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이 승인되며 IT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양사는 5월 합병 결의 이후 통합협의체를 구성해 분야별로 추진하던 화학적 결합작업을 마무리하고 오는 10월 1일 공식적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거대 IT 기업의 출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실제로 다음의 시가총액이 약 2조2,000억 원이며 여기에 카카오의 기업가치를 더하면 다음카카오의 시가총액은 10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양사가 순조롭게 합병을 마치면 단숨에 코스닥 대표기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대주주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고 이석우 카카오 대표와 최세훈 다음 대표가 공동대표로 투톱체제를 이룰 확률이 높다.

업계에서는 이들을 드림팀이라 부른다. 앞으로 이들은 전통의 포털 사이트 다음의 막강한 콘텐츠와 모바일계의 신성 카카오톡의 경쟁력을 결합해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이다. 다음 달 출시되는 뱅크월렛 카카오, 카카오 간편결제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와 야심차게 추진하는 콜택시 사업 등이 그 단적인 사례다.

하지만 떠들썩한 업계의 찬사와는 별개로, 다음카카오의 앞날에도 변수는 있다. 이는 크게 글로벌 전략과 데이터 축적방식, 뉴스 큐레이션으로 분류할 수 있다.

 

다음카카오의 글로벌 동력 모으기가 필요하다

우선 글로벌 전략이다. 현재 국내 IT 시장은 포화상태다. 관련 업체들은 뚜렷한 성장동력을 모색하지 못해 자기잠식만 반복하며 자중지란에 빠져있다. 당연히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 하지만 다음카카오는 글로벌 전략을 추진하기에 미흡한 점이 있다. 다음의 경우 글로벌 전략이라는 개념 자체가 흐릿하며, 카카오톡은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성과를 거두며 전 세계 1억 4000만 가입자를 끌어모으고 있지만 내년 초 전 세계 가입자 6억 명 돌파에 도전하는 네이버의 라인에 비하면 성장속도가 느리다. 라인은 최근 가입자 5억 명을 돌파했으며 하루 평균 70~80만의 가입자 순증을 기록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국내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의 사업영역 확대가 살길이다"고 언급했다.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시장보다는 글로벌 사업영역 확대가 다음카카오 생존의 길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네이버가 부동의 1위를 지키는 웹 경쟁력을 모바일로 끌어오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인 가운데, 다음카카오가 생활 밀착형 플랫폼을 통한 글로벌 시장 공략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데이터 축적방식은 네이버 모델

다음카카오의 데이터 축적방식도 위험요소다. 아직 완전한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다음카카오가 정보 플랫폼 구축에 있어 구글의 모델보다는 네이버의 모델을 답습할 확률이 높다고 본다. 완전한 개방형 검색 포털을 지향하는 구글은 검색엔진의 틀을 따로 두지 않는다. 그러나 네이버는 빅데이터에 기반한 방대한 정보를 끌어모아 이용자에게 적절하게 제공한다. 정보를 수집할 때 구글의 경우 이용자를 넓은 바다로 인도하는 방식이라면, 네이버는 잘 정돈된 워터파크로 데려와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다음카카오는 생활 밀착형 플랫폼을 강조하며 '굳이 다음카카오를 벗어나지 않아도 편리한 모바일 생활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네이버의 방식과 묘하게 겹치는 대목이다. 이는 양날의 칼이다.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만, 차별성을 강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언론의 압박과 뉴스 큐레이션의 성패

마지막으로 뉴스 큐레이션이다. IT 및 모바일 업체와 뉴스, 특히 언론사와의 관계는 예민하다. SNS 혁명으로 중동의 정치환경이 급변한 것처럼, 이들의 관계는 복잡다변하다. 그래서 IT와 언론사는 플랫폼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본적인 역할을 뛰어넘는 신경전이 벌어지기 일쑤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카카오가 합병을 추진하자 국내 굴지의 신문사들이 일제히 비판을 시작한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디지털'을 강조하는 조선일보는 25일 이례적으로 1면 머리기사와 2면을 통해 다음카카오를 비판했다. 내용은 다음카카오의 생활 밀착형 플랫폼 전략이 문어발식으로 확장되며 중소업체의 입지를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및 모바일에 있어 다음카카오보다는 네이버의 독점을 비판하는 것이 이치에 바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게다가 구글과 애플은 자신의 OS에 입점하는 업체들에게 판매 수수료 30%를 떼어간다. 반면 다음카카오는 21%에 불과하다. 독과점을 명분으로 건 조선일보의 소위 '다음카카오 때리기'는 이상한 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업계에서는 조선일보의 다음카카오 비판을 두고 '견제'라는 분석을 내린다. 국내 신문사들은 재작년과 작년 네이버와 뉴스 콘텐츠 및 포털제공을 두고 일대 격전을 벌였다. 결과는 네이버의 백기투항이었다. 이 과정에서 뉴스캐스트와 뉴스스탠드를 둘러싼 논란을 통해 조선일보 및 굴지의 신문사들은 자신들의 종합편성채널 미디어렙에 네이버의 자금을 지원받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국내 신문사들이 모바일 시장의 강자로 부상할 다음카카오를 미리 견제하기 위해 소위 '때리기'를 했다고 본다.

그렇다면 신문사들이 다음카카오에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뉴스 큐레이션 기능 정국에서의 상대적 우위다. 현재 웹에서 모바일로 정보를 습득하는 방식이 이동하며 자연스럽게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만 보는 뉴스 큐레이션이 부상하고 있다. 그리고 다음카카오, 특히 카카오는 그 어떤 업체보다 뉴스 큐레이션에 적극적이다. 이미 연내에 본격적인 뉴스 큐레이션을 준비하고 있는 카카오는 기존 포털과는 다른 뉴스 소비 방식을 지향한다.

방식은 아무도 모른다. 뉴스 편집권을 카카오가 가져갈지, 혹은 이용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콘텐츠를 선택하고 소비할지. 가장 유력한 방식은 후자다. 카카오는 플랫폼을 전면개방해 이용자에게 뉴스 선택권을 100% 주는 방향으로 갈 것이 확실시된다. 이는 당장의 트래픽을 보장하지 않아도, 질이 높은 기사를 별도의 가입이나 설정없이 빠르게 구독하고 해지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신문사들은 또 한 번 거센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클릭수에 민감한 신문사들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이유로 뉴스스탠드 출시 당시 상당한 타격을 입은 신문사들은 카카오의 뉴스 큐레이션을 초기에 압박해 자신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갈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결국 동기가 무엇이든, 이는 다음카카오의 위기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IT환경을 창조할 다음카카오의 앞날에 장밋빛 미래만 펼쳐진 것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급변하는 모바일 IT 환경에 적응하고 이를 체화할 시간이 절실하다는 것에 중론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