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매시장에서 전문가는 따로 없어졌다고들 한다. 경매의 대중화 탓에 일반 주부에서부터 학생까지 경매에 대거 몰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좋은 경매 물건 잡기 또한 어려운 게 사실이다. 특히 경매의 고난도 물건이라는 유치권이 있는 경매의 경우 낙찰에 어려운 부분도 분명 있지만 남다른 노력을 할 용기가 있다면 유치권은 극복의 대상이다. 유치권 있는 경매 도전하기에 대해 알아보자.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법원경매에서 유치권은 등기부나 집행기록에도 나오지 않는 이른바 ‘보이지 않는 함정’으로 흔한 경우가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매 대중화에 따라 허위 유치권 행사가 크게 만연된 것이 현실이다. 허위 유치권 행사 및 권리신고는 입찰자로 하여금 유치권에 대한 부담을 느끼게 하여 결국 유찰이 거듭되게 한 후 유치권을 행사하는 자와 밀접한 이해관계인이 해당 물건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낙찰받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주로 해당 입찰 부동산에 ‘유치권 있음’이라는 취지의 현수막을 내걸거나 ‘허위공사도급계약서’를 법원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처럼 법원경매에서 허위 유치권 행사가 만연하게 된 이유는 일반 부동산 거래처럼 해당 부동산을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하고 드러난 외관만을 살펴본 후 법원의 감정평가서나 현황조사서만을 의존할 수밖에 없어 사전에 유치권 행사의 근거에 대한 사실 확인이 어렵다는 경매의 맹점 때문이다.

유치권이란, ‘타인의 물건이나 유가증권을 점유한 자가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대해 생긴 채권의 변제기(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해야 할 시기)에 있는 경우에는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유치함으로써 채무자의 변제를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법정담보물건’을 말한다.

유치권자는 채권변제를 받기 위해 경매를 신청(민법 제322조1항)할 수 있고, 유치물에 대해 필요비용과 유익비용의 상환을 소유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목적물의 점유는 유치권의 성립요건일 뿐만 아니라 존속요건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유치권자가 점유의 효력을 잃으면 유치권도 소멸하게 된다. 이때 점유는 간접점유라 해도 무방하지만 점유가 불법행위가 아니어야 유효하다.

이처럼 일반인 입장에서 보면 유치권은 복잡하고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법원경매 물건 중 유치권이 신고된 경우, 일반물건에 비해 2~3회 더 유찰되고 입찰자도 상대적으로 적어 저가로 매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법원에 유치권이 신고된 물건 중 많은 사례에서 실제 유치권의 존재는 별론으로 하고 유치권이 성립되지 않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유치권이 신고되면 경매법원은 친절하게도(?) 사건 집행기록 및 대법원경매정보 사이트에 ‘유치권성립 여부 불분명’이라고 표시하여 입찰자에게 경각심을 심어준다. 유치권의 신고 금액은 통상 적게는 수 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지레 겁을 먹고 유치권이 신고된 물건은 쳐다보지도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왜냐하면 낙찰 후 유치권이 성립된다면 유치권 금액은 낙찰자가 전부 인수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렵다고 포기하지 말고 현장답사도 해보고 주위 탐문을 하는 등 발로 뛰다 보면 돈이 되는 길이 보일 수도 있다. 남다른 노력을 할 용기가 있다면 유치권은 분명 극복의 대상이다.

유치권이 신고된 물건을 낙찰받아 성공적인 재테크의 주인공이 된 방배동에 사는 주부 이경숙(가명 48) 씨의 사례를 살펴보기로 하자. 이 씨는 평범한 전업주부이다. 2년 전 친구를 따라 경매법정에 갔다가 이제는 자칭 ‘경매 중급자’임을 자부하고 있다. 이 씨는 중소기업 임원인 남편의 월급봉투로는 대학생, 고등학생인 두 자녀의 학비도 부담스러워 활로를 모색하던 중 친구를 통해 법원경매에 입문한 케이스.

