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각) 삼성전자는 독일에서 모바일 언팩을 열고 갤럭시노트4와 갤럭시노트 엣지를 포함해 가상현실 헤드셋 ‘기어 VR’을 공개했다. 올해 초 삼성전자가 일부 공개한 가상현실 헤드셋 모델이 베일을 벗은 것이다. 페이스북이 인수해 화제를 모은 오큘러스 VR과 협력해 만든 기어 VR은 갤럭시노트4와 연동해 이용자에게 다양한 가상현실을 체험하게 한다.

▲ 기어 VR 시연장면. 사진제공 - 유튜브 캡쳐

기어 VR은 오큘러스 VR의 기술이사인 존 카맥이 주도했으며 지금까지 개발자용으로 배포된 오큘러스 리프트의 고객용 버전이다. 모바일 기반으로 무선 작동되며 해상도는 오큘러스 DK2 버전의 풀HD보다 높은 쿼드HD를 탑재했다. 다만 연동되어 활용되는 갤럭시노트4 하드웨어 스팩을 감안하면 3D 기능은 기본적인 수준으로 구현될 가능성이 높다.

기어 VR의 활용 자유도는 높은 편이다. 이용자가 기어 VR을 착용하면 작은 화면이 아닌 초대형 와이드 스크린을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360도 뷰 기능을 탑재해 마치 이용자가 화면 속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고성능 3D 기능까지는 아니더라도 실감영상에 가까운 구현감을 느낄 수 있다. 공개되자마자 큰 관심을 끄는 이유다.

이처럼 갤럭시노트4와 더불어 가상현실 헤드셋 기어 VR에 대한 기대는 상당하다. 동시에 기어 VR이 창출할 ‘나비효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기어 VR 이미지. 사진제공 - 삼성전자

최근 삼성전자는 사물인터넷 및 모바일, 웨어러블, 클라우드 전문 회사를 연이어 합병하며 스마트홈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가오는 IFA 2014를 기점으로 팽창하는 스마트홈 시장을 빠르게 휘어잡겠다는 복안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어 VR은 사물인터넷과 웨어러블, 스마트홈까지 아우르는 융합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모든 기술의 집약체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폰과 분리된 웨어러블이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스마트홈의 형태로 수렴될 것이라고 본다. 기어 VR은 당장 스마트홈의 개념으로 이해해도 무방할 정도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삼성전자가 추구하는 관련 생태계 구축에 커다란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기어 VR의 등장으로 모바일 콘텐츠 제작에 기반한 독자적인 전용 생태계가 구축될 가능성도 있다. 안드로이드와 구글의 생태계처럼 기어 VR이 자신만의 플랫폼을 확고히 만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현재 공개된 기어 VR은 전용 콘텐츠를 필요로 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잡지 못했지만 추후 전용 모바일 콘텐츠를 빠르게 수급해 본격적인 상용화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을 기반으로 가상현실 영화, 게임 등을 기어 VR이 충분히 수렴하면 독자적 생태계도 불가능한 꿈은 아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기어 VR의 콘텐츠 협력 개발을 영화, VOD, 게임으로 체계적인 기준으로 구분해 개발 협력사로는 DeNA, FireProof, 하모닉스 등 다수의 개발사를 포진시켰다.

기어 VR의 등장은 기존 가상현실 업계의 역학구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모바일 게임도 가상현실화 시켰으며 블루투스 게이밍 컨트롤러를 탑재해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측면에 트랙패드가 탑재되어 갤럭시노트4의 후면 카메라와 연동시켰다. 독보적인 기술력이다.

오큘러스 VR과의 협력도 가상현실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는 삼성전자와 오큘러스 VR의 ‘어색한 동거’에 대한 근거를 살펴야 한다.

업계에서는 SNS 업체 페이스북이 2조 원이 넘는 금액으로 오큘러스 VR을 인수한 이유에 대해 “많은 가상현실 회사들을 페이스북의 생태계로 끌어들이기 위함”이라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독자적 생태계 구축의 길을 걷던 오큘러스 VR이 갑자기 삼성전자와 협력해 기어 VR을 만든 것은 얼핏 이해가 안될 수도 있다.

물론 일차적인 이유는 오큘러스 VR의 기술을 파급력이 큰 갤럭시노트4에 연동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함이지만, 이는 완벽한 설명이 될 수 없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웨어러블+사물인터넷=스마트홈 전략’이 오큘러스 VR의 비전과 부합했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린다. 결국 삼성전자와 오큘러스 VR 사이에 ‘가상현실’이라는 기본적인 교집합이 성립됐다는 뜻이다. 그 교집합은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되며, ‘스마트홈’의 개념으로 수렴된다.

▲ 삼성전자의 홈스마트 에어컨. 사진제공 - 삼성전자

오큘러스 VR을 품은 페이스북이 하드웨어 그룹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3월 일본의 소니는 GDC 2014(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가상현실 기기 ‘모피어스’를 활용한 플레이스테이션4를 연동한다고 밝혔다. 훌륭한 성능을 보여줬지만, 앞으로 모피어스는 하드웨어 생산 능력이 있는 소니의 플랫폼에 갇혀버린 꼴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오큘러스 VR의 미래를 가상현실이라는 기본적 교집합을 통해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기어 VR의 비전과 동일시했다. 같은 꿈을 꾸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오큘러스 VR 연합군에 대응한 기타 가상현실 업체들의 대응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앞으로 기어 VR이 얼마나 빨리 ‘플러스 알파’를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공개된 스펙을 보면 이미 국내에 공개된 ‘오큘러스 DK2’보다 성능이 약간 떨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용 모바일 콘텐츠를 수급하는 것도 숙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정식으로 출시되지 않은 제품이기 때문에 정확한 기능설명이 불가능하지만, 추후 기능을 보완해 최대한 빨리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 기어 VR 시연장면. 사진제공 - 유튜브

전용 모바일 콘텐츠 수급 로드맵은 최근 삼성전자의 UHD 생태계 구축 시도에서 답이 나올 듯하다. 지난달 28일 삼성전자는 오는 10월 아마존의 UHD VOD 서비스를 선보이는 한편, 지난 6월부터 미국 등 주요국에 제공 중인 넷플릭스의 서비스를 다음 달 유럽 지역으로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또 맥스돔과 우아키, 칠리 등 유럽지역 주요 콘텐츠 회사와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UHD 콘텐츠를 확보해 관련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결국 공격적인 투자로 기어 VR의 모바일 콘텐츠를 수급하고, 이를 생태계 창조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어 VR이 가상현실을 넘어 구글글래스 수준의 증강현실까지 도달할 지도 관심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기어 VR로 증강현실까지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오큘러스 VR의 기본을 따라가며 가상현실 자체에 포커스를 맞추겠다는 의도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