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이가 많아도, 고혈압·당뇨 등 질환이 있어도 가입할 수 있는 보험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이 보험들은 무심사 혹은 간편심사로 가입할 수도 있다. 이에 그동안 보험에 가입하고 싶어도 가입할 수 없었던 중장년층의 관심이 크다.

우리나라는 평균수명 연장과 출산율 저하로 고령인구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보험사는 물론 보험소비자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보험사들은 3040세대 위주로 보험상품을 개발·마케팅에 주력했다. 하지만 평균수명이 급증, 1980년대 65세 수준에 불과하던 평균수명은 2012년 현재 남자 77.6세, 여자 84.5세다. 기대수명 연장뿐만 아니라 출산율의 급격한 하락으로 우리나라 인구구조는 항아리형에서 역삼각형으로 변해가고 있다. 다시 말해 보험사가 그동안 주력했던 3040세대는 줄고 5060세대가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저성장·양극화의 영향으로 자산도 과거 고도 성장시기를 누렸던 5060세대가 더 많다.

요컨대 5060세대가 증가하고 있고 이들은 보험의 필요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으며, 자산도 풍족해 보험 가입 여력이 충분하다. 최근 보험사들이 고령자 맞춤 보험상품을 앞다퉈 출시하는 이유다.

 

◆ 3040세대 감소로 보험계약도 감소

한 나라의 경제를 구성하는 최소단위는 ‘사람’이다. 따라서 인구구조는 나라 경제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보험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나라 인구구조는 평균수명 증가와 출산율 저하로 급격히 늙어가고 있다. 그러나 보험산업은 통계부족으로 인한 리스크로 그동안 고령자들을 위한 보험 개발에 소극적이었다.

실제로 보험연구소의 ‘인구구조 변화가 보험계약 규모에 미치는 영향 분석’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보유계약은 2007년 약 4416만건에서 2012년에는 4980만건으로 13% 증가했다. 그러나 신계약은 같은 기간 717만건에서 619만건으로 14% 감소했다. 이와 같은 추세가 유지되면 향후 보유계약까지 줄어들 것이 예상된다.

신계약에서 연령별 비중을 살펴보면 3040세대의 비중은 2007년 남녀 각각 56.4%, 55.5%에서 2012년 50.1%, 48.5%로 줄어들었다. 즉 2007년 대비 2012년 3040세대의 신계약 건수는 25.1%, 23.1% 감소한 것이다. 이처럼 3040세대의 신계약 건수 감소는 이들 세대의 인구감소와 일치한다.

반면 60세 이상 신계약 건수는 2007년 남녀 각각 12만건, 19만건이 체결되었으나 2012년에는 23만건, 32만건이 체결됐다. 이들 세대에서는 2007년 대비 2012년 95.3%, 68.7% 급증한 것이다.

 

지금까지 보험은 3040세대를 중심으로 개발되었다. 실제 사망보장을 제외한 보장성보험 가입 연령은 60세 이하로 주요 가입자 역시 3040세대다. 따라서 기존 보험상품은 고연령 가입자가 고혈압, 당뇨와 같은 질환 등으로 가입이 어려웠다.

그동안 보험사들이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보험을 출시하지 못한 이유는 통계 부족, 그리고 미래 보험요율 변동성이 높아 이에 대한 충분한 안전할증이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보험사 입장에서 보면 위험이 너무 컸던 것이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와 같은 신계약률과 탈퇴율이 향후에도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인구구조 변화에 부합하지 못하는 보험가입자 구조를 가지게 될 것”이라며 “결국 보험사의 입장에서는 ‘고령자’라는 새로운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의미이며, 보험소비자 입장에서는 고연령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보험사도 인구구조에 맞는 신상품 개발에 적극적이어야 하며, 이를 통해 보험소비자는 예기치 못한 질병·사고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보험이 적절히 개발·판매될 때 사회안전망 기능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주요 보험사 고령자보험

보험사의 주 타깃인 3040세대가 줄어들고 5060세대가 증가하는 인구구조의 변화로 보험사도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바로 고령자를 위한 보험이다.

최근 고령자보험 중에서 가장 큰 이슈는 ‘노후실손의료보험’이다. 실손의료보험은 이미 3600만건 이상 가입되어 있다. 이는 아이와 노인 빼고 가입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이 가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노후’실손의료보험이 속속 출시되면서 이제 노인들도 저렴한 보험료로 병원비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현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주요 손해보험사는 이 상품을 출시했다. 반면 생명보험사는 삼성생명만 출시했다.

노후실손의료보험은 가입연령을 기존 65세에서 75세로 높이고, 보험료를 낮췄다. 가입대상은 50세부터 75세까지, 보험료는 기존 실손보험의 70~80% 수준이며 고액 의료비 중심으로 보장금액 한도가 높다. 또한 기존 실손보험의 경우 입원은 연간 5000만원, 약제비 포함 통원은 회당 30만원(연 180회 한도)이지만, 노후실손의료보험은 입원·통원을 합쳐서 연간 1억원까지 보장하며 통원 치료보장은 회당 100만원 한도다.

단, 합리적인 의료시설 이용을 위해 입원 시 자기부담금은 기존(입원 시 전체 의료비의 10~20%, 통원 시 약제비 포함 1만8000원~2만8000원)보다 높아졌다. 이에 따라 노후실손의료보험은 입원 30만원, 통원 3만원의 자기부담금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부분의 20%, 비급여 부분의 30%를 내야한다.

한편, 고령자보험 중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것은 암보험이다. 대부분의 보험사가 5060세대를 타깃으로 한 암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고령자 암보험은 대부분 가입 가능 연령이 61세부터 75세까지다. 10년 주기로 갱신, 100세까지 보장이 가능하다. 그리고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있어도 가입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치료비가 많이 발생하는 암일수록 진단비를 더 많이 보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보험은 특정 세대를 겨냥했기 때문에 보험사마다 주요 보장 내용은 비슷하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으로 각 보험사 상품마다 한 가지 이상의 특장점이 있다. 110세까지 보장하기도 하며, 고혈압이나 당뇨가 없으면 보험료를 할인해주기도 한다. 갱신주기를 15년으로 늘려 보험료 인상을 최고화한 상품도 있다. 이외에도 암 재발 횟수에 관계없이 계속 진단비를 받을 수 있는 상품도 있다. 따라서 자신의 특징에 맞는 상품을 비교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치매 등으로 장기간 간병해야 할 상황에 도움이 되는 보험도 있다. 일명 ‘장기간병보험’이다. 지난해 현대해상, LIG손해보험 등 일부 손해보험사만 판매했지만, 최근에는 주요 손해보험사는 물론 대형생명보험사들도 판매하고 있다.

치매 등으로 병원에 입원하면 하루 통상 7~8만원, 한 달 평균 200만원 이상 비용을 부담하면서 간병인을 고용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간병보험은 ‘긴 병에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한다.

간병보험 시장을 주도하는 곳은 현대해상과 LIG손해보험이다. 그러나 최근 이 상품도 대부분의 보험사가 판매하고 있다. 또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 상품마다 특장점도 강조하고 있다.

이외에 치매 등으로 활동불능 상태가 되지 않아도 장기요양 등급 판정만으로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는 상품도 있다. 65세 이상이 되지 않더라도 나이와 상관 없이 장기간병 상태가 되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