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인 애플의, 아니 팀 쿡의 대응

악재에 시달리는 애플의 중심에는 팀 쿡 CEO가 있다. 그는 25일(현지시각) 아이폰6의 밴드게이트에 대해 이례적으로 반박성명을 발표하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애플은 성명을 통해 “아이폰6+에 힘을 가하면 구부러지는 현상은 극히 드문 편”이라며 “판매가 시작된 지난 19일부터 지금까지 애플에 이 문제를 제기한 고객은 9명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iOS 오류에 대해서도 “iOS8.0.1 버그 문제로 불편을 겪은 아이폰6와 아이폰6+ 사용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수정 버전은 이전 버전보다 개선됐으며 버그 문제도 해결했다”며 적극적인 방어태세를 취했다.

 위기의 팀 쿡, 너무 서둘렀나

애플의 흔들림과 애플답지 않은 전격적인 ‘저자세’, 문제는 CEO인 팀 쿡의 경영철학에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팀 쿡은 전형적인 관리자형 CEO로 스티브 잡스 사후 애플이 일군 혁신을 제대로 보존하고 차분하게 발전시키기는커녕 성과를 내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왔다. ‘애플=혁신’이 아니라 ‘애플=대기업’의 인식을 심어준 것도 그가 CEO에 취임한 2011년 8월 24일부터다. 심지어 내부조직 시스템도 문제다. iOS8 오류의 경우 iOS6 당시 논란을 일으켰던 담당자가 또 한 번 실수하며 일이 커진 측면이  있다.

스티브 잡스는 독단적이었지만, 세월이 흐르며 직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며 자신의 일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디자이너 조나선 아이브의 발탁이다. 한때 자신이 운영했던 픽사의 애니메이션 성공신화를 경험한 스티브 잡스는 애플로 복귀해 최고의 산업 디자이너를 새로 채용하려 했었다. 하지만 우연히 조나선 다이브의 능력을 발견하고 그에게 모든 제품의 디자인을 맡겨 버린다. 그는 새로운 아이폰 시리즈를 창조해냈다.

팀 쿡은 스티브 잡스의 유지를 이어받았다. CEO에 취임한 직후 부서를 정리하고 통합했다. 이를 통해 부서의 협력과 권한을 강조하며 애플의 DNA를 지키려 했다. 다만 차이점은 존재한다. 스티브 잡스는 조직의 권한을 보장하며 제품의 개발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지만, 관리형 CEO 팀 쿡은 스티브 잡스와 같은 ‘스타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제품 개발에 영감을 불어넣은 창조적인 인재가 아니었기에, 관리 및 운영에만 매몰돼 CEO의 역할을 수행했고, 스티브 잡스가 담당하던 ‘혁신’은 정리와 통합의 과정을 겪은 내부시스템이 담당했다.

이는 얼핏 훌륭한 2대 체제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관리형 CEO가 장기인 ‘관리 및 보존’에 실패할 경우 파국은 걷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때로는 훌륭한 리더가 조직을 압도하며 혁명을 일으키는 것이, 안정적인 시스템을 지향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특히 애플처럼 독특한 DNA를 가진 기업이라면 이러한 경향은 강해진다. 그런 이유로 iOS8 오류의 ‘엉터리 담당자’ 선임과 같은 사례는 치명적이다.

덕분에 팀 쿡은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수행하기 위해 무리수를 남발하고 있다. 관리형 CEO의 허점이 발견될수록 그는 더욱 전임자의 존재를 자각한다. 물론 그는 훌륭한 CEO지만, 스마트 대전의 중심에 진입한 애플이 패블릿, 스마트워치라는 새로운 세상으로 뻗어 나가기 위해서는 또 한번의 혁신이 필요하다. 팀 쿡은 초조해하고 있다. 그가 초조함을 떨쳐내고 '돌아온 잡스'처럼 '혁신의 요리사'로 거듭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