자본금 2억원과 은행대출금으로 그간 토지와 아파트 2건의 경매 물건을 낙찰받아 세후 약 1억원 정도의 투자수익을 올린 이 씨. 최근에도 자주 경매법정을 찾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자신의 판단으로는 도저히 수익이 안 되는 금액으로 매각이 되는 데는 달리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다소 어렵고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었지만 전문가들이나 한다는 유치권이 신고된 경매 물건에 도전하기로 한 것. 진행상의 문제점들은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그러던 중 친정인 춘천에서 진행 중인 경매 물건을 발견했다. 물론, 유치권이 신고된 물건이었다.

감정가 7억원. 대지 1322㎡에 지상 2층짜리 단독주택과 별채건물이 있는 물건인데 한번 유찰되어 최저가는 4억9000만원까지 떨어져 있었다. 4차선 도로에 접해있고 도로 건너편은 대규모 택지개발이 예정되어 있어 낙찰받는다면 투자가치는 그만이었다. 문제는 건물공사 대금으로 신고된 유치권 2억원이었다.

이 씨는 유치권 신고가 성립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춘천까지 5번이나 왕복을 했다. 결국, 인근 은행관계자를 통해 미지급된 공사대금은 존재하지만 건물공사 후 소유자가 계속하여 점유하여 사용하였고 유치권 신고자의 점유는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 경우 공사대금이 실제로 존재한다 해도 점유가 없었다면 유치권은 성립되지 않는다는 법률전문가의 조언까지 받았다. 통상의 경우라면 유치권이 신고된 물건이라 한 번 이상 더 유찰될 것으로 보였지만 투자가치가 큰 물건이라 이 씨는 2차 입찰에 응찰을 결심했다. 그리고 입찰일에 고민을 거듭하던 이 씨는 최저가에서 1000만원을 올린 금액으로 응찰가를 결정했다. 드디어 개찰시간. 한 명의 응찰자가 더 있었다. 하지만 500만원 차이로 최고가 입찰자는 이 씨였다. 근소한 차이로 낙찰을 받고 보니 기쁨이 두 배였다.

무사히 은행대출을 받고 잔금을 납부한 후 유치권자를 만났지만 예상대로 막무가내였다. 공사대금을 부담하라는 것이었다. 즉시 법원에 인도명령을 신청, 소유자가 점유 중임을 입증하여 강제집행을 시행했다. 지방이라 임대수익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지만 매월 들어오는 임대료로 대출은행 이자를 납부하고도 150만원 정도의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 내년에는 도로 건너편에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이 시작된다. 그간 인근 부동산에서 수차례 매각 권유가 있었지만 이 씨는 내년 말쯤이나 매각할 예정이다.

대규모 택지개발이 시행되면 대로변에 인접한 이 씨의 토지가격이 상당히 오를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현시세도 법원감정가 수준임을 고려하면 제반 제세공과금을 공제하고도 이 씨의 투자수익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 경(공)매. 분명 잘만 하면 훌륭한 재테크 수단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요즈음 수도권은 물론 전국 대부분의 경매법원에 가보면 전세금으로 내 집 마련이 꿈인 신혼 주부, 경매를 배우려는 대학생, 경매강좌 수강생, 부동산 전문가 및 남녀노소 일반 투자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일반적인 물건의 경우, 낙찰받는다 해도 수익성은 날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복잡하고 다소 어려워 보이지만 유치권이 신고된 물건에 도전하기. 경매 대중화 시대에 남다른 투자 수익을 얻는 주요한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다만, 철저한 권리와 물건 분석이 선행되고 또 현장에서 푸는 능력 즉, 상황판단과 대처능력을 갖춘 준비된 투자자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윤재호 metrocst@hanmail.net

한국통신(KT) 리치앤조이중개(주) 대표, 스피드뱅크 투자자문센터장, 경기대 서비스경영대학원 경매과정 교수, 광운대 경영대학원 강의교수, 현 메트로컨설팅(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