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업계에서 가장 핫한 기업은 단연 ‘샤오미’다. 2010년 창업해 4년 만에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 세계 스마트폰 시장 5위에 올랐다.

이처럼 급속도로 빠른 성장을 보였지만, 샤오미는 항상 불명예스러운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바로 ‘짝퉁 애플’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물론, 최고경영자인 레이 준의 의상 스타일도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와 비슷하다는 평가다. 물론 샤오미는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애플 모방’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외신들이 샤오미의 모방 행태를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샤오미가 새로운 운영체제인 ‘MIUI6’를 발표하면서다. 샤오미는 MIUI6를 출시하면서 심플한 디자인과 다양한 기능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미(Mi) 클라우드와의 연동을 강화하고 텐센트, 킹소프트 등과 협업을 통해 보안 기능을 향상시켰다고 했다.

하지만 MIUI6 아이콘의 모양은 애플의 iOS7과 너무나 흡사했다. 투명한 배경과 컬러, 글씨체 등 전반적인 디자인도 그렇다. 특히 카메라, 캘린더, 계산기, 나침반 등 전반적인 애플리케이션의 이미지는 애플의 iOS7과 거의 비슷했다.

이에 대해 외신들은 비난의 일색이다. 온라인 경제매체 비즈인사이더는 “샤오미의 새로운 운영체제인 MIUI6가 애플 iOS7과 거의 똑같다”고 지적했다. IT 전문매체 폰아레나는 “샤오미의 새로운 운영체제는 지금까지 본 것 가운데 가장 부끄러움 없이 iOS를 베낀 것”이라며 “애플을 베끼는 일에 샤오미는 더 이상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샤오미의 지나친 모방행태에 대해 애플이 곧 소송을 걸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려는 샤오미이기에 애플의 소송문제는 필연적이라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애플이 삼성전자와 벌인 치열한 소송과는 달리 샤오미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했지만, 세계 시장에서 다시금 맞붙게 된다면 소송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올해만큼은 샤오미의 모방에 대해 함구할 수 있다고 본다. 애플은 중국 시장에 대한 스마트폰 전략을 강화한만큼 중국 기업인 샤오미를 굳이 건들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카이스트 정보미디어 경영대학원 김지현 겸직교수는 “애플은 앞으로 중국 정부와의 전략적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만약 소송문제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다면 중국 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샤오미에 대해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샤오미, 끝내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 등극

업계의 비판과는 달리 샤오미의 인기는 여전하다. 지난 2분기 실적을 보면 샤오미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4%로 1위를 차지했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캐널리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도 2분기 샤오미가 삼성을 제쳤다. 설립된 지 4년된 신생기업이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를 이겼다는 소식에 업계는 들썩였다. 성장속도도 빨랐다. 지난해 샤오미의 시장점유율은 5%에 불과했지만 1년 만에 240% 성장해 14%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샤오미의 ‘저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전략이 소비자에게 맞아 떨어진다고 분석한다. 그렇기에 신흥시장인 중국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민감도가 높은 신흥시장에선 샤오미처럼 저가로 진행되는 것이 유리하다”며 “저가 전략으로 샤오미는 중국 소비자, 특히 젊은 소비자에게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샤오미가 이처럼 저가 전략을 펼칠 수 있는 데는 온라인 유통망 도입 때문이다. 샤오미는 온라인을 통해 주문받고, 그 후 제조하는 주문생산방식을 채택했다. 이는 2000년 초반, 컴퓨터 판매 1위를 기록한 델(Dell)의 방식과 유사하다. 온라인 유통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샤오미는 삼성전자나 애플 등 경쟁사 판매가의 절반 이하를 유지할 수 있었다. 자체 온라인 쇼핑몰인 ‘샤오미닷컴’을 통한 판매 방식을 이어갔고, 생산 및 재고처리 비용을 줄였다.

샤오미는 하드웨어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대신 그 외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자 노력한다. 전문가들은 애플리케이션 등 다른 서비스로 수익을 남기려는 샤오미의 전략이 아마존(Amazon)과 유사하다고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아마존은 태블릿 PC를 저렴하게 판매한 뒤, 전자책이나 비디오 등의 콘텐츠를 판매해 이윤을 남긴다”며 “샤오미 역시 이런 부가가치 판매를 통해 이익을 얻는 구조”라고 말했다.

샤오미의 중국 열풍에 최근 들어 샤오미를 따라하는 짝퉁 업체까지 나타났다. 중국 소식통에 따르면, 샤오미의 전략 스마트폰인 MI4 짝퉁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디자인이나 성능까지 흡사해 외관상으로는 확인이 어려울 정도다. 이에 샤오미는 자사의 짝퉁폰에 대응하기 위해 정품여부를 확인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배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의 한 관계자는 “애플의 짝퉁폰이라 불리며 애플을 따라한 샤오미가 이제는 짝퉁폰을 잡는 역할로 역전됐다”고 말했다.

 

‘짝퉁 애플’ 샤오미, 미국 진출하면 애플 가만히 있을까

앞으로 샤오미의 목표는 확실하다.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 아마존처럼 콘텐츠 등에서 서비스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물음표를 던진다. 긍정적인 요소보다 불안한 요소가 많다고 평가한다. KT 경제경영연구소 김현중 전임연구원은 “샤오미는 자체 생산라인이 없어 목표 생산량을 조절하는데 한계가 있고, 중국 내수시장에 비해 글로벌 유통망도 미흡하다”고 분석했다.

매출 구조를 다변화하는 것도 샤오미의 과제 중 하나다. 샤오미는 애플리케이션이나 액세서리 등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모바일 플랫폼에서만 1억6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서비스 매출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마존을 따라잡기에는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 평가다. 김현중 연구원은 “샤오미의 궁극적인 수익모델이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임을 볼 때 샤오미의 갈 길은 멀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샤오미의 돌풍이 중국 내에서만 나타난다는 점도 한계 중 하나이다. 지난 2분기 판매한 스마트폰의 97%가 중국 본토에만 집중됐다. 이제 갓 인도 시장에 발을 들여 놓았을 뿐이다. 거대한 시장을 갖고 있는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도 샤오미의 열풍이 불지는 아직 미지수다. 김지현 교수는 “샤오미가 미국 등 북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된다면, 애플이 지금처럼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 따라하기’를 지속했던 샤오미의 글로벌 진출이 그리 녹록하지는 않을 것이란 점이 업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