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현 코웨이 대표이사 [사진제공=코웨이]

김동현 코웨이 대표이사(45)는 지난해 5월 초 긴급 이사회를 통해 코웨이 호를 책임질 새 선장으로 선임됐다. 당시 전임자였던 홍준기 전(前) 웅진코웨이 대표가 불공정거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데 따른 후속조치였다. 그 후 홍 전(前) 대표는 무혐의 처리됐으나 코웨이는 홍준기·김동현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서 그 해 8월 김동현 체제로 변경됐다.

1989년 5월 작은 중소기업으로 출범해 어느덧 시가총액 7조원, 임직원 수 4700명이 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코웨이. 김 대표가 홀로 회사를 맡게 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코웨이 호는 돛에 순풍을 단 듯 쾌속 순항 중이다. 그러한 배경에는 선장인 그의 역할이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격의 없는 소통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어

김동현 대표는 젊다. 1970년생인 그는 올해 45세이다. 지난해 국내 한 언론사에서 실시한 국내 100대 기업·최고경영자(CEO) 프로필 전수조사에서 그는 가장 젊은 전문경영인으로 선정된 바 있다. 조사결과 2013년 대한민국 CEO의 평균 나이는 59세였다.

김 대표가 그토록 빠르게 승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실력이다. 김 대표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외국계 컨설팅 회사인 아서더리틀(ADL)을 거쳐 코웨이 전략기획본부장, 웅진홀딩스 기획조정실장, 북센 대표를 역임했다.

웅진그룹에서 출판물 종합 유통을 담당하는 계열사인 북센의 대표를 역임했을 당시에 그는 불과 30대였다. 제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 한들 끌어주는 사람 없이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남다른 기획실력을 갖춘 그를 눈여겨 본 사람은 다름 아닌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었다.

컨설턴트였던 그가 웅진코웨이로 이직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바로 윤 회장의 눈에 띄어서다. 이후 그는 웅진코웨이와 코웨이 개발의 합병에 적극적으로 관여했으며, 웅진케미칼 인수·웅진폴리실리콘 설립·웅진에너지 설립 등 그룹의 여러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했다.

MBK파트너스의 요청으로 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직을 수락하기에 앞서 김 대표는 윤 회장을 직접 찾아갔다. 당시 코웨이는 이미 매각절차가 완료된 후였기에 웅진 그룹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예를 갖춰 도리를 지키고자 찾아간 것이다. 그는 그만큼 신의가 있는 사람이며, 절대 경거망동하지 않는다. 비록 나이는 젊으나 무겁고 매우 신중하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한결같은 평이다.

하지만 무겁기만 한 직장 상사는 별로 인기가 없다. 달리 말해 인간적인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그는 다르다. 김 대표는 때와 장소를 맞게 처신할 줄 아는 지혜를 지녔다. 주변 사람들이 전하는 김 대표의 최대 장점은 바로 직원들과의 격의 없는 소통이다. 한 때 같이 일했던 예전 부하직원들은 그와의 회식자리를 떠올리면 매우 유쾌한 추억으로 기억하곤 한다.

부하직원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김 대표가 직접 나서서 최대한 배려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회식자리에서 본인이 평소 즐겨듣던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젊은 층과 소통할 수 있도록 그들의 노래를 부르는 식이다. 물론 대수롭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회사의 중책을 맡은 임원이 세대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개인 시간을 써가며 노력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부하직원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이것은 생텍쥐페리만 깨달은 게 아니다. 중세 르네상스 시대를 지배하다시피 몇 세대를 풍미했던 메디치가(家) 역시 일찌감치 사람의 마음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김 대표는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했다. 그랬기에 오늘날의 젊은 CEO인 그가 있지 않을까 싶다.

한편, 그의 업무 스타일은 젊은 감각을 지닌 사람답게 자유롭다. 부하직원들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끔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다. 그는 부하직원에게 업무지시를 해놓고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다. 일단 방향을 제시해줬으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급하게 굴지 않고 기다린다. 꼼꼼한 마이크로 매니징(micro managing)보다는 자율적인 매크로 매니징(macro managing)을 선호한다.

