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은 남성에게 신체의 에너지로 작용해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조절하고, 남성을 표현하며 성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해서 ‘남성호르몬’ 또는 ‘파워호르몬’으로 부르기도 한다.

남성의 노화는 테스토스테론과 깊은 관련이 있다. 남성 노화로 나타나는 증상 대부분이 테스토스테론의 감소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40~50대가 되면 고환의 기능이 약화되면서 테스토스테론은 더욱 감소하게 되고 이로 인해 여러 증상이 발생하는 것을 ‘후천성 성선기능저하증(LOH: Late Onset Hypogonadism)’ 또는 ‘남성호르몬 결핍증후군’이라고 한다. 한때 후천성 성선기능저하증을 여성의 폐경기와 대칭적인 의미에서 ‘남성갱년기 증후군’으로 명칭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성은 여성처럼 폐경기를 계기로 생식능력이 중단되지 않고 증상의 발현도 개인에 따른 차이가 많으며, 20~30대 남성에서도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는 경우가 있어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됐다.

남성 고환의 기능이 약화되거나 다른 원인으로 인해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게 되면 근육량과 근력의 감소로 무력감이 동반돼 피로감을 느낄 뿐만 아니라 성욕 감소, 발기력 감소, 사정량 감소, 사정 시 쾌감 감소 등 성기능 장애가 먼저 나타나게 된다.

후천성 성선기능저하증은 정상적인 노화 과정과 구분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최근엔 ▲성욕 저하, 발기부전(빈도·질), 특히 야간 발기장애 ▲지적 활동, 인지기능, 피로, 우울, 성급함을 수반하는 기분의 변화 ▲수면장애 ▲근육량과 근력 감소 ▲내장지방 증가 ▲체모 감소 및 피부 변화 ▲골밀도 감소 등 7가지 증상을 특징으로 하는 증후군으로 정의하고 있다.

후천성 성선기능저하증의 진단은 충분한 병력 청취와 적절한 문진 후, 위와 같은 증상이 나타날 경우에 혈액을 채취해 총 테스토스테론(total testosterone), 유리 테스토스테론(free testosterone) 수치를 검사한다. 검사 시 총 테스토스테론만 검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간혹 검사 수치가 정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오류를 범할 수 있으므로 유리 테스토스테론을 병행 검사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검사 결과, 총 테스토스테론이 240ng/dL 이하이거나 유리 테스토스테론이 50pg/mL 이하인 경우 후천성 성선기능저하증으로 확진돼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총 테스토스테론이 241~346ng/dL 또는 유리 테스토스테론이 51~72pg/mL인 경우 테스토스테론 결핍에 따른 증상이 나타나거나 40대 이하의 연령층에서 발생한 경우에도 치료 대상이 된다.

테스토스테론의 감소는 남성을 여성화시킨다. 남녀 모두 부신(副腎, Adrenal glands)에서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estrogen)이 분비된다. 나이가 들면 남성의 경우 노화와 함께 고환의 기능이 약해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감소하지만, 부신의 에스트로겐 분비량은 큰 변화가 없게 된다. 따라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비중이 높아져 여성화되는 것이다. 성격이 불같은 남성이 나이를 먹으면서 부드러운 남자로 변하는 이유가 바로 테스토스테론의 감소 때문이다.

반대로 여성은 나이가 들면서 난소의 기능이 약해져 폐경이 되면 에스트로겐 분비는 감소되지만 부신의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은 변하지 않아 그 지배력이 높아진다. 따라서 씩씩하고 용감해지는 남성화가 진행된다. 젊어서 강압적인 남편과 사는 여성들이 하는 말로 “늙어서 김치뿌리 못 먹을 때 두고 보자”라는 말이 있다. 이는 남편이 힘 떨어지면 보복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굳이 마음속에 이를 갈면서 보복을 다짐하지 않아도 된다. 세월이 흐르게 되면 테스토스테론 때문에 자연스럽게 전세가 역전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남성들은 이 사실을 명심하고 젊어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을 때 보험에 가입하는 마음으로 평소 아내에게 잘해주는 것이 만수무강(萬壽無疆)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홍성재 의학박사·웅선의원장·의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