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씨는 중국 출장 중에 황당한 일을 겪었다. 말로만 듣던 짝퉁폰을 산 것이다. 속사정은 이랬다. 카페에 앉아있던 김 씨에게 현지인으로 보이는 두 명의 남자가 접근했다. 현지인의 손에 들린 것은 아이폰5S로 그들은 최신 스마트폰을 싼값에 팔겠다고 제안했다. 의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는 김 씨에게 중국인은 걱정하지 말라며 봉인된 아이폰 포장 박스를 보여줬다. 가격은 출고가의 1/4인 20만원대 초반. 너무나 저렴한 가격에 욕심이 난 김 씨는 현지인이 들고 있는 아이폰5S가 진품이기에 믿고 구매했다.

그런데 문제는 출장을 마친 다음부터였다. 외관상 멀쩡해 보이던 제품을 컴퓨터에 연결하자 오작동이 일어난 것이다. 또한, 아이폰용 드라이버가 아닌 안드로이드 USB드라이버가 다운로드 됐다. 그제야 꼼꼼히 제품을 살피던 김 씨는 본인이 구매한 제품이 아이폰5S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김 씨는 이른바 짝퉁폰을 구입한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의 짝퉁폰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중국인터넷정보센터가 밝힌 지난해 중국의 짝퉁폰 시장 규모는 약 1800만대 정도이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 제품을 위조한 모조품 비중은 74%로, 1314만대가 짝퉁폰인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판매한 휴대폰 7030만대의 18.7%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난해 삼성전자 휴대폰의 평균 판매가격이 299.7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짝퉁폰의 대량 유통으로 피해를 본 손실액이 중국에서만 39억 달러(4조2151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물론 LG전자도 짝퉁폰에서 자유롭지 않다. LG전자는 지난 2007년 자사제품인 ‘샤인폰’을 그대로 베껴 중국에서 제조된 짝퉁폰을 적발해 판매 중지시켰다. 샤인폰과 이름도 비슷한 짝퉁폰 ‘다이아몬드’는 그동안 이베이 쇼핑몰에서도 판매됐었다. 2010년에는 Cookie폰을 모방한 LC500이라는 명칭의 모조품이 온라인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적발한 바 있다.

짝퉁폰이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국 휴대폰 제조업체 샤오미 역시 짝퉁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샤오미를 위조한 모조품은 300만대 정도로 삼성전자에 이어 중국 짝퉁폰 시장에서 2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짝퉁폰 문제는 휴대폰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 악재로 작용한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올해 휴대폰 시장 규모가 3100억 달러로 전년 대비 4%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음성적인 짝퉁폰 문제만 사라져도 기업이 휴대폰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은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짝퉁폰에 대한 한국 기업의 대응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짝퉁폰의 시장 규모가 워낙 큰 데다 중국이 자국 산업보호라는 명목에서 이들 제품을 사실상 방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송을 걸어도 제대로 된 보상금은커녕 비용만 낭비하기 일쑤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중국은 지적재산권 보호의식이 희박해 소송 대비 얻는 비용이 크지 않다”며 “짝퉁폰을 발견해 소송하더라도 보상금은 소송비용의 10%에도 못 미친다”고 말했다.

비용만의 문제는 아니다. 자국 업체에 소송을 걸었다는 괘씸죄로 중국 내 사업 진출에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응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국내 기업들은 생산기지 설립 등 중국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입장인 만큼 불편한 관계를 만들지 않으려는 실정이다. 또한, 짝퉁폰 판매 업체들 대부분이 상품을 잠시 판매하고 사라지는 음성 조직이기 때문에 체계적인 대응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갈수록 교묘해지는 짝퉁폰 판매를 그대로 두었다가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의 피해로 작용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전문적인 법무인력을 구성해 적발 및 대응을 고심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본사 특허센터, 현지 법률 대리인, 현지 사설 조사기관 등으로 구성된 짝퉁 대응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국가별 세관이 위조품을 발견하는 즉시 현지 법인이나 LG전자 특허센터로 신고하도록 비상연락망 체제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