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의 부활(1) ‘사물인터넷’

비트코인의 시대가 끝나는 것일까? 표면적인 대답은 ‘그렇다’이다. 현재 비트코인은 애플 페이의 아성에 가로막혀 언론의 주목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전자결제 시장의 미래를 모바일에서 찾고 있지만, 비트코인보다 전자지갑의 가능성에 더욱 집중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비트코인의 부활을 알리는 징후들이 여럿 포착되고 있다. 특히 사물인터넷의 등장으로 비트코인은 ‘인프라’적 측면에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최근 IBM은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아키텍처와 텔레해시 프로토콜, 비트토렌트 프로토콜 등을 결합한 사물인터넷 플랫폼 '어뎁트(Adept)'를 공개했다. 어뎁트는 IBM의 공식 상품이 아니며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IBM의 어뎁트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은 명확하다. 비트코인의 아키텍처 등의 구동을 사물인터넷 커리큘럼에 그대로 적용해 궁극적으로 스마트홈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자는 뜻이다.

현재 IBM은 중앙집중형 클라우드로 스마트홈 내부 시스템을 구동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가령 스마트홈의 서비스로 명령을 내렸을 때, 중앙집중형 클라우드와 각 전자기기들의 데이터양은 너무 방대해진다. 기기의 연결을 기본으로 삼는 사물인터넷의 특성상 중앙집중은 그 자체로 서비스의 ‘비대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블록체인을 활용해 새로운 아키텍처를 구상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분산형 트랜잭션 엔진을 기반으로 하는 비트코인은 중앙집중형 클라우드 스마트홈보다 더 간결하고 빠르게 명령 체계를 소화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제안’은 비트코인 외 다른 전자화폐의 구동방식을 중앙집중형 대신 쓰자는 주장과 같다. 다만 비트코인의 분산형 트랜잭션 엔진을 그 자체로 스마트홈에 대입하자는 제안은 비트코인의 시스템이 다양한 방안, 특히 사물인터넷 영역에서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게 만든다. 직접적인 대응이 아니라 ‘인프라’를 활용하자는 뜻이다.

최근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정례 분기보고에서 “비트코인이 가지고 있는 분산된 온라인 거래 장부(distributed ledger) 기술이야말로 가상화폐가 이뤄낸 핵심적인 혁신”이라고 밝혔다. 블록체인의 보안성 덕분이다. 앞에서 설명한 블록체인의 시스템이 가벼운 스마트홈을 가능하게 만든다면, 영란은행이 주목한 부분은 분산형 트랜잭션 엔진의 파편화가 보안이 생명인 주식시장에 엄청난 파급력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제한 셈이다.

영란은행은 “어떤 중앙집중식의 기관 없이도 안전하게 디지털 상에서 거래 기록 등을 남기고 지급결제를 보증할 수 있는 이 같은 기술은 근본적인 변화가 될 수 있다”며 “비트코인에는 더 개발해볼 만한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고 호평했다.

 

비트코인의 부활(2), ‘아직 쓸 곳이 많다.’

11일(현지시각) 영국의 가디언은 전자결제 회사 페이팔이 자회사를 통해 비트코인의 결제를 허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숙박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 콜택시 서비스 우버, 클라우드 서비스 드롭박스에서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여기에 최근 본격적인 국내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미국의 아마존이 인수한 게임 중계방송 트위치도 지난달부터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인정하고 있다.

국내도 비트코인 거래가 존속의 차원을 넘어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최근 한국비트코인거래소는 소프트뱅크벤처스 등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30억 원의 투자를 유치 받아 본격적인 비트코인 유통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이미 가동 중인 오픈마켓을 통해 비트코인 파급력을 극대화 시킨다는 전략이다. 효성그룹의 조현준 사장이 대주주인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도 비트코인 결제기업과 함께 비트코인 전용 선불카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심지어 비트코인으로 건물 임대금을 받겠다는 사람도 생겨났다.

 

비트코인, 여전히 블루오션인가

비트코인의 가치는 떨어졌다. 하지만 기술이 가지는 효용성은 여전하다. 이를 바탕으로 사물인터넷의 거대한 로드맵이 변하고 있으며 실제 활용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다만 아직 ‘보편화’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애플 페이와 카카오 페이로 대표되는 모바일 결제 시장의 방향이 어느 정도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이 몇 년 전부터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을 개발하고도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인해 전자지갑 시장의 선점기회를 놓친 대목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계륵이 되어버린 ‘와이브로’의 전철은 경계해야 하지만 비트코인 자체의 경쟁력은 아직 남아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기 때문이다.

키프로스 최대 사립대인 니코시아대학은 ‘가상화폐의 이해’ 강좌를 수료한 수강생에게 비트코인으로 수업료를 받고 있다. 심지어 니코시아대는 비트코인의 블록체인에 수료증을 데이터로 심어 이를 찾을 수 있는 해시 코드를 수강생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비트코인은 아직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