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노트4의 돌풍이 상당하다. 예약판매에 돌입하기 무섭게 '매진'행렬이다. SK텔레콤은 갤럭시노트4 예약 판매 당일인 18일 이미 재고 물량 1만대를 모두 소진하는 진기록을 세웠으며 다른 통신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막강한 스펙과 기능은 물론, 웨어러블과 가상현실까지 섭렵한 갤럭시노트4의 경쟁력 덕분이다.

하지만 갤럭시노트4가 시장에 풀리더라도 보유하고 있는 막강한 스펙을 100%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스마트폰의 두뇌격인 AP가 구글의 '몽니' 때문에 제대로 힘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갤럭시노트4. 사진제공 - 삼성전자

내막은 이렇다. 업계에 따르면 갤럭시노트4는 64비트 모바일 AP '엑시노스5433'을 탑재했지만 운영체제(OS) 문제로 32비트 지원에 그칠 전망이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OS가 64비트 AP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64비트 AP는 기존의 32비트와 비교해 데이터를 최소 2배 이상 처리할 수 있는 프리미엄 기능이며 갤럭시노트4의 최대 강점 중 하나다. 강력한 하드웨어 기능이 소프트웨어 기능지원의 한계로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향후 구글이 64비트 AP를 지원하는 OS를 출시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최근 구글은 64비트 AP를 지원하는 '안드로이드L'을 배포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심지어 안드로이드L이 등장해도 64비트 AP는 당분간 불가능 하다는 입장이다. 파트너사와의 관계가 정리되지 않아 정식으로 출시하지 않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는 삼성전자에 대한 '견제'라는 설에 무게가 쏠린다.

물론 구글과 삼성전자의 안드로이드 동맹은 견고하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는 16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그랜드볼룸에서 '삼성 오픈소스 컨퍼런스(SOSCON)'를 열어 자체 모바일 OS인 타이젠을 준비하는 등, '탈 구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는 당장 버릴 수 없어도 웨어러블과 스마트 TV 등 2차 스마트 기기 시장에서는 자체 OS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는 구글의 심기를 건들기에 충분하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삼성전자의 '탈 구글화' 정책과 구글의 안드로이드L 출시 지연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본다.

구글이 레퍼런스 모델인 새로운 넥서스 시리즈를 위해 안드로이드L 출시를 미루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애플이 64비트 AP를 지원하는 iOS7을 통해 이미 스마트폰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상황에서, 구글은 삼성전자의 64비트 AP를 지원하는 것보다 자사의 레퍼런스 모델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레퍼런스 태블릿PC인 넥서스7 2세대와 더불어 LG전자의 프리미엄 폰 G2를 기반으로 제작한 넥서스5를 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안드로이드L 개발이 거의 끝났음에도 해당 제품을 선보이고 있지 않아 조만간 구글의 새로운 넥서스 모델이 임박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구글의 첫 64비트 모델은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아닌 레노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처럼 갤럭시노트4의 64비트 AP는 구글의 전략적 '견제'에 가로막혀 당분간 힘을 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안드로이드L이 출시 된다고 해도 64비트 AP 지원은 노골적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구글은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배제하고 자신들의 영향력에 강하게 종속된 기업을 중심으로 64비트 자체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를 가진 자가 모든 것을 가진다'는 뜻이다.

타이젠을 출시하며 '탈 구글화'를 천명한 삼성전자와 2012년부터 AP 개발에 매진해 빠르면 9월 자체 AP를 탑재한 스마트폰, 가칭 'G프로3'를 출시하는 LG전자의 반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