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둘째 딸 민정(23)씨가 해군 사관후보생에 최종 합격했다. 국내 굴지의 재벌가에서 여군 장교가 탄생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임명수 해군 서울공보팀장(중령)은 29일 정례브리핑에서 "최민정씨가 학군사관후보생 117기 모집과정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최종합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9월15일 해군사관학교 장교교육대에 입영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항해 병과를 지원한 최씨는 1주일동안 가입교 과정 이후 10주간의 훈련 과정을 거쳐 12월 1일 해군 소위로 임관할 예정이다. 임관 직후 3개월 동안 초등군사반·보직정 교육을 받은 후 내년 3월 함정에 배치된다.

이번 학군사관후보생 117기 모집에 합격한 120명 중 여성은 18명이다. 여성의 경우 경쟁률은 10대 1이었다.

한편 민정씨는 중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나왔다. 베이징대학 재학 대학 시절 장학금이나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했을 정도로 자립심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등학교 재학 때 중국인 학우들과 한·중 문화교류 동아리를 만들고 대학생 때는 비정부기구(NGO)를 설립하는 등 열정적인 성격으로 알려졌다.

민정씨는 해군 장교 지원을 스스로 결심한 뒤 가족들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안팎에선 민정씨의 해군 장교 지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보통 재벌가 자제들이 어린 나이에 고위 임원을 맡아 경영수업을 받는 것과 달리 여성으로서 군 장교를 지원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데다, 자제들의 병역 면제가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좋은 사례라는 것.

재계 관계자는 "재벌 총수의 딸이 경영에 뛰어들지 않고 군 장교를 지원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재벌가 세습이나 병역면제 등 특혜 논란을 뛰어넘고 사회지도층으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