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집. 필수요소지만 주거형태가 다양해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인지 누구나 한번쯤 고민에 빠진다. 자가, 전세, 월세를 놓고 볼 때, 돈만 넉넉하다면 사람들은 분명 자가를 선호한다. 전세의 경우 천정부지로 뛰는 전셋값 부담과 이로 인한 이사비용도 만만치 않고, 월세는 매달 월세를 지출해야하기 때문에 돈을 축적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에서다.

본지는 자가, 전세, 월세 중 주택구입비용, 보증금, 수입, 지출 그리고 여유자금 등을 고려해 어떠한 주거형태에 사는 것이 총자산가치 측면에서 유리한지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그 결과, 현재 상황에서는 전세가 가장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세의 경우도 여유자금을 이용해 일정률 이상의 수익을 올리면 자가보다도 유리한 결과가 도출돼 꽤나 흥미롭다.

매매활성화 바라지만 전세→자가 전환율은 '글쎄'

주거형태는 크게 자가, 전세, 월세로 나뉘며, 사람들은 이들 중 자가를 가장 선호한다. 전세나 월세보다 자가가 안정적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부모들의 경우 자녀들의 교육상 부동산에 대한 니즈(Needs)는 더욱 강하다. 부동산이 주식, 채권과 같은 무형의 금융자산과는 달리 실물자산이라는 것도 소유욕을 불러일으키는 요소 중 하나다. 이러한 영향으로 우리나라 가계 자산 중 75% 이상이 부동산에 몰려 있다.

출처: 한국갤럽

리서치 전문업체 한국갤럽의 ‘정부 부동산 대책에 대한 의견’을 다룬 설문조사(7월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16명을 대상)에 따르면, ‘현 정부가 부동산 매매를 더 활성화해야 한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53%가 ‘활성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그럴 필요 없다’고 답한 사람은 34%에 달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매매활성화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집을 소유해야 한다는 의견은 60세 이상이 71%, 20대는 43%인 반면, 소유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은 20대가 56%, 60세 이상은 26%를 기록해 세대 간 부동산 구입에 대한 생각의 차이가 뚜렷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전세를 살다가 내 집을 마련하는 비율은 해마다 줄고 있다. 국토연구원의 '주거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세에서 자가로 전환하는 비율은 2005년 53.0% 이후 2008년 38.7%, 2010년 26.1%, 2012년 23.2%로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자료: 국토연구원

과거에는 전세가 자가를 마련하기 위해 거치는 일종의 과도기적 주거 형태였지만, 최근 추세는 전세로 살거나 월세로 옮겨가는 경우가 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자기 집에 사는 비율인 자가율이 60%대에서 정체해 있다"며 "자가로 옮겨가야 할 사람들이 전세로 눌러 살면서 매매시장 침체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중·고소득층의 전세에서 자가로의 전환이 더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택규제 빗장 푼 정부, 주택구매 여건 좋아졌다

2008년 이후 정부가 지속적으로 부동산 경기부양 정책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필두로 한 새 경제팀은 과거 대표적인 금융규제였던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를 완화하고, 청약제도를 대폭 손질키로 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주택시장 수요기반 확충을 위해 공유형 모기지와 디딤돌 대출 등 주택 마련 자금지원책을 확대하고, 취득세 영구인하 등 매매시장 문턱을 낮추기 위한 각종 세제 및 제도 혜택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이 가운데 최근 주택가격 하락과 저금리 기조가 맞물리면서 실제 수요자들의 주택 구입 여건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4년 7월말 현재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3억6009만원으로 2009년말 3억9469만원보다 8.8% 하락했다. 아파트 매입가격이 5년 전보다 3460만원 가량 저렴해진 것으로 그만큼 내 집 마련의 문턱이 낮아진 것이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3%대로 낮아지면서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의 주택 구입 자금 조달도 한층 수월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4년 6월 기준, 신규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58%로 2009년보다 1.96%포인트 낮아졌다. 집단대출 금리는 5년 전에 비해 1.4%포인트 내린 3.61%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역대 최저치를 나타내는 가운데 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입한 수요자들의 금융부담도 줄어들고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고정금리·비거치식 10년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 방식으로 2009년 당시와 2014년 현재 수도권 평균 금액의 아파트를 대출 40%를 끼고 매입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총 이자 비용은 5년 사이 2000만원 가량 줄어든 셈”이라고 전했다.

