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13일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중소기업청 ‘월드클래스(World Class) 300 프로젝트’ 선정기업 지정서 수여식에서 56개 선정기업 대표들과 한정화 중기청장(앞줄 왼쪽 다섯번째),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앞줄 왼쪽 네번째)이 수출기업 선전을 다짐을 하고 있다. [사진=산업기술진흥원]

대한민국은 수출로 국가 경제를 지탱해 가는 나라다.

지난해 총 교역액 1조750억달러 가운데 수출이 52%(약 5600억달러)를 차지한다. 또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1조1975억달러의 약 47%가 수출에서 나온다. 올해 수출 목표액은 5955억달러. 목표를 달성한다면 전체 교역액 1조1575억달러의 절반을 넘어선 51.4%에 이를 전망이다. 수출의 비중이 더 커진다는 의미다.

그만큼 수출이 부진하면 국부 창출이 힘들거나 줄어드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국가와 국민의 생활과 직결돼 있는 게 바로 수출인 셈이다.

 

국내기업 99%가 중소기업, 수출 비중은 30%대

수출 기반의 경제 성장 패러다임은 ‘한강의 기적’으로 대표되는 한국 경제를 산업국가로 도약시켰고, 그 물적 기반은 일정 정도 정치적 민주화를 견인하는 역할을 해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수출 중심의 부가가치 창출 구조는 취약성을 안고 있다. 다름 아닌 연간 수출의 60%를 50대 대기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조사통계(http://stat2.smba.go.kr/index.jsp)에 따르면 2012년 총 수출 5478억달러 가운데 대기업 3712억달러(67.7%), 중소기업 1028억달러(18.7%), 중견기업 728억달러(13.3%), 기타 약 9억5000만달러(0.2%) 순으로 집계됐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비중(1~11월 기준)은 32.9%로 2012년(32.1%)에 상승세로 반전했지만, 30% 초중반대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제조업 분야 기업체 수는 2012년 기준 11만6174개이며, 이 가운데 종사자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이 11만5500개, 300인 이상 대기업이 674개에 이른다. 전체 제조기업에서 중소기업이 99.4%로 절대적인 수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수출과 밀접한 제조업 분야에서 99%로 수적 우위인 중소기업들의 수출 기여도는 30%대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의 수출 실적이 아직 마이너스 성장을 밟고 있지는 않지만, 0.6%뿐인 대기업군에 나라 일년 수출 총액의 70% 가량을 의존하고 있다는 건 대기업 몇 개가 글로벌 경쟁에서 탈락할 경우, 전체 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좌불안석’ 심정일 수밖에 없다.

결국 ‘수출 코리아’호(號)가 적자생존의 글로벌 경쟁 대해(大海)에서 지속적인 순항을 하려면 선단을 이끄는 대기업 못지 않게 중소기업의 수출 항진(航進)이 필요하고, 정부의 수출 중소기업 지원 의지도 병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조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수출기업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다각적인 지원 제도를 시행해 왔다.

특히 지난 2010년 정부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세계적 전문 중견기업 육성 전략’이 발표되고, 이듬해 글로벌 수출기업으로 성장 의지와 잠재력을 갖춘 중소·중견기업인 ‘월드 클래스(World Class) 300’ 프로젝트가 구체적으로 시행되기에 이른다.

그해 2011 월드클래스 기업 30개사 선정을 시작으로 2012년 37개사, 2013년 33개사 등 3년간 3분의 1에 해당하는 100개사를 선정했다.

이어 올해 한글과컴퓨터, 휴온스, 티맥스소프트, 위닉스, 영신금속공업 등 56개가 대거 월드클래스300 기업으로 추가됐다.

▲ [자료=산업기술진흥원]

월드클래스300, 글로벌기업 도약의 성장 사다리

월드클래스300 기업 가운데 지난해 선정된 바이오인식 장치 기업 슈프리마(대표 이재원)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최고의 기술을 자랑한다.

지문 및 얼굴 인식 분야에서 탁월한 인증률과 빠른 인증 속도를 인정받아 해외 120여개 나라에서 1000개가 넘는 기업들의 슈프리마의 바이오인식 장치로 금융결제, 출입 보안 등의 시스템으로 사용하고 있다.

슈프리마의 지문인식 기술의 핵심 알고리즘은 세계경연대회서 세 차례나 정상을 차지했고, 미국 국립기술표준원 지문인식 알고리즘 호환성 테스트에서 1위를 거머쥐었다.

이를 바탕으로 슈프리마는 지난해 538억원 매출을 달성하고 중소기업청의 월드클래스300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전체 매출 가운데 수출 비중이 74% 차지하는 슈프리마는 해마다 해외사업에 주력하면서 해외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슈프리마 외에도 월드클래스300에 선정된 수출 중소·중견기업들은 나름대로 해당 기술이나 제품에서 국내 1위, 세계 상위권을 차지하며 중소기업 수출 비중을 늘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3년간 월드클래스300에 선정된 100개사들이 일궈낸 성과는 정부와 업계로부터 주목 받고 있다.

중견기업 성장과 지원을 돕고 있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 따르면 선정기업 100개사는 선정 이전보다 매출, 수출, 연구개발(R&D) 투자, 고용 등 주요 부문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월드클래스 100개사의 2013년 평균 매출은 2252억원으로 선정 전의 1931억원보다 약 17% 증가했다. 평균 수출액도 1368억원을 기록, 선정 전 1132억원보다 236억원(20.8%)이나 크게 늘어났다.

이 같은 실적 호조에 힘입어 월드클래스 기업들은 R&D 투자를 17% 확대하는 한편, 직원 고용 규모도 평균 40명(9.5%) 이상 추가 채용하며 사세를 넓힌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고용 확대와 관련, ㈜와이지원의 경우는 지난해 말 전체 직원 1358명에서 올 1분기에 1476명으로 신규채용 118명을 늘렸고, ㈜아모텍 역시 지난해 말 1120명이던 직원 수가 올 1분기에만 100명을 새로 받아들이며 8.9% 고용 신장률을 자랑했다.

글로벌 수출기업을 전략적으로 키우기 위한 월드클래스300은 단순히 지원 개념의 프로젝트를 뛰어넘어 선정기업이 스스로 성장 역량을 보유, 강화해 해외시장에서 독자적인 경쟁력 우위를 가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기관과 민간기업들이 선정 기업의 월드클래스기업 도약을 돕기 위해 전방위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는다.

해외시장 확대에 중요한 부품소재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기업과 기술 파트너십을 맺고 싶어하는 중소기업들에게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파트너 발굴의 애로점을 해소해주고 해외진출의 길을 넓혀주고 있다.

또한 해외사업 전문 인력을 구하기 힘든 중소·중견기업의 한계를 뚫기 위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이 나서 해외전문인력 채용을 돕고 있다.

중소기업의 최대 취약점인 자금부족을 위한 월드클래스 지원은 가장 폭넓게 이뤄져 무역보험공사, 정책금융공사, 중소기업은행, 산업은행을 포함해 하나은행, 농협은행 등 금융권의 금리우대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한편, 중소기업청은 지난 3월 KOTRA와 공동으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서 ‘월드클래스 300 기업’의 수출 확대를 위한 ‘월드챔프 동남아 로드쇼’를 개최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월드챔프 로드쇼는 기업 중심의 맞춤형 해외 마케팅 지원을 통한 글로벌화 촉진을 위해 추진됐다”면서 “특히, 타깃지역이 같은 월드클래스 300 기업을 대상으로 공동 로드쇼를 개최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