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사진제공 - 기획재정부

IT는 혁신을 의미한다. 그리고 혁신은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하며 미래를 준비한다. 하지만 이러한 ‘급변’은 빠르게 변하는 IT 트렌드가 세상의 거대한 틀을 부수고 있다는 오해도 불러 일으킨다. 이는 진실이 아니다. 스마트폰이 발전하고 웨어러블이 등장하며 스마트홈이 진화하고 있지만 우리는 사실 거대한 ‘알’ 속에서 IT를 엿보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에서는 이베이와 아마존에, 스마트폰의 핵심인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와 iOS에, PC 데스크톱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종속되어 살고 있다. 변하는 것은 없다. 분초 단위로 IT는 발전하고 있지만 모두 거대한 알, 거대한 생태계 안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변화일 뿐이다.

하지만 지금 그 거대한 알에 ‘균열’이 일고 있다. 균열의 주역은 중국의 BAT,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이다.

 

삼각 트로이카, 세계 IT 시장을 흔들다

2014년 9월 25일 기준, 글로벌 인터넷 기업 시가총액 상위 10위 안에는 중국 기업이 무려 4개나 포진해 있다. 알리바바가 2191억달러로 2위를 달리고 있으며 텐센트는 1406억달러로 5위, 바이두는 762억달러로 6위, JD닷컴이 319억달러로 10위다. 엄청난 성적이다. 물론 이러한 ‘호성적’에는 중국의 방대한 내수시장도 큰 역할을 담당했다. 내수시장의 폭이 넓고 깊이가 깊을수록 자국 기업의 성장은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BAT의 눈부신 성장을 단순히 내수시장의 ‘수혜’로만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몇 가지 요인이 더해져야 한다. 바로 전방위적 시장공략과 경계를 넘어선 확장이다.

▲ 알리바바 로고. 사진제공 - 알리바바

 

BAT의 치열한 내부 공방전

알리바바가 한때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을 지배하던 이베이를 물리친 일화는 유명하다. 알리바바는 자회사인 타오바오를 동원해 난적인 이베이를 상대로 출혈경쟁까지 불사했다. 훗날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이를 ‘노르망디 상륙’에 비유하며 자랑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BAT의 다른 축인 바이두와 텐센트 모두 ‘적’과 싸워 이긴 역사가 있다. 특히 바이두는 ‘중국의 구글’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구글의 자국시장 공습에 맞선 전례가 있다. 물론 중국 정부의 구글 차단으로 바이두가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바이두는 “중국 정부가 구글을 차단하기 훨씬 이전인 2003년부터 우리는 중국 1위였다”는 입장이다.

▲ 포털 바이두. 사진제공 - 바이두

BAT의 내부 공방전도 치열하다. 상대방이 강점을 가진 영역이라도 가차 없이 도전하고, 도전을 받은 쪽은 ‘반드시’ 보복한다. 알리바바가 모바일 메신저 분야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텐센트의 위챗을 견제하기 위해 모바일 메신저 ‘라이왕’을 출시하자, 이에 질세라 텐센트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알리바바에 타격을 주기 위해 중국 내 2위 전자 상거래 업체 JD닷컴(글로벌 인터넷 기업 시가 총액 10위)의 지분 15%를 인수하며 맞선 일화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내부 공방전이 지루한 소모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서로의 영역에 침범하고, 이를 물리침으로써 각자의 경쟁력을 끌어 올렸다. ‘피비린내 나는 전투’를 치르면서도 이들이 살아남아 성장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 텐센트 로고. 사진제공 - 텐센트

 

인터넷의 경계를 넘어

BAT의 무서운 점은 단순한 인터넷 기업을 넘어 다양한 영역의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점이다. 특히 리옌홍(45)이 이끄는 바이두는 중국의 구글이 아니라, 진짜 구글처럼 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다양한 IT 기기의 개발이다.

이미 클라우드 서비스를 출시해 중국은 물론 해외까지 외연을 넓힌 바이두는 지난달 2일(현지시각) 핀란드의 실내위치 정보 개발 스타트업 ‘인도어아틀라스(IndoorAtlas)’에 약 1천만달러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건물 내부의 스마트폰 위치 정보를 파악하는 데 특화되어 있으며 모바일 영업에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스마트 젓가락도 개발했다. 지난달 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바이두가 음식이 상했는지 먹어보지 않아도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 젓가락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콰이서우’(젓가락으로 검색해 찾는다)라는 이름의 이 스마트 젓가락은 음식에 닿기만 해도 식용유의 산패도, 액체의 수소이온(pH) 값과 온도, 과일의 100g당 열량을 측정할 수 있다. 중국판 구글글래스인 ‘바이두아이(Biadu-Eye)’는 더욱 노골적이다. 지난달 3일(현지시각) 공개된 바이두아이는 구글글래스처럼 증강현실을 지향하는 IT 기기다. 안경 스타일이 아니라 헤드셋 모양으로 디자인됐으며 전방을 주시하는 카메라가 오른쪽에 붙어 있다.

알리바바도 ‘확장 중’이다. 알리바바가 지난해 6월 출시한 온라인 머니마켓펀드(MMF) ‘위어바오’는 올해 6월까지 5740억위안(약 98조원)의 자금을 끌어 모았다. 이용자가 타오바오의 전자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에 충전한 금액을 이용해 자산을 운용, 수익금을 배당하는 위어바오는 알리바바의 주력 사업 중 하나다. 최근 국내 시장 진출을 예고한 알리페이와 더불어 알리바바의 무서운 잠재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위어바오는 홍콩 진출도 타진하고 있다.

국내 게임 산업의 큰손으로 부각된 텐센트는 6억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월 밸런타인데이에는 유명 백화점과 제휴해 전시된 상품의 바코드를 스캔하면 위챗을 통해 구매 및 결제가 이뤄지는 ‘위챗 쇼핑’ 프로젝트를 선보여 커다란 관심을 끌었다. 심지어 인터넷 쇼핑과 항공권 예매, 자판기 이용, 휴대폰 요금 지급 등도 위챗을 통해 할 수 있다. ‘원스톱’ 서비스의 결정판이다.

▲ 국내 SM 엔터테인먼트와 업무협약을 맺은 바이두 임직원. 사진제공 - SM 엔터테인먼트

세계정복이 시작됐다

뉴욕증시 상장 전, 이미 미국에 온라인 쇼핑몰 ‘11메인(11Main.com)’을 설립해 글로벌 행보를 추진하고 있는 알리바바는 아마존은 물론, 자신들이 자국시장에서 한 번 이겼던 이베이를 정조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도에도 진출해 현지 전자 상거래 업체인 플립카드와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는 중이다. 이미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 진출한 바이두는 이를 바탕으로 남미까지 넘보고 있으며 텐센트는 주력인 게임을 비롯해 메신저 ‘위챗’으로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있다. 텐센트가 다음카카오의 2대 주주라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BAT의 목표는 IT 세계정복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이들은 철저한 내수시장 공략으로 각자의 경쟁력을 끌어 올리며, 인터넷의 경계를 넘어 신성장 동력 사업까지 아우르는 전방위적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 ‘기인’으로 불리는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신사’로 불리는 리옌홍 바이두 대표, ‘엄친아’로 불리는 마화텅 텐센트 대표의 3인 3색 리더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