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베스틸의 포스코특수강 인수를 두고 적지 않은 재무 부담이 될 것이라는 시중 의견에 대해 세아베스틸은 "인수에 전혀 재무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밝혀 포스코 특수강 인수에 별 이견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수강 산업을 둘러싼 세아베스틸과 포스코특수강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지만 세아베스틸의 경영스타일상 현대제철의 인수전 참여로 인해 인수가격이 급등할 경우엔 무리수를 두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철강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세아그룹은 지난달 14일 각 그룹의 자회사인 포스코특수강과 세아베스틸의 인수합병(M&A)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포스코특수강의 인수전에 세아베스틸이 단독으로 참여하는 만큼 첫 번째 관심은 세아베스틸의 자금조달능력에 시선이 모아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세아베스틸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 2011년 0억원, 2012년 75억원, 2013년 49억원으로 총자산 2조원 넘나드는 자사 규모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그나마 올해 2분기말 기준 866억원의 규모로 늘어났지만 세아베스틸의 재무관리 형태로 볼 때, 이마저도 연말에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포스코특수강의 예상매각가격인 1조원에 비교해도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세아베스틸 뿐만 아니라 세아그룹 계열사들이 자금을 타이트하게 운영한다”며 “오랫동안 이런 경영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놀라울 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인수자금조달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세아그룹에 대해 알고 말하라

세아그룹 경영전략은 ‘투자 효율성’이라 정의할 수 있다. 연간 벌어들이는 순이익 중 배당을 하고 남은 부분은 현금성 자산으로 두기보다 투자를 통해 주주이익 환원을 목적에 둔다. 그렇다보니 현금성 자산부분은 상당히 타이트할 수밖에 없다. 더욱 놀라운 것은 빡빡한 재무 수준을 유지하며 온갖 경제위기를 극복했다는 것이다.

출처: 교보증권 리서치센터

세아베스틸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대주주들에게는 무배당, 일반주주들에게는 배당을 했다”며 “세아그룹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사례이다. 또한 임직원들이 자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이유도 검소하기로 유명했던 선대회장부터 2~3세 경영자들까지 늘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 주가가 폭락해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발을 돌릴 때, 세아베스틸은 차등배당을 실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로는 차등배당 수준이 아닌 대주주들에게는 무배당, 일반투자자들에게 배당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노력했다. 이는 지난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故 이운형 회장의 지시였다. 이는 겉으로 보이기 위한 행동이 아닌 증시 폭락으로 공포에 떨고 있던 주주들을 위한 이 회장의 진심이었다. 경영측면에서는 주주들을 달래는 경영노하우라 볼 수 있다.

이 관계자는 “현금동원력은 단순 현금성자산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경영 노하우에서 나온다”며 “투자나 기업 인수를 하면서 재무 혹은 주주들에게 부담이 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포스코특수강 인수관련 재무부담설에 대해 일축했다.

또한 세아베스틸 측은 이제 MOU 체결을 한 단계에서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도 꼬집었다. 또한 현대제철이 포스코 특수강 인수전에 뛰어들 경우 인수가격이 증대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가설도 있지만 세아베스틸은 ‘과도한 가격이 형성될 경우’ 무리하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을 고수했다.

현대제철, 경쟁 대상이지만 무난한 대응

물론 시장의 반응도 무시할 순 없는 입장이다. 세아베스틸의 포스코특수강 인수에 시선이 모아지는 이유는 현대제철의 특수강 사업진출 때문이다. 세아베스틸의 특수강은 대부분 자동차 엔진 등 고내구성을 요하는 핵심부품에 사용되고 있다. 특히 현대차, 기아차를 중심으로 한 납품이 이어지고 있어 현대제철이 본격적으로 특수강 생산을 확대할 경우 세아베스틸에 타격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세아베스틸의 기존 주력 상품인 합금특수강에서 제품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필요한 입장이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단위: 백만원

하지만 세아베스틸은 약 2년 전부터 특수강 사업부문에서 해외 자동차업체들에 대해 납품규모를 늘리는 한편, 전방위 산업이 미약한 가운데 대형단조 사업도 강화해왔다.

남광훈 교보증권 연구원은 “현대제철의 특수강 진출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며 “스테인리스 특수강 부분 6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포스코특수강 인수로 시장 지위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수강은 일반강보다 강인성, 내마모성, 내열성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 수요와 주문에 따른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게 된다. 따라서 품질의 우수성이 뒷받침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기술력이 반드시 따라줘야 한다. 그만큼 투자와 연구에 오랜 시간이 걸리며 자본만 가지고 쉽사리 진입할 수 없는 분야다. 뿐만 아니라 연구개발로 인한 원가절감 효과 등을 고려한다면 시장 진입에 더욱 오랜 시간이 걸린다. 세아베스틸이 가진 특수강 분야의 노하우는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세아그룹 관계자는 “현대제철의 자체 특수강 사업 진출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이미 이런 사실들을 몇 년 전부터 인식해 자체적으로 대응해 왔다”며 '궁지에 몰린 특수강'에 대해 부인했다. 그는 이어 “세아베스틸은 특수강분야에서 제품포트폴리오 확대가 필요하고 이 시기에 포스코특수강 매각 관련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 하지만 MOU는 법적효력이 없어 인수합병 관련 확대해석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포스코특수강의 IPO(기업공개)가 여의치 않자 매물로 내놓았다는 시선도 존재하고 있다. 이에 권오준 포스코그룹 회장에 대한 포스코특수강 노동조합의 거센 반발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