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KB투자증권과 자동차 시장조사기관인 마크라인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40.4% 증가한 6만888대를 기록했다. 지난 8월 미국 GM의 전기차 ‘볼트’ 판매량은 전월 대비 491대 늘어난 2511대로 집계돼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전기차의 글로벌 판매세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는 지난 7월 세 차례에 걸쳐 친환경 자동차 장려 정책을 내놓았다. 중국이 향후 전기차 시장 성장을 주도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글로벌시장과 연관성이 높은 기업으로는 LG화학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종합화학기업인 LG화학은 2009년부터 전기차용 배터리를 본격적으로 생산해 왔다.

▲ 전기차용 배터리 모습. [사진제공=LG화학]

올해 상반기까지 LG화학의 배터리를 탑재한 하이브리드·플러그인하이브리·순수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 누적 대수는 총 32만여대이며 현재 20여곳에 이르는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공개된 주요 고객사로는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미국의 GM·포드·이튼과 유럽의 폴크스바겐·르노·볼보, 그리고 중국의 상해기차·장안기차·제일기차·코로스 등이 있다.

지난해 2조5826억원의 매출과 323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LG화학 전지사업본부는 올해 전년 대비 10% 증가한 2조8400억원의 매출 목표를 갖고 있다. 지난해 매출 중 전기차 및 ESS(Energy Storage System·에너지저장시스템) 등 중대형 배터리 분야의 규모는 6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연비와 배출 가스 규제에 따라 본격적으로 친환경차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2016년 이후에는 경쟁사와 격차를 더욱 크게 벌린 ‘진정한 세계 1위’를 달성해 나갈 계획이다.

권영수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은 “지금 일등이라고 안주해서는 안 된다”며 “본격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열리는 2016년경에는 경쟁사가 감히 넘볼 수 없는 확실한 세계1위를 달성해야 한다”고 임직원들을 다독이고 있다.

이처럼 오늘날 글로벌 메이저 자동차 회사를 고객사로 확보해 전기차용 배터리 부문 세계 최강자로 부상하기까지에는 LG화학의 과감한 결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경쟁사가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한 데에 따른 결과물인 것이다.

지난 2000년부터 기술 장벽 및 사업화에 대한 높은 위험 부담 때문에 국내외 어느 기업도 먼저 시작하지 못하던 중대형 배터리 분야를 개척하기 시작한 LG화학. 불과 10여년 만에 2차전지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 기업들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섰다.

LG화학 관계자는 “해외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기업의 경우 대다수가 자동차업체의 계열사로 분류돼 자체적으로 생산·완료 후 해당 회사에만 독점적으로 공급해 성장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하지만 LG화학을 비롯한 국내 배터리 생산업체는 자동차 회사가 아니기에 고객이 한 회사로만 국한되지 않아 해외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고 밝혔다.

한편,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 2011년 100만대에서 오는 2015년 678만대, 그리고 2020년 1000만대 이상으로 연평균 30%이상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각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을 내놓으면서 전기차 보급이 앞당겨지고 있어 오는 2025년까지 전 세계 전기차 시장 규모는 80%가량 성장할 것”이라며 “향후 전기차 보급은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LG화학은 전기자동차 배터리 분야에서의 세계 1위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3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한 배터리 셀(Cell) 개발 등 기술차별화를 통해 향후 추가 수주 확대를 이어나갈 방침임을 밝혔다.

이와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 중국 남경에 있는 모바일용 폴리머전지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자동차 전지 분야에서도 국내 충북 오창과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에 이어 중국 남경에 전기차 10만대에 공급이 가능한 배터리 공장을 내년 말까지 건설할 계획이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은 프랑스 낭트에서 열린 전기차 행사에서 앞으로 전기차 배터리 구매처를 LG화학을 비롯해 외부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LG화학측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만약 LG화학이 공식적으로 닛산에 배터리를 공급하게 된다면 LG화학의 위상은 지금보다 한층 더 올라갈 것이다. 물론 이미 지난해 용량 기준 판매량 1위(B3 일본 시장 조사기관 결과 기준)를 기록한 LG화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