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아로니아가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아로니아 수확 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9월 초, 양평 농장에서 만난 한상우 상무(41)는 환한 웃음을 보였다. 뜨거운 여름 볕에 피부가 검게 다 그을렸다며 푸념을 늘어놓으면서도 수확한 아로니아 자랑에 여념이 없다.

사실 지금은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아로니아 농장에서 보내고 있지만, 처음부터 그에게 이곳이 익숙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IT업체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배우자의 건강이 좋지 않아 다방면으로 건강식품에 대해 알아보던 때가 있었다. 그러던 중 지인을 통해 아로니아라는 식물에 대해 알게 됐고, 효능을 분석하면서 점차 그 매력에 빠졌다.”

아로니아 재배나 수확에 대한 경험은 물론, 농업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조차 없었던 그에게 모든 것은 도전이고 모험이었다. 30대 후반의 적지 않은 나이에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이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아로니아를 복용하면서 시력과 피부 미용에 특히 효과를 본 아내를 보며 아로니아의 효능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이전 직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영업력에 자신이 있었던 것도 그의 도전에 큰 힘이 됐다.

그는 2012년 3월, 본격적으로 아로니아 재배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3개월 후에는 아로니아 제품관을 설립해 홍보에 박차를 가했다. 그해 10월 드디어 첫 제품이 빛을 보면서 동시에 회사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아로니아 농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2년여가 지난 지금 한 상무는 어느새 자택인 서울 방배동에서 양평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출퇴근하며 아로니아를 재배하고 있다. 그에게서는 이제 어엿한 농부의 모습이 보인다.

물론 아로니아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하지만 뛰어난 항산화 효과와 면역에 효능이 있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속속 입증되고 있으며 그만큼 나날이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는 장마가 길지 않았고 태풍이나 자연재해 피해도 없었다. 아로니아는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지만, 기상 여건이 양호했던 올해는 특히나 작황이 좋다. 수확 시기도 그만큼 빨라졌다.

 

활성화 물질인 안토시아닌 듬뿍, 당도도 높아

아로니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안토시아닌이다. 항산화 물질로 알려진 안토시아닌은 베리류에 많이 함유돼 있다. 아로니아가 부각되기 전에는 블루베리가 인기를 끌었다.

한 상무는 “블루베리가 눈 건강에 효능이 있다는 점이 가장 강조되었다면 아로니아는 거기에 더불어 뛰어난 항산화 효과와 면역 효능, 그리고 혈관을 튼튼하게 해 뇌·심혈관 질환에도 도움이 된다”며 “해독작용으로 간질환과 노화방지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고, 최근에는 대장암에 효능이 있다고 학술지에 실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막연하게 ‘좋은 식품’이 아니라 연구 결과를 통해 입증된 결과이다.

아로니아의 안토시아닌 함유량은 포도의 80배, 야생 블루베리의 33배, 블루베리나 아사이베리에 비해서도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계 물질 중에서 유해산소 및 활성산소 제거기능이 가장 뛰어난 안토시아닌과 카테킨·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열매가 바로 아로니아다.

아로니아는 몸에 좋은 물질만 포함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당도도 높다. 아로니아의 평균 당도는 14브릭스(Brix·당도를 측정하는 단위), 높은 경우 17~18브릭스까지 올라간다. 여름 대표 과일인 수박, 그중 으뜸으로 꼽히는 고창 수박의 경우 당도가 13~14브릭스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꽤 높은 수치다. 그런데 농장에서 갓 따낸 열매를 맛보니 달콤함보다는 떫은맛이 더 강하다. 이는 바로 탄닌성분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로니아는 생과로 섭취하기보다는 요리에 이용하거나 말려서 차로 복용하는 방법이 발전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좋은 섭취법은 생과를 먹는 것이다. 한 상무는 “제철에 나온 생과를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떫은맛과 오랫동안 보존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며 “생과는 수확 후 3~4일이 지나면 급속냉동을 통해 산화·변질을 방지한다”고 전했다.

수확철이 지나면 생과가 아닌 냉동 아로니아나 가공 제품을 섭취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무농약 재배, 자연과 함께하는 체험 프로그램 마련 예정

구불구불한 좁은 길을 지나 농장에 다다른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넓게 펼쳐진 남한강변이다.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아로니아를 재배하는 농장에 잘 어울리는 풍경이다.

이곳에서 수확되는 아로니아는 지난해 10월 농림수산식품부의 무농약 인증을 받았다. 이는 지역의 농업기술센터에서 흙(토양) 표본을 채취·분석해 농약과 화학비료 등의 성분이 검출되지 않고 기준에 적합해야만 받을 수 있는 인증이다. 내년에는 유기농 인증을 획득할 예정이다. 유기농 인증은 무농약 인증을 받고 2년 간 유지해야만 받을 수 있다.

한 상무는 이미 재배된 아로니아를 먹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실제 수확에 참여하고 수확한 열매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우리 삶에서 힐링과 웰빙이 계속 강조되고 있죠. 저 역시 모든 것은 자연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는 그동안 스트레스로 인해 건강을 잃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느낀점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스트레스로 지친 현대인들이 자연에서 건강을 찾도록 돕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한 상무는 “다양한 제품개발을 통해 아로니아의 대중화에 힘쓰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섭취하기 쉽게 만든 제품이 농축액으로, 이는 가장 많이 제조되는 형태이기도 하다. 양평아로니아농장은 여기에 아로니아 착즙주스, 아로니아잼, 동결건조 아로니아 분말 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개발했다. 좀 더 편하고 맛있게 아로니아를 섭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히 현재 제품 등록을 마치고 생산을 준비 중인 분말 제품은 농축액과 같이 물에 타서 먹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요리에도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분말 제품에 사용되는 아로니아는 형태를 유지하면서 수분만 빼내는 동결건조 방식을 사용해 영양분은 그대로 보존했다. 분말은 활용도가 높은 제품인 만큼 아로니아의 대중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무엇보다 아로니아 재배에 가장 큰 공을 쏟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재배한 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이다. 아로니아 나무는 다른 과실나무에 비해 병충해에 강하고 혹한을 견뎌내면서 우리 몸에 좋은 성분들을 만들어낸다. 비교적 재배가 쉬운 작물이지만 지난해 태풍 피해로 인해 공들여 키웠던 1000여평의 나무가 망가진 것을 생각하면 한 상무는 아직도 마음 한켠이 아프다고 한다.

인터뷰를 끝내고 고개를 돌려보니 열매를 수확한 나무와 다르게 키 작은 나무들이 눈에 띈다. 지난해 태풍이 휩쓸고 간 곳에 새롭게 나무를 심고 가꾸는 중이다. 한 상무는 “우려와는 달리 다시 잘 자라고 있어서 참 다행”이라며 웃는다.

다시금 자라나는 아로니아를 보니 “아로니아가 환우분들께는 건강을 되찾아주고, 건강에 이상이 없는 분들께는 건강을 유지해주는 열매로 자리잡도록 노력하겠다”는 그의 목표에 한 발 다가서게 해주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