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각) 구글이 순정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탑재한 레퍼런스 플랫폼 '안드로이드원'을 인도에서 출시했다. 가격은 약 11만 원 수준이며 저렴한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인도인들의 기호에 충실했다는 평가다. 구글은 이를 바탕으로 저가 스마트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태세다. 물론 주요 타깃은 인도를 비롯해 동남아시아 국가들이다.

하지만 구글의 안드로이드원 출시를 단순하게 '저가 스마트폰 시장 진출'로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여기에는 치밀한 전략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블루오션으로 여겨지는 동남아시아 국가를 '정식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편입시키는 한편, 덤으로 자신들의 최대 난적을 무찌를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우선 구글의 안드로이드원 출시가 저가 스마트폰 경쟁을 떠나 순정 안드로이드 보급 전쟁의 측면에서 진행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선다 피차이 안드로이드 담당 수석부사장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안드로이드원을 소개하며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같은 나라 국민들이 스마트폰 구입부터 적절한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프로젝트”라고 언급했다. 이는 구글이 안드로이드원을 통해 '구글이 지배하는 정품 안드로이드 생태계 구축'을 원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실제로 저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이미 시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구글의 지배에서 반쯤 벗어난 '이종 안드로이드'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LG와 소니같은 브랜드 네임이 있는 경쟁자도 있지만 이름 모를 '짝퉁' 제조사도 많다. 구글의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됐다. 오픈소스 플랫폼을 지향하며 끊임없이 성장한 안드로이드의 장점이 구글의 난적으로 돌변하는 순간이다.

안드로이드원 출시는 이를 의식한 구글의 승부수로 이해해야 한다. 구글이라는 거대한 생태계에서 벗어난 '이종 안드로이드'를 견제해 자신들의 정품 생태계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구글은 커트라인을 대폭 낮춘 안드로이드원 출시로 단속에 들어갔다.

당장 인도에서 출시되는 안드로이드원 스펙을 보면 4.5인치 845×480 해상도 디스플레이에 1기가바이트 램, 1.3기가헤르츠(GHz) 미디어텍 쿼드 코어 프로세서, 500만 화소 후면 카메라, 200만 화소 전면 카메라, FM 라디오 등이다. 최소 사양의 기능도 정품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편입시켜 파편화를 막겠다는 굳은 의지가 느껴진다.

안드로이드원이 구체적으로 노리는 '적'이 분명하다는 점도 포인트다. 바로 안드로이드 오픈소스(AOSP)다.

현재 아마존의 킨들파이어, 파이어폰은 물론 노키아를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노키아 X 등은 안드로이드 오픈소스로 커스터마이징한 플랫폼이 탑재되어 있다. 이종 안드로이드에는 브랜드 네임을 가진 대기업도 많다는 뜻이다. 이들은 애플의 iOS가 전체 모바일 상태계에서 25%의 점유율을 가져간 상황에서 나머지 안드로이드 75% 중 무려 25% 가량을 차지한다.

특히 아마존의 경우 안드로이드 오픈소스로 커스터마이징한 파이어 OS로 아예 자체적인 하드웨어를 제작했다. 상당한 콘텐츠를 보유한 아마존이 구글의 플레이 스토어에서 착안한 아마존 앱 스토어를 구축해 구글과의 단절을 선언한 가운데, 모바일 에코시스템을 제공해 새로운 시장의 '파이'를 접수했다는 뜻이다. 안드로이드 오픈소스의 무서움이 바로 여기에 있다.

정리하자면, 구글의 안드로이드원은 저가 스마트폰 시장 공략은 물론, 안드로이드 파편화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여겨진다. 물론 블루오션인 인도 시장을 공략해 자사의 생태계에 편입시킬수 있는 점도 커다란 매력 포인트다. 구글이 안드로이드원에 방점을 찍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일단 업계에서는 구글의 안드로이드원 '실험'의 성공여부를 반반으로 본다. 파편화를 막기 위해 커트라인까지 낮추며 납작 엎드린 전략은 훌륭하지만, 과연 실효성이 있느냐에는 의문부호가 달린다.

우선 경쟁자들과의 차별성이다. 구글 안드로이드의 강력한 경쟁자인 iOS의 애플은 잘 만들어진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구형이 되면 이를 블루오션, 즉 신흥국 시장에 '살포'하는 방법으로 저가 스마트폰 시장은 물론, 생태계 전체를 관리해왔다. 아이폰5가 출시되던날 아이폰4가 인도시장에 저렴한 가격으로 뿌려진 것이 단적인 사례다. 물론 삼성전자도 비슷한 전략으로 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노린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의 안드로이드원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파급력을 가질지 미지수다. 구형이 되었어도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그 자체로 브랜드 네임을 가진다. 이들에 맞서 스펙을 낮춘 안드로이드원이 '파편화를 막기 위한 표준화 전략'으로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지 의문이라는 뜻이다. 업데이트라는 무기가 있어도 하드웨어의 기능 저하는 심각한 불안요소다.

게다가 안드로이드원을 계기로 오픈소스를 지향하는 안드로이드의 DNA가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인도에서 안드로이드가 출시되자 월스트리트저널은 “구글이 시장지배력을 위해 향후 안드로이드 오픈소스 프로젝트의 호환성을 낮춰 점차 폐쇄적으로 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혹평했다. 내부에서 태어난 '적'을 지나치게 의식하면 안드로이드의 개방성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안드로이드원은 저가 스마트폰 시장 진출이라는 일차적인 의미가 아니다. 표준화를 기치로 잡다한 '이종'들을 정리하고자 하는 구글의 전략적 선택이다. 이를 바탕으로 구글이 원하던 건전한 생태계 통일을 이뤄낼지, 아니면 '폐쇄적 플랫폼으로 퇴행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