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글래스 상용화가 늦어지는 분위기다. 미국에 이어 지난 6월 영국에서도 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하며 상용화 초읽기에 들어갔으나 이후로는 소식이 잠잠하다. 심지어 지난 8월 구글이 물 위의 신기술 체험공간으로 마련한 특수 바지선 1대가 매각된 것으로 알려져 궁금증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미국 메인주 포틀랜드항에 정박했던 구글의 바지선들은 사실상 구글 글래스의 테스트 베드였다는 설이 파다했었다.

당초 구글은 연말에 구글 글래스를 상용화한다고 밝혔으나 올해 5월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출시에 대해) 확실한 것은 없다”며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구글 글래스 상용화가 전격적으로 이뤄지긴 어렵다는 전망이다. 웨어러블의 발전이 시계에서 안경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점은 명확하지만 구글 글래스가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개발자 도구(SDK)가 공개된 이후 새로운 기능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상용화 소식은 들리지 않는 이유다.

우선 기술적인 문제다. 당장 배터리 문제가 시급하다. 구글은 구글 글래스의 배터리가 하루종일 사용해도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 미국 인터넷 신문사인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실제 테스트한 결과 배터리 지속시간은 고작 3시간이었다. 심지어 1시간 30분 수준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여기에 배터리 발열현상도 보고되고 있으며 탈부착 배터리는 구글 글래스같은 웨어러블 기기에는 불편하다는 이야기도 많다. 덕분에 올해 초 구글은 맞춤형 구글 글래스를 공개하며 안경테의 무게를 최대로 줄기 위해 티타늄으로 제작하는 고육지책을 보여주기도 했다.

디스플레이 선명도도 문제다. 구글 글래스를 착용했던 이용자들은 입을 모아 디스플레이 선명도가 낮다고 혹평했다. 실제로 자연광 상태에서 구글 글래스의 디스플레이는 식별이 어려운 정도였다. 여기에 최대무기인 음성인식과 터치 세밀도도 현존하는 다른 영역의 웨어러블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

구글 글래스의 안정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에서 구글 글래스 시연에 참여한 이들은 가벼운 두통 증세를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눈의 피로가 두통을 유발하는 주 요인이라고 발표했다. 또 얼굴에 바로 착용하는 특성상 전자파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8월 미래창조과학부는 전자파 인체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웨어러블 기기의 전자파 유해를 집중적으로 규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추후 비슷한 규제가 시작되면 구글 글래스의 전략은 180도 변할 가능성이 높다.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도 빼놓을 수 없다. 구글 글래스는 기본적으로 증강현실에 기반한 웨어러블 기기다. 착용한 사람은 주변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태연하게 촬영할 수 있으며 이는 범죄에도 활용될 여지가 있다. 최근에는 구글 글래스를 착용하고 윙크하는 것만으로 스냅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전용 앱인 ‘윙키’도 등장했으며 심지어 독일의 호퍼브라운 연구소는 '정밀 고속 객체 인식 엔진(SHORE)'이라는 안면인식 기술을 접목해 사람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다.

해킹 및 보안문제도 심각하다. 구글 글래스로 웹서핑을 할 경우 블루투스와 와이파이를 이용하는데 와이파이를 쓰는 경우 네트워크 공격, 그 중에서도 ‘중간자 공격(MiTM)’에 취약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실제로 카스퍼스키랩의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연구원에 따르면 구글 글래스를 모니터링 네트워크(monitored network)에 연결하고 전송된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모든 트래픽이 암호화 돼있진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결국 암호화되지 않은 정보를 통해 공격 당한 사용자의 동선까지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상용화로 가는 구글 글래스의 앞길은 평탄하지 못하다. 여러 가지 기술적인 문제는 물론 사회문화적 요인까지 장벽으로 가로막는 분위기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구글 글래스가 보다 근본적이고 치명적인 ‘구조적인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는 점이다.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구글도 구글 글래스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하드웨어 제작에 있어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했다.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신기술을 도입하고 있지만 하드웨어의 확장성을 기민하게 챙기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배터리 용량도 마찬가지다. 구글 글래스의 배터리 탈부착 및 부족현상은 하드웨어의 영역이며, 이를 구글이 단번에 해결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이러한 약점을 만회하고자 구글은 애플의 아이패드 칩 개발사인 애그니럭스를 인수했으며, 다시 재매각에 들어갔지만 한때 모토로라 모빌리티도 인수해 다수의 특허와 더불어 하드웨어 능력을 탑재하고자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하드웨어 DNA와 소프트웨어 DNA를 하나의 틀 안에서 융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구글 글래스가 이를 몸소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