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게임 차단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PC용 한글 웹 버전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던 게임을 일시에 차단해 버렸다. 덕분에 페이스북을 통해 게임을 즐기던 이용자와 게임을 만든 개발사들은 모두 울상이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모든 게임은 등급분류를 받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물론 게임의 사행성을 조장하는 일체의 행위도 용납되지 않는다. 도박을 소재로 하는 웹보드게임도 마찬가지며, 이용자가 금액을 지불하고 아바타를 구입하거나 게임머니를 충천하는 방식일 경우 반드시 '간접충전'의 형태만 가능하다. 한때 한게임의 각종 도박소재 게임들이 당국의 철퇴를 맞은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페이스북과 정부가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페이스북은 정부의 심의를 받지 않은 채 'W-포커'라는 도박 소재의 웹보드게임을 서비스하기 때문이다. W-포커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용자로부터 돈을 받고 게임머니를 판매하는 방식이며, 이는 엄격한 기준의 게임 관련 국내법을 위반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자 검찰은 W-포커가 실정법을 어기고 형법상 도박장을 개설했다며 압수수색을 벌이는 한편, 서버를 압류하며 강하게 압박했다.

문제는 여기서 불거진다. 정부의 압박에 발끈한 페이스북이 문제가 되는 W-포커는 물론, 자신들이 서비스하던 모든 게임의 서비스를 중단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자 페이스북을 통해 사행성과 무관한 게임을 즐기던 이용자들은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했고, 덩달아 페이스북에 게임을 제공해온 개발사들도 크게 당혹스러워하며 어쩔줄 몰라하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도 곤혹스러워 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위원회는 페이스북 게임 중 사행성 게임으로 여겨지는 W-포커만 지적했음에도 페이스북이 보복이라도 하듯 모든 게임 서비스를 중단해버리자 황당해하는 분위기다. 이들은 페이스북의 무책임한 게임서비스 중단을 놓고도 발만 동동 구를뿐 이다.

하지만 게임물관리위원회도 이번 사태의 책임 소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몇 년동안 비슷한 문제가 있었음에도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시대에 뒤처진 잣대와 트렌드를 파악하지 못하는 관료주의가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4년 전에는 게임물등급위원회(게임물관리위원회의 전신)가 국내 게임 등급분류를 받지 않았던 '스팀'이라는 게임을 제재하려다 이용자들의 항의에 밀려 포기한 적도 있다. 업계에서는 페이스북 게임 서비스 중단과 4년 전 스팀 사태를 닮은 꼴이라고 평가하며 답답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