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사 시절, LG그룹의 전자기술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첫 국산 라디오 ‘A-501’을 통해 국내 가전시장을 주름잡은 LG전자는 삼성전자가 탄생하기 전부터 국내 전자시장의 안방마님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하지만 이후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LG전자는 내리막을 걸었다. 특유의 기술력과 인프라를 통해 언제나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시대의 변화는 생각보다 빨랐고, LG전자는 미궁 속에서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현재, LG전자는 명예회복을 노리며 새롭게 비상하고 있다. 특히 1997년 ‘싸이언’의 영광을 되새기며 전략 스마트폰 ‘옵티머스G3’를 출시해 시장에서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던 부분이 결정적이다. 비록 절대적인 승리는 아니더라도 G3의 대박은 LG전자의 승부수가 시장에 통했음을 의미한다.

   
▲ 스마트폰 G3. 사진제공 - LG

G3는 지난 5월 출시된 이후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며 LG전자의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일등공신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7월 LG전자의 국내 휴대전화 시장점유율은 29%다. 4월까지만 해도 LG전자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10%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G3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예상할 수 있다.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G3효과’가 극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조사결과 LG전자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6월 10%에서 7월 13%로 껑충 뛰어 올랐다. LG전자는 지난 7월부터 버라이존과 AT&T, T모바일, 스프린트 등 미국 4대 이동통신사를 통해 G3를 공급하고 있다. LG전자가 올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5%를 넘어 내년에 10% 수준까지 높아져 세계시장 3위를 탈환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의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출하량 기준)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점유율 분야에서 LG전자는 4.9%를 기록하며 6위에 올랐지만 3~5위를 차지한 화웨이(6.8%), 레노버(5.4%), 샤오미(5.1%)와 치열한 3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평균 전망치)는 전년 동기보다 107.85% 증가한 4527억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스마트폰 ‘G3’ 판매가 3분기까지 호조를 보이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대목이 주효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G3는 북미와 유럽에서 상당한 판매고를 올리며 3분기 판매량이 3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그리고 G3 비트, G3 비스타, G3 스타일러스 등 파생모델을 합하면 400만대를 넘을 것이란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G3 성공의 여세를 몰아 LG전자는 스마트홈을 전면에 내걸고 자신들이 백색가전(白色家電)의 맹주임을 다시 한 번 천명했다. 최근 폐막한 IFA 2014가 대표적이다. LG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 ‘더 나은 고객의 삶을 위한 혁신(Innovation for a Better Life)’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2657㎡ 규모의 부스에 차세대 고화질 디스플레이, 스마트홈 서비스 및 고효율 가전, 차별화된 감성 혁신의 모바일 기기 등을 전시했다. 지난 8월 국내 시장에 세계 최초로 출시한 ‘울트라 올레드 TV’를 비롯해 77형 가변형 울트라 OLED TV로 이어지는 TV분야 라인업부터 인상적이다.

여기에 진공 청소기, 핸디스틱 청소기, 침구 청소기, 로봇 청소기 등 전 제품군에 무선 기술을 완성한 무선청소기 ‘코드제로(Cord Zero)’는 프리미엄 가전의 결정체였다. 특히 LG전자는 세탁기의 다이렉트 드라이브(Direct Drive) 모터 기술을 기반으로 독자 개발한 ‘스마트 인버터 모터’를 진공 청소기에 처음 탑재해 눈길을 끌었다. ‘스마트 인버터 모터’는 기존 모터의 브러시 장치를 전자회로로 대체해 10년 이상 긴 수명, 고효율, 고성능 등을 구현한다.

   
▲ IFA 2014 OLED TV. 사진제공 - LG
   
▲ 스마트홈 서비스. 사진제공 - LG

한편 스마트워치 ‘G워치R’은 그 자체로 대히트였다. 웨어러블을 중심으로 새로운 사물인터넷의 미래를 조명했다는 평가다. G워치R은 원형 플라스틱 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스마트워치로 메탈바디와 교체 가능한 천연 가죽 소재의 스트랩을 선택했으며, 1.2GHz 퀄컴 스냅드래곤 400 프로세서, 410mAh 대용량 배터리 등 최적화된 하드웨어를 탑재했다. G워치R은 IFA 2014에서 IT전문매체들로부터 최고제품에 선정되어 호평을 받았으며 안드로이드 센트럴, 탐스 가이드 등 외신들은 G워치R을 ‘Best OF IFA 2014’로, 엑스퍼트 리뷰, 피씨 프로 등은 ‘Best Smart Watch’로 각각 선정했다.

   
▲ G워치R. 사진제공 - LG

정수는 본격적인 스마트홈 서비스 그 자체다. LG전자는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가전제품과 일상언어로 채팅하는 LG만의 스마트홈 서비스인 ‘홈챗(Home Chat)’ 지원 제품을 스마트 생활가전 외에도 로봇청소기, 스마트 조명, 무선 멀티룸 오디오 등으로 확대했다. 이를 통해 미국 스마트 온도 조절기 ‘네스트(Nest)’를 시작으로 사물인터넷 플랫폼 ‘올조인(AllJoyn)’ 등 글로벌 스마트홈 플랫폼 업체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주요한 동맹군인 ‘네스트’는 사용자의 외출/귀가에 맞춰 자동으로 온도를 조절하는 가정용 지능형 냉·난방 온도 조절기 업체로 올해 초 구글이 인수했다. 이 여세를 몰아 LG전자는 15일 미국 가전 전문매체인 ‘트와이스(TWICE)’가 실시한 제품평가에서 세탁기·냉장고가 최고 제품으로 선정됐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최고 제품 선정이다.

최근 LG전자는 조직 슬림화를 추진하며 가전제품을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 인력의 4명 중 1명꼴인 무려 27%를 자동차부품(VC)사업본부에 배치했다. 이는 LG전자가 미래성장동력으로 자동차부품사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VC사업본부를 신설해 승부를 걸었다는 뜻이다. 또 한번의 ‘비상’이다.

전자분야의 강세에는 오너 일가인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활약이 주효했다. 구 부회장은 LG전자의 2등 DNA를 바꾸기 위해 R&D(연구개발)에 집중한 사업 전략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LG전자의 연구개발비는 구 부회장이 2011년 취임한 이듬해 2조원을 넘어섰다. 1등을 위한 ‘분노의 질주’보다 차분하고 섬세한 ‘바닥 다지기’에 전념했다는 뜻이다.

   
▲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사진제공 - LG

실제로 2011년 1조9234억원이던 연구개발비는 다음해 2조1019억원으로 1800억원 이상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1900억원 이상 늘어난 2조2933억원을 기록했다. 성과는 당장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G3에 고성능 카메라 기능인 레이저 자동 포커스 등 현존하는 최고의 하드웨어를 장착해 분기 최대 스마트폰 판매량(1450만대)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LG전자는 글로벌 기업들 중 LTE·LTE-A(어드밴스트) 표준필수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하는 등 다양한 연구개발의 성과를 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최근 3~4년 어려운 시기가 있었지만 수동적으로 시장에 몸을 맡기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차분하게 연구개발에 매진했던 부분이 현재의 LG전자를 만들었다고 본다”고 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