 순수 일본파다.

반면 한국 롯데그룹 회장인 차남 신동빈(59) 씨는 일본에서 공부하다가 미국에서 학업을 마친 뒤 일본 기업을 거쳐 한국에 자리 잡은 다국적 해외파라고 볼 수 있다.

태생부터 양국 롯데를 나눠서 운영하도록 키워진 것이다.

지난 2010년 신동빈 회장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내가, 일본은 형님이 경영하기로 오래전부터 결정돼 있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 일본 롯데그룹 전경.

롯데홀딩스, 한국 외 총 54개 계열사 거느려

롯데홀딩스의 정체는 지난해 11월 호텔롯데가 2000억원 규모의 무보증사채 발행 증권신고서에 기재한 최대주주 현황이 부실하다는 이유로 금감원이 더 자세한 정보를 요구함에 따라 드러나게 됐다. 창립 이래 최초의 공개다.

롯데홀딩스는 한국 및 한국 관할 해외법인을 제외하고 일본 내 38개의 계열사와 해외 16개의 계열사 등 총 54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호텔롯데는 당시 롯데홀딩스의 주요 계열사가 ㈜롯데, 롯데상사, 미도리상사, 롯데아이스, 메리초코렛, 지바롯데마린즈(야구단), 롯데건강산업, 롯데리아, 크리스피크림도넛재팬, 긴좌코지코너, 롯데부동산, 광윤사, 롯데물산, 패밀리, 롯데서비스, 롯데그린서비스 등이라고 밝혔다.

롯데홀딩스는 개별기준 자산 3조3325억원(3136억엔), 부채 7525억원(673억엔), 자본 2조6875억원(2463억엔)에 부채비율 27%였다. 연결기준 부채는 38조4850억원(3조5838억엔)이다.

업계에서는 롯데홀딩스의 연결기준 자산에 한국의 호텔롯데, 부산롯데호텔, 롯데물산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홀딩스가 이들 3개 회사의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호텔롯데의 연결자산은 약 12조7833억원, 부산롯데호텔은 1조615억원, 롯데물산 5조589억원으로, 총 18조9037억원이다.

호텔롯데는 “롯데홀딩스는 일본 동경의 신주쿠에 소재하며 경영 효율화를 위해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를 분리하는 기업재편 시 지주회사로 설립됐다”고 밝혔다.

한국 롯데, 일본 롯데보다 매출 20배 높아

일본 롯데에 비해 한국 롯데의 매출액 규모가 10배 이상이라는 업계의 분석은 절반만 맞은 것이다.

일본 롯데그룹 홈페이지에 실린 업적보고서에 따르면 일본그룹의 매출은 4077억엔(약 4조원), 한국그룹은 55조4186억원으로 공시돼 있다(2014년 3월 기준).

이 기록으로만 따지면 업계의 추측인 10배 이상이 맞다.

하지만 한국 롯데의 매출은 83조원으로 일본 롯데의 20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롯데는 유통부문에서 34조원, 화학/건설에서 24조원, 관광/서비스 13조원, 식품부문 8조원, 금융부문 4조원 등 총 83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일본 롯데는 과자와 음료 등 식품분야에서 2조7977억원, 관광/서비스분야에서 1조1044억원, 금융/투자분야에서 328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이한 점은 한국 롯데가 유통부문과 화학/건설에서 58조원의 매출을 기록한 반면, 일본롯데는 유통분야와 화학/건설분야에서의 매출이 없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롯데의 경우 음료분야에서의 매출이 식품분야 전체 매출 중 2번째로 기여도가 높은 반면, 일본 롯데는 음료분야의 매출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일본 롯데그룹 홈페이지. 출처=일본롯데 홈페이지

지난해 10월경 나온 니혼게이지신문에서는 한국 롯데의 매출이 81조6900억원, 일본 롯데가 5조9000억원으로 약 13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전한 바 있다.

기사에 따르면 한국 롯데의 경우 유통부문이 24조8200억원으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고 다음으로 화학부문에서 15조7600억원을 기록했다.

한편 일본 롯데는 호텔이 2조6200억원으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과자가 1조59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 보도에서 특이한 점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각별한 관심을 쏟는 것으로 알려진 식음료 등의 매출 차이다.

한국 롯데의 경우 음료가 2조800억원, 과자가 1조8400억원으로 유통과 화학분야의 매출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낮았다.

반면 일본 롯데는 과자가 1조5900억원으로 호텔 다음으로 매출이 높았고 이외에도 음식점이 9300억원, 아이스크림이 72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 롯데가 단순 소비재에서 유통, 관광,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 데 비해 일본롯데는 식품에만 집중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