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의 글로벌 스마트 '대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두 회사는 스마트폰 및 스마트워치를 비롯해 모바일 결제 시장까지 전선을 넓히며 동시다발적으로 충돌하고 있다.

9일(현지시각) 애플이 아이폰6와 아이폰6+, 애플워치와 함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애플 페이를 선보였다. 근거리 무선통신(NFC)을 탑재한 애플 페이는 향후 모바일 결제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팀 쿡 CEO는 “애플 페이가 물건 구매 방식을 영원히 바꿔버릴 것”이라는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 애플 페이 이미지. 사진제공 - 애플

이에 맞서는 삼성전자는 중국 국영 카드사인 유니온페이와 함께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9월 말부터 제공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신용카드, 현금카드 결제 및 소액 모바일 결제가 가능해진다. 유니온페이의 새로운 모바일 결제 소프트웨어를 다운받으면 중국 내에 300만대 이상 설치된 근거리 무선 통신 단말기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유니온페이는 독점적으로 운영되는 중국의 국영 카드사인 만큼 각 은행별 카드를 스마트폰에 별도로 등록해야 하는 불편도 없다. 중국인 대부분은 막대한 결제 인프라를 갖춘 유니온페이의 은련카드를 선호하는 편이다.

삼성전자와 유니온페이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 '동맹'은 애플의 모바일 결제 시장 독주를 견제하기 위함이다. 중국 모바일 시장을 수성하며 애플의 공세를 막겠다는 뜻이다. 현재 애플은 애플 페이를 미국에서만 활용한다는 계획이지만 향후 중국 시장 진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미 일부 전문가는 애플이 중국 모바일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유니온페이와 협상에 돌입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국제통신사업 분야 애널리스트인 '이관'은 "애플페이 보편화를 위해 필요한 은행의 IT 서비스 개선, 인프라 및 신용안전 확보 등은 애플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사실상 애플과 유니온페이의 합작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애플보다 먼저 유니온페이와 손을 잡고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을 선점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새로 출시한 갤럭시노트3, 갤럭시노트4, 갤럭시S4의 마케팅에도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모바일 결제 시장의 태풍인 애플 페이가 미국을 중심으로 막강한 위력을 떨치는 사이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을 먼저 선점해 맞불을 놓는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011년 742억 위안(12조5200억 원), 2012년 1445억 위안(24조3800억 원)에 이어 지난해 1조3010억 위안(210조 원) 수준으로 성장한 중국의 모바일 결제 시장은 세계를 대표하는 글로벌 IT 기업 삼성전자와 애플의 격전지로는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하지만 애플 페이에 대항해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을 선점하는 삼성전자의 큰 그림에도 약점은 있다. 바로 국내 정부의 과도한 규제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갤럭시 시리즈를 통해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애플보다 먼저 근거리 무선통신(NFC)을 탑재했다. 애플 페이보다 먼저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부터 ‘삼성 월렛’이라는 전자 지갑 서비스를 운영하며 모바일 결제 시장의 지평을 열었다.

▲ 삼성 월렛 이미지. 사진제공 - 삼성전자

하지만 '삼성 월렛'은 국내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보안과 관련된 과도한 규제에 발목이 잡혀 실질적인 모바일 결제보다 마일리지 적립에만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 2차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열어 과도한 규제를 걷어내겠다고 천명한 것이 머쓱해지는 대목이다.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최고의 기업이 최고의 제품'을 창조해도 과도한 규제에 가로막혀 날개를 펴지 못하는 전형적인 사례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중국을 중심으로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이 안착된 호주 등과의 연계를 통해 전자 지갑 시장을 타진하는 이유도 비슷한 배경이다.

아이폰6를 공개한 애플은 하드웨어의 유연한 정책과는 별개로 애플 페이의 발표를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예민한 후각’은 여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시티그룹, JP모건, 뱅크 오크 아메리카 등 애플 페이에 협력하기로 결정한 카드사와 은행들이 향후 이용자가 애플 페이를 사용할 때 애플에 수수료를 지불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수수료의 정확한 액수는 파악되지 않지만, 애플 페이는 22000개 이상의 미국 현지 상점에서 사용이 가능하며 이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비자, 마스터 등 신용카드 회사와 손잡고 다음 달 정식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애플 페이 동맹군’에는 미국 내 신용카드 결제 규모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큰 손들이 포진해 있으며 이는 단숨에 전자 결제 시장을 뒤흔들 전망이다.

다음 격전지는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이 될 전망이다. 혁신을 기치로 내건 애플은 애플 페이를 통해 구글 월렛으로 대표되는 미국 모바일 결제 시장을 재편하고 중국으로의 진출을 시도하거나, 혹은 미국 시장의 재편과 동시에 중국 시장의 진출을 타진할 것이다. 이에 맞서는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및 스마트왓치 등의 충돌과는 별개로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을 두고 애플과 진검승부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 BC카드와 손잡고 중국인 관광객인 요우커 마케팅을 정열적으로 벌이고 있는 유니온페이가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일차적으로 삼성전자와 손을 잡았다고 하지만 선택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글로벌 모바일 결제 시장의 패권경쟁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 대전을 더욱 달아오르게 만들 전망이다.

이 대목에서 삼성전자에는 있으며, 애플에는 없는 '핸디캡'이 있다. 바로 자국 정부의 '과도한 규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