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7월 의사록이 지난 20일 공개됐다.

공개된 의사록에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내에서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예상과 달리 빠른 속도로 개선된 실업률과 소비자 물가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노동부는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전주 대비 1만4000건 줄어든 29만8000건으로 집계됐다고  21일 발표했다. 통상적으로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줄어들면 그만큼 고용 상황이 나아졌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같은 기간 실업수당을 받는 장기실업자 수도 4만9000명 감소한 250만명에 그쳐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1% 상승했다. 시장 전망에는 부합했지만 최근 들어 가장 작은 상승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CPI는 올해 4월 0.3%, 5월 0.4%, 그리고 6월 0.3%로 집계되는 등 꾸준한 오름세를 보였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미 연준에서 기준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현재 미국 단기금리는 지난 2008년 12월 이후 제로금리 수준을 유지해 오고 있다. 그동안 대다수의 미 연준 위원들은 내년까지 금리 인상을 미룰 여력이 있다고 믿어왔으며, 금융시장 역시 이듬해 중반까지는 금리가 인상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왔다.

하지만 이번 의사록에서 다수의 연준 위원들은 실업률이 계속해서 예상보다 빠르게 떨어지고 인플레율이 오를 경우 “현재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경기조절적 통화정책을 중단하기 시작하는게 적절할 수 있다”는데 의견을 일치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21일 보도했다.

만약, 미국 금리가 조기에 인상된다면 한국 경제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국내 전문가들은 조기 인상가능성을 낮게 보는 한편 예상을 깨고 인상될 시 국내 채권시장은 요동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금리 인상시점은 내년 중반 이후로 예상되기에 당장 빠르게 인상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나 일단 상승세를 타면 글로벌 투자자금의 흐름이 급격히 바뀔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은 과거와 달리 외환 부족으로 인한 환율 급등 및 기업 부도 위험 등으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금이 한순간에 빠져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외환보유액은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의 기반”이라며 “과다한 외환보유에 따른 비용이 다소 들지라도 외환보유액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김명실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컨센서스 자체는 비둘기파적이나 최근 공개된 의사록에서 재닛 옐런 의장이 다소 매파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나 조기 인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며, “만약, 옐런 의장이 출구전략성 발언을 한다면 현재 대외 이벤트에 큰 영향을 받는 국내 채권시장은 커플링 현상으로 인해 적잖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3년기준 국고채 금리는 5~10bp가량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이미선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는 내년 2분기경에나 인상할 것으로 컨센서스가 이뤄져 있으나 컨센서스보다 더 빠르게 진행될 경우 현재 2.90~3.15% 수준에 머물러 있는 금리가 10bp이상 올라갈 수도 있다”며 “미국 채권시장은 크게 반응할 것이며 국내 채권시장 역시 파장이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15개월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이같은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론이 결코 달갑지 않다. 올 하반기 한 차례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불거지고 있는 미국의 예상보다 빠른 금리 인상은 그야말로 정부의 강한 ‘경제살리기’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구한 채권시장의 한 전문가는 “한은에서 비록 추가 인하 조치를 취한다 할 지라도 이미 시장금리 스프레드 자체가 많이 붙은 상황이어서 불확실성 해소로만 작용할 것”이라며 “결국에는 미국 금리를 따라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1일 코스피지수는 미국 조기 금리 인상 우려로 인해 2050선 밑으로 후퇴한 바 있다. 국내외 시장은 현재 미국 잭슨홀 미팅에서 있을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기조연설에 눈이 쏠린 상태다. 과연 옐런 의장이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