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주요 이동통신사들의 스마트폰 보조금을 대폭 삭감하기로 하면서 관련 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일단 중국의 중저가 브랜드보다 고가의 단말기를 판매하는 삼성전자 및 애플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대의 의견도 있다.

27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중국 3대 국영 이통사들의 보조금 삭감액이 총 239억7500만위안(약 3조95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중국 최대 이통사인 차이나모바일은 올해 보조금 규모를 340억위안에서 210억위안으로 130억위안 축소한다고 발표했으며, 2위와 3위 업체인 차이나텔레콤과 차이나유니콤도 보조금 축소에 나선다. 중국 국무원 산하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중국 3대 이통사에 앞으로 3년 이내에 보조금과 광고지원비를 포함한 마케팅 비용 20%를 줄이라는 지침을 내려보낸 직후 벌어진 일이다.

불똥은 삼성전자와 애플로 튀고 있다. 평균 5000위안 전후의 고가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이들은 지금까지 전략적인 보조금 정책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주력인 갤럭시S5의 가격은 5300위안, 애플의 아이폰5는 4900위안에 판매되고 있으나 평균 가격의 80%~90%를 보조금으로 지원해 왔다. 단말기 가격을 낮추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며 이를 약정판매하는 방식으로 외연을 확대했다는 뜻이다.

▲ 삼성전자의 갤럭시S5. 사진제공 - 삼성전자

중국 정부의 보조금 삭감 조치로 삼성전자와 애플보다 저가로 스마트폰을 판매했던 샤오미, 레노보 등은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샤오미의 MI4는 3300위안, 레노보의 S930은 3000위안, 화웨이의 아너6는 2800위안 수준이다. 이들은 약정판매 형식으로 보조금 비율을 올려 고가의 스마트폰을 판매하던 삼성전자와 애플보다 타격을 적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대의 의견도 있다. 중국 정부의 이통사 과징금 삭감이 표면적으로 고가의 스마트폰을 판매하던 삼성전자와 애플에게 타격이지만, 역으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이 고가인 것에는 이유가 있다. 브랜드가 가지는 경쟁력과 상품 자체의 스펙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이번 중국 정부의 이통사 보조금 삭감 정책이 삼성전자와 애플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일차적으로는 타격이 불가피하겠지만, 이를 계기로 자체 브랜드의 고급화 전략을 더욱 부각할 수 있다. 이른바 베블렌(Veblen) 효과다.

지금까지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계는 삼성과 애플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보조금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리고 중국 정부는 이에 화답하듯 명목상으로는 과도한 마케팅을 규제해 전체 스마트폰 가격을 내리겠다는 명분으로 삼성전자와 애플에 타격을 주는 '수상한 정책'을 시작했다.

하지만 1일(현지시각),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중국 4~5인치의 휴대폰용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이 급속히 하락하고 있다. 5인치 IPS 패널의 가격은 이달 4일 기준 16달러에서 19일에는 15.5달러로 0.5달러(3%) 감소한 것이다. 외국 업체를 견제하기 위한 정책이 디스플레이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해석이다.

9월 초부터 연이어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인 삼성전자와 애플이 타격을 입을지, 아니면 중국이 원하던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내수시장만 악화시킬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