이뿐만 아니라 취득세율 인하에 따른 취득세 부담 감소와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대폭 상승해 매매가격과 전세금 격차가 크게 준 것도 전세에 거주하고 있는 실수요자들에게 주택 구매의욕을 부추기고 있다.

김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간 이어졌으나 거래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집값이 어느 정도 바닥을 다진 상태”라며, “하지만 대외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해 있어 주택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은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보다는 과거에 비해 주택 구매 여건이 유리해진 측면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주거형태 비교를 위한 가정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서울시 아파트 평균 시세(전용면적 59㎡)는 매매가 기준 2억8969만원으로 나타났다. 이 매매가를 기준으로 전세가격은 1억9988만원(전세가율 69% 환산,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 월세는 170만원에 보증금 3000만원(전월세 환산, 부동산114)으로 산정했다.

 

대출총액은 자가 매입 기준인 2억8969만원이며, 가계수입은 주거형태 중에서 월 지출이 가장 높은 월세 주거형태를 기준으로 이자지출과 월세를 더한 연 2909만700원으로 산정했다.본지는 이를 토대로 주거형태별 총자산가치 변동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공평한 비교를 위해 A라는 사람이 주택구입목적으로 대출을 받고 자가, 전세, 월세 형태로 각각 주거를 한다는 가정 하에 10년 후 세 가지 주거형태의 자산변동을 비교했다.

세 주거형태의 공통지출은 대출이자이며 추가적으로 자가(취득세, 재산세), 전세(보증금), 월세(보증금, 월세)의 형태에 따른 지출도 고려했다. 다만, 자가 소유자의 경우 주택노후화에 따른 수리비용 지출은 제외했다.

여기에 부동산 구입비용, 전세 보증금, 월세 보증금의 자산 가치는 변동하지 않는다고 가정했다. 부동산 가격이 반드시 상승한다는 보장도 없을뿐더러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경우 여유자금 투자 수익률도 추가 조정해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 상승은 여유자금의 투자수익률이 일부 상쇄한다고 가정했다.

자가 VS 전세 VS 월세, 투자수익률에 따른 총자산가치는?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자가는 전액 주택구입비용으로 지출하기 때문에 대출금으로부터 직접적인 여유자금이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전세는 대출금에서 보증금 1억9988만원을 제외한 8981만원, 월세는 보증금 3000만원 지불 후 2억5969억원의 여유자금이 생긴다.

 

수입과 지출까지 고려할 경우, 자가는 첫 해에 재산세, 취득세, 대출이자 등이 발생해 1666만9185원이 남고 이후 9년 동안 연간 1985만5775원의 여유자금이 생긴다. 전세와 월세는 각각 첫 해 1억1021만원, 2억5969만원, 이후 9년 동안 매년 2040만원, 0원이 생긴다.

이렇게 주거형태별로 발생하는 여유자금을 이용해 투자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매년 0%의 수익률을 올릴 경우, 10년 후 총자산가치는 전세가 4억9369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자가가 4억8506만원의 근소한 차이로 2위를 기록했으며, 월세는 한참 뒤쳐진 2억8969억원으로 가장 낮은 가치를 기록했다. 자가를 구입하는 것이 주거비용을 아끼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인식을 거부한 셈이다.

