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카누스의 대장간>-1630년, 캔버스에 유채, 223×290,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소장.


남의 말을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는 재미를 입으로 풀고 있어서다. 그들이 세상에 가장 재미를 느끼는 일 중 하나가 남의 불륜을 고자질 하는 것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것처럼 혼자 재미 보는 것을 보지 못한다.

오지랖 넓은 인간들은 재미 보고 사는 인간에 대한 적대감 때문에 못 먹는 감 찔러나 보는 심보로 남의 사생활을 밝히는 것이다. 그래서 오지랖 넓은 친구보다는 사생활에 무관심한 친구가 살면 살수록 더 반가운 법이다.

현실 같지 않은 현실 <불카누스의 대장간>

성실하게 열심히 돈 버는 남편이 소중할 때는 백화점에 갈 때다. 카드로 팍팍 물건을 살 때마다 성실한 남편에 대한 고마움이 가슴 깊이 절절이 느껴지지만 밤이면 남편의 성실은 병이 된다. 아내에게 성실한 것이 아니라 잠에 성실하기 때문이다.

낮과 밤이 다 성실한 남자는 없다. 그래서 남편은 백화점 용도, 젊은 정부는 섹스 용도다. 그래도 불륜을 즐기는 여자는 남편을 배신하지는 않는다. 여자는 백화점에 신상(품)이 많아 매일 같이 가도 싫증이 나지 않지만 불륜의 상대를 매일 같이 만나면 싫증을 느껴서 절대로 오래 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실한 남편 옆에는 항상 오지랖 넓은 인간이 꼭 있다. 성실한 사람을 속이는 것은 천벌을 받는 행위라고 믿는 굳은 신념의 소유자들이다. 불륜의 90%는 그런 오지랖이 넓은 인간들 때문에 들통이 난다. 오지랖 넓은 인간의 쓸모없는 정보력 때문에 새로운 사랑과 배우자를 속이는 재미까지 더해져 인생이 즐거운 사람이 한 순간 나락에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성실한 남자에게 아내의 불륜을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을 그린 작품이 벨라스케스의 <불카누스의 대장간>이다. 이 작품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한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제우스와 헤라 여신 사이에서 태어난 불카누스와 결혼한 비너스는 남편이 마음에 들지 않자 자신의 무기인 허리띠를 흔들며 신과 인간을 유혹해 바람을 핀다. 비너스의 바람을 보다 못한 태양의 신 아폴로가 불카누스의 대장간에 가서 ‘당신의 아내가 전쟁의 신 마르스와 당신 침대에서 사랑을 나누고 있다’고 폭로한다.

화면 왼쪽 아폴로가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고 불카누스는 놀라 망치를 든 손을 내려놓고 있다. 먼지가 쌓여 있는 대장간에서 쇳조각을 담금질 하던 불카누스의 조수들은 아폴로 신의 이야기에 놀라 하던 일을 멈추고 서 있고 화면 오른쪽의 조수는 갑옷을 정비하고 있다가 고개를 들고 불카누스를 바라보고 있다.

아폴로 신 머리 위의 반짝이는 후광은 태양의 신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월계수는 아폴로를 상징한다. 님프 다프네가 아폴로의 구애를 피해 도망치다가 나무로 변신했기 때문에 월계수는 아폴로를 상징하는 나무다. 아폴로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것은 비너스와 마르스의 불륜이다.

불카누스가 들고 있는 망치는 그를 상징하는 것으로 앞에 있는 붉은색의 쇳덩어리는 그가 성실하게 일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크게 부릅뜬 눈은 아내 비너스의 불륜을 전해 듣고 놀라는 것을 나타낸다.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이 작품은 신화의 내용을 충실하게 표현하고 있지만 물병, 그릇, 투구 등 사물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신화보다는 현실적인 이야기처럼 연출했다.

도망이 최고의 방법 <숨바꼭질>

<숨바꼭질>-2006년, 낙서화

불륜이 오래 갈 거라는 생각은 오만이다. 어차피 불륜은 오지랖이 넓은 인간이나 눈치 빠른 배우자에게 들키게 되어 있다. 불안함이 싫어 불륜을 멀리하자니 인생의 재미가 없다. 재미로 살자니 삶이 안정되지 않고 밥만 먹고 살자니 사는 이유가 없다. 이래저래 사는 것 자체가 고민이지만 그래도 해 보고 사는 것이 더 즐거워 불륜에 빠지는 것이다.

삶의 윤활유가 되는 불륜이 들켰을 때 정석대로 행동하면 살아 남을 수 있다. 범죄자들 사이에 1도 2부 3백이 정설이다. 첫 번째가 도망이고 두 번째가 범죄 사실을 부인할 수 있으면 최대한 부인할 것이며 세 번째가 온갖 백을 동원해 구속되는 것을 피하라는 것이다.

불륜도 마찬가지다. 첫 번째 도망가라. 어느 사람이든 배우자의 불륜을 목격했을 때 먼저 주먹이 날아가게 되어 있다. 그 자리에 있으면 맞아 죽기밖에 더하겠는가. 일단 튀어라.

두 번째가 불륜을 부인하는 것이다. 아주 오래 전 여배우의 남편이 경찰과 함께 현장을 덮쳤을 때 옷만 벗고 이야기만 나누었지 불륜을 저지른 것이 아니었다고 해서 무죄 판결을 받았던 적이 있다.

말하자면 섹스는 페니스의 삽입이 문제지 옷이 문제가 아니다. 옷을 벗고 있다고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사태를 파악해 부인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 세 번째 백은 본인의 사회적 능력이다. 본인의 능력에 따라 유능한 변호사와 국선 변호사를 선임하는 차이로 위자료의 액수가 말해준다.

불륜을 들켜 도망치는 사람을 그린 작품이 뱅크시의 <숨바꼭질>이다. 이 작품은 영국 브리스톨 시 건물 외벽에 그린 낙서화다. 양복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창문을 열고 멀리 바라보고 있고 속옷 차림의 젊은 여자는 그의 팔을 잡고 있다. 창틀 끝에는 벌거벗은 남자가 한 팔로 매달려 있다.

금발의 여인과 중년 남자의 나이 차이는 여자가 돈 때문에 결혼했다는 것을 암시하며 양복은 부유한 남자를 나타낸다. 남자가 햇살을 가리기 위해 손을 눈 위에 올리고 있는 것은 도망간 남자를 찾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며 양복과 손은 불륜이 대낮에 이뤄졌다는 것을 암시한다.

속옷 차림의 여자와 벌거벗은 남자는 두 사람이 불륜 관계라는 것을 나타내며 남자가 벌거벗은 채 창틀 끝에 매달려 있는 것은 위급한 상황이었다는 것을 강조한다. 창틀에 매달려 있는 남자가 위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여자에게 빨리 상황을 정리해 달라는 신호다. 하지만 그의 축 늘어진 몸과 달리 발기된 페니스는 불륜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뱅크시는 이 작품을 건물 외벽에 그리기 위해 사람들 눈을 피해 몰래 제작했다. 완성된 이 작품을 시의회가 제거하고자 했으나 시민들이 반대해 그대로 남겨두어 브리스톨 시의 명물이 되었다.

박희숙 작가 bluep6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