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 동료와 회식을 마치고 늦게 귀가한 박대리는 다음 날 아침이 돼서야 자신이 스마트폰을 분실한 사실을 깨달았다. 식당에서 잃어버렸는지 택시에 흘렸는지 기억도 없다. 고가의 스마트폰을 한순간의 부주의로 잃어버렸다는 사실이 박 대리의 속을 쓰리게 만든다.

하지만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은 스마트폰에 담긴 개인정보들. 유출되면 곤란한 정보들이 고스란히 스마트폰에 있기 때문이다. 박대리는 새로운 스마트폰을 구입하기 위해 이통사 대리점으로 향하면서도 걱정이 태산이다.

 

박대리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은 의외로 많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 분실 건수가 123만 건으로 전년보다 29만 건 늘어났다. 하지만 앞으로 스마트폰을 분실했을 때, 최소한 개인정보 유출은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전망이다. 원격으로 스마트폰을 불능상태로 만들 수 있는 '킬스위치' 시스템 정착이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각) 제리 브라운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내년 7월1일 이후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거나 판매되는 스마트폰에 킬스위치 기능 탑재를 의무화하는 법안에 서명했다고 USA투데이 등이 보도했다. 킬스위치는 스마트폰을 원격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이며, 분실 시 자료를 백업하고 삭제해 분실된 스마트폰 자체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기술이다.

제리 브라운 주지사의 재가를 받은 캘리포니아주 법은 스마트폰 초기 설정 시 이용자가 킬스위치 기능을 켜도록 유도하고 이후 필요에 따라 끌 수 있게끔 스마트폰을 만들도록 규정했다. 이에 화답하듯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관련 업체들은 앞으로 나올 각사 운영체제 새 버전에 킬스위치 기능을 넣기로 결정했으며, 이르면 내년부터 미국에서 쓰이는 스마트폰의 97%에 이 기능이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새로운 '스마트폰 법률'이 미국의 관련 현행법을 중심으로 탄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전 세계 스마트폰에 킬스위치 시스템이 정착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하지만 '킬스위치 탑재 의무화'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내의 경우 미래부 주도로 지난 4월부터 스마트폰 킬스위치 시스템 탑재가 의무화됐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5, LG전자는 G3, 팬택은 베가6 이후 출시되는 모든 스마트폰에 킬스위치가 내장되어 있다.

그러나 절차가 번거로워 이용자들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자체 백신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삼성 스마트폰의 경우 사전에 삼성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만들어야 하며 LG전자도 킬스위치 기능이 맥아피 백신 프로그램에 적용돼 있기 때문에 별도의 계정이 필요하다. 심지어 킬스위치와 백신 프로그램이 연동되어 스마트폰 전체 구동 속도를 느리게 만들기 때문에 일부 이용자들은 백신 프로그램을 비활성시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다만 애플은 사정이 다르다. iOS7부터 킬스위치를 탑재한 애플은 안드로이드와 달리 평소 사용하는 아이클라우드 아이디로 킬스위치를 간단하게 설정할 수 있다. 내년 7월1일부터 미국에서 적용되는 킬스위치 의무화 정책과 맞물려 '스마트폰 분실'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격이다.

킬스위치 시스템 의무화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안드로이드의 경우 번거로운 계정 가입을 지양하고 가벼운 구동 시스템을 연동시키는 것이 급선무로 보인다. 국내에 애플 서버가 없어 iOS 스마트폰 위치 추적이 불가능한 대목도 정책적인 배려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안드로이드 디바이스 매니저나 구글지도를 통해서만 위치 파악이 가능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도 미국 수준의 시스템을 완비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