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6 시리즈 출시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고 있지만, 내년 초 출시되는 애플의 애플워치(Apple Watch)도 많은 이들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 다만, 2015년 회계년도에 1200만대가 팔릴 것이라는 전망과 더불어 애플이 스마트워치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는 일반적인 반응이 대세다. 하지만 애플워치를 발표한 애플의 전략은 훨씬 중의적이며 치밀하다.

사실 관련업계가 애플워치를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하다. 분명히 스마트워치지만, 스마트워치 시장을 정면으로 겨냥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애플워치의 하드웨어를 살펴보면 확인할 수있다.

애플워치의 가장 특징적인 디자인은 '디지털 크라운(Digital Crown)'과 '밀라니즈 루프(Milanese loop)'다. 크라운은 시계를 좋아하는 매니아라면 익숙한 단어다. 일반적으로 아날로그 시계에서 시간과 날짜를 조정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디지털'을 접목했다고 해도 최첨단을 달리는 애플워치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 애플워치 디지털 크라운. 사진제공 - 애플

게다가 1800년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유행하던 사슬 모양의 시곗줄인 밀라니즈 루프를 차용한 대목도 특이하다. 밀라니즈 루프는 2013년 브라이틀링이 자사의 모델에 탑재해 커다란 인기를 끌었던 장식이다.

▲ 애플워치 밀라니즈 루프. 사진제공 - 애플

애플워치에 장착된 디지털 크라운과 밀라니즈 루프는 사실상 애플워치가 지향하는 '핵심'을 제시한다. 애플워치의 라이벌은 삼성전자나 LG전자의 스마트워치가 아니라 전통의 시계 제조사들이라는 뜻이다. 물론 촛점을 좁히면 삼성전자보다는 LG전자가 '그나마' 타깃이다. LG전자의 G워치R은 삼성전자의 기어S에 비해 IT에서 '시계'의 영역으로 한발 이동했기 때문이다.

최근 애플이 패션업계의 유명인사들을 속속 영입한 사실도 '애플워치의 방향'을 증명한다. 애플은 입생로랑과 버버리의 최고경영자는 물론 전통의 시계명문 태그호이어의 임원을 공격적으로 영입하며 '패션'에 방점을 찍었다.

물론 이러한 분위기는 글로벌 IT 회사들의 공통된 '유행'이기도 하다. 스마트홈을 강조한 사물인터넷 기술의 발전으로 실생활에 영감을 줄 '예술'과 'IT'의 결합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IFA 2014에서 삼성전자가 '더 파워 오브 더 커브(The power of the curve)'라는 미학적 강점을 피력한 부분도, LG전자가 스와로브스키와의 협업으로 화려한 UHD TV를 공개한 대목이 이와 결을 함께한다. '폴로'라는 패션업체가 웨어러블 시장에 뛰어든 것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다.

▲ 더 파워 오브 더 커브(The power of the curve). 사진제공 - 삼성전자

게다가 애플은 반도체, GPS 등 다양한 영역의 인재들도 영입하고 있다. 이는 애플이 애플워치를 통해 전통의 시계 제조사들을 노리는 한편, 다양한 웨어러블 시장을 타진하고 있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결론적으로 애플은 IT를 기반으로 새로운 영역을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영역에 뛰어들어 기존의 사업자들과 경쟁을 벌이겠다는 뜻이다. 물론 경쟁의 핵심무기는 IT다.

▲ 애플워치. 사진제공 - 애플

흥미로운 대목은 애플의 이러한 전략이 기존의 강자들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업계에서는 전통의 시계 브랜드 그룹인 ‘스와치’가 스마트워치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닉 헤이엑 CEO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기술 업체가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와 협력하고 싶어 하지만, 우리 스스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통적인 시계분야는 물론 스마트워치 분야에서도 강한 자신감을 보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테그호이어의 장 클로드 비버 루이비통모엣헤네시 그룹(LVMH) 시계 부문 회장도 14일(현지시각) 현지 매체인 ‘노이에 취르허 자이퉁’을 통해 “스마트워치를 출시하고 싶다”는 소신을 밝혔다. 다분히 애플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기존 강자들 입장에서는 1969년 일본의 세이코가 석영으로 자기장을 만들어 진동을 일으키는 쿼츠시계를 출시해 시장 판도를 흔들었던 '악몽'을 떠올릴 확률이 높다.

▲ 테그호이어 이미지. 사진제공 - 테그호이어

애플워치는 사파이어 글래스라는 무기를 바탕으로 '핼스'와 '편리함'에 방점을 찍었다. 이런 관점에서 일각에서는 디지털 크라운 등을 장착한 애플의 노림수가 새로운 하드웨어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애플은 신모델을 발표할때마다 항상 아이팟 휠, 아이폰 멀티터치 등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해왔다. 다양한 전략적 포석을 바탕으로 IT와 예술의 경계로 뛰어든 애플워치의 미래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