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원 편집이사

인천아시안게임이 19일 개막된다.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은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에 뭔가 돌파구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최근 한미합동군사훈련으로 경색됐던 한반도 분위기가 스포츠축제 무드를 타고 반전될 소지도 엿보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미합동 을지프리덤가디언(8.18~28) 군사훈련 당시에는 한반도에 긴장감이 넘쳐흘렀다. 북측은 이를 ‘핵전쟁연습’이라고 비난하며, 무자비한 선제타격 등 무수한 ‘말 폭탄’을 쏟아냈다. 한미연합사는 당초 훈련 일정보다 하루 앞당겨 8월 28일에 훈련을 끝냈고, 북한은 나흘 뒤인 9월 1일 단거리 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북한은 한미합동군사훈련 직전인 8월 14일에도 신형 미사일을 해상으로 쏘아 올렸다. 이 날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일이기도 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실제 한미합동군사훈련 기간에는 북한이 말은 거칠게 했으나 행동은 자제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제 인천아시안게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10월 4일까지 보름여간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에 특히 눈길이 가는 이유는 270여명의 대규모 북한 선수단이 부산아시안게임에 이어 12년만에 한국 땅을 밟기 때문이다.

하지만 350명으로 예상됐던 이른바 ‘북한 미녀응원단’이 아예 불참키로 한 점은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불참 사유를 둘러싸고는 인공기 게양 허용 여부, 응원단 체류 비용 문제 등 남북한간 갈등설이나 북한내부 사정 등 그럴듯한 얘기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 와중에 인천아시안게임 남북공동응원단이라는 민간단체가 ‘색다른’ 불만을 토로하고 나섰다. 이들은 “북한응원단 불참의 최대 피해자는 다름 아닌 인천시”라며 “아시안게임 개최도시 수장인 유정복 인천시장이 직접 나서 북한응원단을 조건없이 초청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경제적인 속사정까지 거론했다. 인천아시안게임의 입장권 판매 목표액이 350억원인데 현재 개회식 티켓 판매가 40%선에 그쳐 적자대회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북한 남녀축구 예선전 티켓이 연일 매진되는 등 시민들의 관심이 온통 북한에 쏠려있는 만큼 흥행카드인 북한응원단 참가를 반드시 성사시켜 인천아시안게임을 흑자대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천아시안게임을 둘러싼 미묘한 신경전은 북한 인공기(人共旗) 게양을 둘러싸고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는 인공기 게양과 관련해 극우보수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고양시 거리에 게양한 아시안게임 참가국 국기를 모두 철거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이는 ‘속 좁은 처사’임이 분명하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단이 평양에서 열리는 국제스포츠대회에 참가하는데 북측이 일방적으로 태극기를 철거한다면 과연 어떨까? 역지사지(易地思之) 속에 답이 있다. 정치와 스포츠를 분리해 대응할 수 있는 정신적 여유도 필요하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규정에는 ‘모든 경기장 및 그 부근, 본부 호텔, 선수촌과 메인 프레스센터, 공항 등에는 참가 회원국들의 국기가 게양되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OCA 소속 45개의 회원국 가운데 하나인 북한을 비롯해 나머지 참가국들이 자국 국기를 철거한 데 대해 정식 항의할 경우, 답변이 궁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인공기 철거와 관련해 극우보수단체에 의한 ‘인공기 훼손 사태’ 등 불필요한 내부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으나 왠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인공기 게양건에 대해서는 ‘통큰 결단’을 내려야 한다.

북한 미녀응원단에 대해 정부 내 평가가 다른 것은 엇박자라기보다는 부처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응원단은 두 얼굴을 가진 모양이다. 보기에 따라 ‘남북 화해사절단’(통일부)이 될 수도 있고, ‘미인계를 앞세운 대남선봉대’(국방부)도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주체가 돼 인천아시안게임이라는 아시아축제를 남북관계 개선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 여부에 달려 있다.

북한은 10월 18일 인천에서 열리는 장애인아시안게임에도 사상 처음으로 참가한다. 아울러 10월 20일부터 보름여간 부산벡스코에서 열리는 ‘2014 부산 ITU전권회의’에도 북한의 참석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ITU전권회의가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올림픽’으로 불리는 국제회의인데다 북한 IT기술의 현주소를 가늠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93개 회원국의 장관급 150여명과 회의 관계자 3000여명이 참석하는 지구촌 IT축제에 북한이 참가하기를 기대한다.

한반도에 반목과 갈등이 고착화되고 있는 이때 인천아시안게임을 신호탄으로 남북한간 교류협력의 물꼬가 확 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