 

또한, 여유자금의 투자수익률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전세는 자가 대비 훨씬 큰 폭으로 자산가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여기서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0% 수익률을 기준으로 가장 낮은 자산가치를 기록한 월세도 일정 수익률 이상을 기록하면 자가는 물론 전세의 자산가치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36개 은행의 평균 예금금리는 2.32%다. 여유자금을 순수하게 정기예금금리에 투자한다고 가정할 때, 자가의 총자산가치는 5억1142만원, 전세와 월세는 각각 5억4477만원, 3억5663만원을 기록했다. 0%의 수익률을 기록했을 때와 비교해보면 자가의 총자산가치는 1773만원 늘어난 것 대비 전세와 월세는 각각 5971만원, 6694만원의 큰 폭으로 늘었다.

여유자금을 이용해 연간 평균 8.1%의 수익률을 기록할 경우, 10년 후 월세의 총자산가치는 5억9586만원으로 같은 기간 5억9517만원을 기록한 자가의 총자산가치를 소폭 뛰어넘었다. 게다가 연간 평균 13.7%의 수익률을 올리면 월세의 총자산가치가 전세의 총자산가치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대출기간과 투자기간을 늘릴 경우, 투자수익률에 대한 부담이 낮아져 총자산가치 측면에서 자가보다 전·월세가 더욱 유리한 것으로 도출됐다.

여유자금과 수익률이 중요한 이유

천재과학자 아인슈타인도 “복리야말로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이라며 ‘복리’에 대해 극찬한 바 있다. 복리는 누적효과를 발생시켜 일정시점부터 큰 폭으로 투자자산을 늘리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복리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초기자산을 최대한 확보하고 추가지출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즉, 여유자금을 최대한 확보하고 이를 이용해 투자수익률을 높이면, 예상보다 높은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어 자산증식은 빠르게 이뤄진다. 전세가 자가보다 총자산가치 측면에서 유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세의 경우, 자가 대비 첫해 여유자금은 물론 이후 발생하는 연간 여유자금 측면도 유리해 투자수익률이 상승하면 할수록 복리의 효과를 보다 크게 누리는 것이다. 이와 비교해 월세의 경우는 첫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여유자금이 발생하지만, 이후 9년간 큰 폭의 지출로 여유자금이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높은 수준의 수익률을 올려야만 자가나 전세의 연간 발생하는 여유자금분을 상쇄할 수 있다.

저금리 시대 연간 8.1% 수익률은 불가능?

시뮬레이션 결과, 연간 8.1% 이상의 수익률을 향후 10년 간 꾸준히 올릴 경우, 월세가 자가보다 총자산가치 측면에서 유리했다. 그렇다면 8.1%의 수익률을 올리는 것은 어려울까?

국내 대표화장품 제조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주가가 200만원을 넘으면서 일명 ‘황제주’로 등극했다. 지난해 10월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85만7000원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난 13일 종가기준 206만8000원으로 마감해 역사를 새로 썼다. 1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동안 141.3%의 상승을 기록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모바일게임 전문기업 컴투스의 주가는 연초 대비 5배 넘게 상승했다. 이외에도 시대별로 보면 많은 고성장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낸다. 저성장, 저금리 시대라는 불평불만의 소리가 오히려 부끄러울 따름이다.

한 자산운용사관계자는 “아무리 저성장 시대 혹은 경제위기라 하더라도 늘 초과수익을 내는 자산은 존재한다”며 “주식뿐만 아니라 모든 투자대상은 선택과 시기의 문제일 뿐 우수한 투자 자산들은 시대를 막론하고 항상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저금리가 사회 키워드가 되면서 오히려 투자자들의 심리를 더욱 위축시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여유자금으로 반드시 수익을 올린다는 보장은 없다. 또한, 전세가율, 대출이자율 등의 변수가 변할 경우 향후 주거형태별 총자산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의 가격형성에 워낙 많은 변수가 작용해 그 판단이 쉽지 않다”며 “전세가율, 대출이자율과 향후 투자수익률 등의 변수를 확인하고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와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은 변수는 말 그대로 변할 수 있는 경우의 수이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은 “모든 자산이 그렇듯 싸게 살 수 있는 부동산이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며 “절대적인 것은 없으니 여러 방면에서 비교해보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