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않는다'

나락의 끝으로 떨어지던 손정의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계열사를 정리하며 내실을 다지는 한편, 야후재팬을 다시 일본 도쿄 증시 1부에 상장시키며 기회를 노렸다. 시가총액이 1/100로 줄어들자 거칠게 항의하는 주주들을 대상으로 장장 6시간 동안 설득에 매진하는 승부사적 기질도 보여줬다.

주머니 사정이 나빠졌어도 과감한 결단에 바탕을 둔 날카로운 '투자본능'도 여전히 꿈틀거렸다. 2004년 자신을 찾아온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에게 6분의 면담을 끝으로 2000만 달러를 투자한 것도 바로 이 시기였다. 14년 후 결과가 말해준다. 신의 한수였다.

이후 그는 재팬텔레콤 인수, 당시 일본 꼴찌 통신사 보다폰 일본법인을 인수하며 통신계로 보폭을 넓혔으며 스티브 잡스의 든든한 조역자로 자리매김하며 '애플 열풍'에 일조했다. 2013년 포브스는 소프트뱅크에 대해 자산가치 470억 달러, 매출 380억 달러의 전 세계 148위 기업에 선정했으며 2014년, 알리바바의 '매직'으로 손정의는 세계 IT를 평정한 거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지금도 로봇사업에 투자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있다.

 

시장을 꿰뚫어보는 '눈'

손정의 회장은 처음 소프트뱅크를 설립했을 당시, 자신이 영입했던 두 명의 직원에게 향후 IT 사업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삼아 발전할 것이라고 설파했다. 24살의 젊은 사장은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모든 것을 창출할 핵심 아이템이라는 점을. 하지만 지금이야 돈 주고도 듣지못할 연설이어도 당시 직원들에게는 황당하고 불편한 이야기였다. 결국 매일 30분간 진행된 손 회장의 연설에 질려버린 두 명의 직원은 일주일만에 회사를 그만둬 버린다.

그래도 손 회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뚝심있게 사안을 관찰하고 과감하게 뛰어드는 결단성을 무기로 결국 성공 신화를 창조했다. 절망의 끝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끊임없이 모색했다는 뜻이다. 그는 미국 유학시절부터 전혀 상관없는 몇 장의 카드를 조합해 사업 아이템을 정하는 다소 괴상한 버릇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도 그의 성공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의 철학

이런 경향은 기업 운영 철학에서도 드러난다. 실제로 소프트뱅크의 사풍은 독특하다. 사업의 수익성을 따지며 기회를 놓치면 엄청난 문책을 당하지만 과감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실패하면 도리어 인정받는 분위기다. 그는 실적을 올린 사원에게 자신의 보유주식을 증여하는 ‘특별포상제도’를 실시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적도 있다.

자신이 투자한 회사의 운영에는 일절 간섭하지 않는 것도 그만의 '스킬'이다. 실제로 알리바바는 주주에게 기업의 의사결정권을 주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일부에서는 '마윈 회장의 손 회장 축출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손 회장은 "성과만 좋으면 간섭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믿으면 불도저처럼 돌격하는 '기질'도 손 회장의 매력이다. 2012년 5월 그는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녹색성장 서밋 2012’에 참석해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며 "녹색성장에서 원전을 빼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당시 이명박 정부는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에서 “탄소를 배출하게 되면 세계 미래가 정말 핵의 위험성만큼 위험하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클린에너지를 할 수 있는 것은 원자력 발전소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정면으로 배치된다. 당시 한국 정부는 당황했고, 심지어 당시 행사장에서 청중들이 손 회장을 비판하는 일도 발생했다.

하지만 손 회장은 "나는 한국 정부를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단지 원전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 그만둬야 한다는 말을 하고자 할 뿐이다"고 당당히 맞섰다. 정부와 공동으로 행사를 주최한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관계자는 “손 회장의 원전에 대한 입장은 GGGI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하다”며 허겁지겁 진화에 나섰다.

손 회장의 소탈함도 무기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그는 대중에게 소탈한 이미지로 각인되며 자신의 사업적 수완을 극대화 시키고 있다. 1994년 소프트뱅크가 처음 주식을 상장했을때, 그는 도쿄 근처의 허름한 중식당에 자주 모습을 보여 커다란 관심을 끌었다. 상장으로 인해 억만장자가 된 그가 한국돈으로 1만 원도 되지 않는 덮밥을 즐겨먹는다는 사실이 대중들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이다. 여기에 재벌답지않은 적은 씀슴이와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 등이 여러 루트를 통해 알려지며 손정의는 물론 소프트뱅크 전체의 이미지가 좋아졌다.

 

알리바바의 뉴욕증시 입성으로 1대주주 소프트뱅크, 그리고 손정의 회장이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차별받던 '조센징' 재일동포 3세에서 세계적인 기업가로 변신한 그의 행보가 많은 이들의 탄성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도전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