과거 그와 함께 일해본 적이 있는 한 동료는 “김 대표는 본인이 지시한 업무에 대해서 담당자가 책임감을 갖고 일해주길 바란다”며 “리더로써 프로젝트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조언은 할지언정 일절 참견은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위기의 코웨이를 구해낸 구원투수

“겨울이 되어야 비로소 소나무의 푸름을 알 수 있다”는 격언이 있다. 이는 위기의 순간에 이르러서야 진면목이 드러난다는 말을 빗대어 한 말이다.

코웨이는 불과 1년 반 전에 큰 위기를 겪었다. 뜻하지 않게 회사가 팔리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당시 코웨이는 웅진그룹 내에서 맏형 격이자 캐시카우(Cash cow, 현금창출원) 역할을 하는 알짜배기 회사였다. 모기업인 웅진그룹이 자금난으로 휘청거리자 그룹의 지주회사였던 웅진홀딩스는 궁여지책으로 지난 30여년 동안 애지중지 키워온 코웨이를 시장에 매물로 내놓았다.

당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코웨이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마치 심장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이라고까지 표현해가며 매각을 결정한 것에 대해 크나큰 아쉬움을 글로써 피력했다.

코웨이는 국내 최초로 ‘정수기 렌탈’이란 새로운 사업개념을 도입해 꾸준한 현금흐름 창출력이 강한 회사로 잘 알려진 터라 매각은 빠르게 진행됐다. 매각가는 1조2000억원. 인수자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였다. MBK가 매각대금을 최종 납입한 2013년 1월 2일, 코웨이는 웅진그룹의 품을 떠났다.

MBK가 인수했을 시점에서의 주가는 평균 3만5000원~4만원대를 오갔는데, 지난 8월 22일 코웨이 주가는 사상 최고가인 9만4500원을 찍었다. 가파른 오름세에 잠시 숨을 고르느라 주가는 이내 소폭 하락했으나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코웨이가 무난하게 10만원대 고지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한다.

함승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2013년에는 지나치게 비효율적이었던 비용 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신규 판매에 집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면서 “올해부터 현장인력 확대와 신규채널 확보 등을 통해 영업력과 판매 네트워크를 본격적으로 강화해 왔는데 2/4분기에 신규 렌탈 판매량 37만1000대라는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 놀라운 수준의 역량을 입증했다”고 언급했다.

매출도 2조원대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코웨이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2조118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1조919억원을 달성해 특별한 악재가 터지지 않는 이상 올해도 2조원대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매출보다 더욱 눈에 띄게 달라진 수치가 바로 영업이익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9.9% 증가한 33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4.7%포인트 오른 16.0%로 집계됐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청정기 시장 고성장에 따른 수출 사업부 성장이라는 중장기 기조가 여전히 유효하다”며 “수출이 회복되고 매출의 약 80%를 차지하는 렌탈 사업 매출 증가세가 3분기부터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소비재 내에서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과 배당 매력이 돋보인다”며 “2014년, 2015년 예상 시가배당률은 2.4%, 2.9%이며 차입금이 지속적으로 축소되면서 2015년에는 순현금이 예상돼 배당 여력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MBK파트너스는 불과 1년 8개월여 만에 무려 8200억원에 이르는 주식 평가이익을 냈다. 코웨이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코웨이 덕분에 11일 종가 기준으로 인수시점대비 68.2%의 평가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또한 올해 2월 현금배당으로 395여억원까지 챙겼다. MBK파트너스는 코웨이 지분 30.9%(2382만9150주)를 보유하고 있어 주당 1660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여기에다 지난해 1분기에 2012년 결산배당으로 받은 250여억원까지 합하면 MBK파트너스가 배당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대략 650억원이 된다.

이로써 현재까지의 수익규모는 8850억원으로  늘어나 코웨이를 인수한 것도, 김동현 대표를 선임한 것도 모두 MBK파트너스의 현명한 판단이었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

한편, 김동현 대표는 지난 6월 17일 한국표준협회에서 주관하는 ‘2014 대한민국 혁신대상’에서 최고경영자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같은 자리에서 코웨이는 12년 연속 대한민국 신기술혁신상과 대한민국 경영혁신상 대상을 함께 받았다.

계약서에 명시된 김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 22일까지다. 현재 코웨이의 주가는 10만원대 돌파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시기의 문제일 뿐 돌파는 무난해 보인다. 김 대표의 유임 여부 역시 큰 무리가 없게 느껴진다. 차세대 리더로서 그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