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1일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결의했다. 합병 비율은 1:2.36이며 삼성중공업이 신주를 발행해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1주당 삼성중공업 주식 2.36주를 삼성엔지니어링 주주에게 교부할 예정이다. 이번 합병으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자사의 고객들에게 육상과 해상을 아우르는 종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삼성중공업은 삼성엔지니어링의 강점인 설계·구매·프로젝트 관리 능력을 더해 해양플랜트 사업의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하며, 삼성엔지니어링은 삼성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제작 역량을 확보해 기존 육상 화공플랜트에서 고부가 영역인 육상 액화천연가스(LNG)와 해양 플랜트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누릴 전망이다.

▲ 삼성로고. 사진제공 - 삼성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단순한 사업 구조조정 및 경쟁력 강화만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실제로 이번 합병 결정은 그룹 차원의 대대적인 경영진단 결과에 따라 내려졌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강도 높은 경영진단을 실시했으며 올해에는 삼성중공업에 대한 경영진단도 실시했다.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뜻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6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대규모 충당금 적립으로 1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현금창출능력도 올해 3월에는 마이너스 2912억원으로 악화됐다. 지난해 말 현금창출능력이 1조2000억원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손실이다. 게다가 6월 말 기준으로 보유현금은 1조4000억원에 머물렀으며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보다 30% 오른 220%에 육박했다.

삼성엔지니어링도 위기다. 최근 3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호조를 이어갔지만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적자를 낸 것이 뼈아프다. 설상가상으로 상반기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531%에 이른다. 현금 보유액은 4400억원 수준이며 원가 상승 가능성을 감안해도 올해 하반기 실적은 비관적이다. 이에 삼성엔지니어링은 연간 영업이익 목표치를 기존 2500억원에서 1700억원으로 하향 조정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두 회사의 우울한 성적표'가 전격적인 합병 결정의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두 회사가 합쳐 시너지를 끌어내는 것이 유일한 생존의 길이라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두 회사가 순조롭게 합병을 한다고 해도 넘어야 할 난관은 많다. 건설업과 조선업 자체가 불경기인 데다 재무적인 여유가 없어 합병의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달리기 때문이다. 사업적인 시너지 효과는 가능하지만 그 이상을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 이유로 지난해 말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분을 늘리자 업계에서는 사실상 삼성엔지니어링을 해체해 플랜트 부문은 삼성중공업에, 건설 부문은 삼성물산에 통폐합하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룹의 결정은 삼성중공업의 규모를 키우고 플랜트 분야 경험과 노하우를 결합해 최대한 활용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두 회사는 10월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12월 1일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매출액 기준, 2013년 약 25조원에서 2020년 4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종합플랜트 회사가 탄생할 전망이다. 이후 정식 절차를 밟아 합병법인의 사명 변경도 검토한다.

삼성중공업 박대영 사장은 "양사가 갖춘 생산설비와 제작 경험, 우수한 육상·해상 기술 인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종합플랜트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삼성중공업에서 기술개발실장 부사장을 역임하고 지난해 7월 삼성엔지니어링 운용총괄 부사장으로 이동해 8월 사장에 취임했다. 앞으로 박 사장은 두 회사의 합병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두 회사의 합병소식이 알려지자 주가는 동반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1일 오전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1100원(4.04%) 오른 2만8350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삼성엔지니어링 역시 3500원(5.48%) 상승한 6만7400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