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자동차 '올 뉴 쏘레토' 주행 모습 / 사진 = 기아자동차 제공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다. SUV(Sports Utility Vehicle)는 뭐니 뭐니 해도 남자의 차다. 강인한 힘과 탁월한 안전성, 그리고 넉넉한 공간까지 남성들이 자동차에 원하는 모든 것이 SUV에 담겨 있다.

지금이야 국내외를 막론하고 SUV를 만들지 않는 완성차 업체가 없을 정도로 대세가 되었지만 정작SUV 원조가 국내 브랜드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91년 제29회 도쿄모터쇼에서 기아자동차가 세단도, 지프차도 아닌 ‘스포티지’를 처음 공개해 전 세계 자동차 업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발빠른 일본차 업체들이 스포티지를 분석해 토요타 RAV-4와 혼다 CR-V를 선보이는 데까지 3~4년이 걸렸고 유럽차 업체들은 2000년대에 들어서야 SUV를 만들기 시작했다.

기아차가 SUV 명가(名家) 탈환을 위해 5년 4개월만에 완전 변경된 3세대 ‘올 뉴 쏘렌토’를 선보였다. 스포티지와 모하비가 있지만 기아차의 SUV 대표는 ‘쏘렌토’다. 쏘렌토는 2002년 첫 출시 이후 지금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200만대 이상 팔았으며 미국 시장에서 판매 9위를 기록해 현대차 싼타페보다 인기를 얻고 있다. 기아차는 안전성과 주행성, 크기면에서 ‘격이 다른 SUV’를 전면에 내세웠다.

김창식 기아차 부사장은 “기아차의 최신 기술력이 집약된 월드 프리미엄급 SUV”라며 “예약을 받은 지 20일 만에 1만3천대의 계약 실적을 올려 연간 6만대 판매는 무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원한 가을 바람을 맞으며 기아자동차 ‘올 뉴 쏘렌토’를 타고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출발해 춘천 라데나CC를 돌아오는 왕복 160km를 내달렸다. 시승한 모델은 쏘렌토 2.2 디젤이다. 제원상 최고출력 202마력과 최대토크 45kg∙m의 힘을 내며, 13.4km/L의 복합연비를 자랑한다. 시승 전 외관을 살펴보니 기존 2세대 모델에 비해 곡선을 살린 부드러움과 웅장함이 더해졌다.

크기에 방점을 찍은 만큼 4780×1890×1685mm(전장×전폭×전고)로 길이는 95mm 늘어났지만 높이를 15mm 낮추고 휠베이스를 85mm 늘려 날렵함이 강조됐다. 전면부는 라디에이터그릴(radiator grille)은 키우고 헤드라이트는 가늘고 길게 뽑아 강인한 인상을 받는다.

운전석에 앉아 스타트 버튼을 누르니 좌석이 앞으로 당겨지면서 말의 고삐를 당기듯 출발 준비를 알린다. 엔진음은 ‘디젤차 맞나?’ 싶을 정도로 정숙하면서 떨림 현상도 줄었다. 과장을 조금 하자면 이 같은 정숙성은 주행 중에도 마찬가지다. 서울-춘간 고속도로에서 시속 180km까지 밟아보니 계기판을 보지 않고는 속도를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안정적이다. 속도에 따라 핸들의 무게감을 더했다면 안정감이 더해졌겠지만 속도를 위한 스포츠 세단이 아닌 만큼 크게 거슬리지는 않는다.

▲ 기아자동차 '올 뉴 쏘레토' 실내외 모습 / 사진 = 김태환 기자, 기아자동차 제공

기아차 관계자는 승차감이 향상된 이유를 “프레임 일체형 도어로 외부 소음을 차단했고 차체 흡착음제를 적용해 정숙성을 높였으며 플로어 언더커버를 기존 대비 2.5배 늘려 바닥 소음까지 잡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후륜 쇼크 업소버(shock absorber, 충격흡수장치)를 직립화해 차체 진동까지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초고장력 강판 비율을 53% 적용했으며 핫 스탬핑(hot stamping) 공법으로 부품을 늘려 안정성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실내 인테리어와 편의사양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컨트롤 패널)는 수평형으로 디자인되어 탁 트인 시야를 제공하고, 내부는 가죽 느낌의 소재를 사용해 안락함을 더한다. 와이드 파노라마 선루프마저 열어 놓으면 보다 넓은 공간성을 느낄 수 있다. 8인치 터치스크린으로 내비게이션은 물론 후방카메라와 어라운드뷰, 전화, 인터넷 검색까지 복잡한 시스템의 연결을 간결하게 정리했으며, 에어컨 조작 버튼 밑에 자주 사용한 스위치를 집중시켜 별다른 설명 없이 이용할 정도로 용이하다.

또한 사이드미러로 전달되는 후측방 경보 시스템과 전방 추돌 경보 시스템,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 정차 시 공회전을 줄여주는 ISG(Idle Stop & Go) 기능까지 고급세단에서나 봄직한 편의, 안전사양들을 대거 장착해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이 외에도 대용량 센터 콘솔을 적용하고 시거잭을 없애는 대신 센터 콘솔 후방에 220V 인버터와 충전용 USB 단자를 장착해 이동 중 소형 가전기기 사용도 용이하다.

적재공간은 기존보다 90ℓ 늘어난 605ℓ을 제공하며 2, 3열 시트를 눕히면 성인 두명이 잠을 잘 수 있는 세미 캠핑카로도 이용할 수 있다. 올 뉴 쏘렌토의 가격은 2.0 디젤 모델이 2765~3320만원이며, 2.2 디젤 모델은 2925~3685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