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에도 금융소비자들의 투자성향은 ‘안정형’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금손실 위험을 극도로 꺼리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은행 수신금리가 낮아지는데도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에는 좀처럼 돈이 몰리지 않고 있다.

11일 마케팅 조사 전문기관인 나이스알앤씨가 전국 성인남녀 2만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해 공개한 금융소비자 리포트에 따르면 자신의 투자성향이 '안전추구' 또는 '안정형'이라고 답한 소비자는 전체 응답자의 66.2%에 달했다.

이 기관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부터 매년 7월 국내 금융시장 소비자들을 상대로 금융거래 태도를 조사해왔다. 안전추구 또는 안정형 성향이라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2008년 43.0%를 보인 이후 2011년 62.4%, 2012년 62.4%, 2013년 64.8% 등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 이미지=나이스알앤씨

반면에 원금손실 가능성이 따르더라도 고수익을 추구하는 '공격투자형' 소비자의 비중은 2011년 23.5%, 2012년 20.3%, 2013년 18.0%, 올해 16.9% 등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와 같은 투자 성향의 변화로 저금리 기조에도 안정적인 은행 예·적금 상품에 대한 선호도는 오히려 증가했다. 선호하는 재테크 수단을 은행 예·적금이라고 한 응답자 비중은 2011년 44.0%, 2012년 52.7%, 2013년 56.7%, 올해 58.3%로 늘었다.

반면, 주식투자 선호자는 2011년 11.3%에서 올해 9.1%로 줄었고, 펀드투자 선호자는 같은 기간 12.1%에서 6.6%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실제로 한국은행 금융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은행의 실세요구불 계좌와 저축성예금 잔고는 2011년 903조원, 2012년 950조원, 2013년 972조원, 올해 7월말 1천조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주식형 펀드 잔고는 같은 기간 104조원, 94조6천억원, 85조5천억원, 78조원으로 감소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안정적이면서도 수익률이 정기예금보다 높은 투자상품들이 있지만 막상 정기예금의 대안으로 금융투자 상품을 권하면 망설이는 고객이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투자 성향 변화가 시장 변화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투자 성향 변화로 인해 펀드 등 원금손실 위험이 있는 금융투자상품에 돈이 몰리고 있지 않은 것이 아니라, 주식시장이 상승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성향도 ‘안정형’으로 변한 것이라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