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경영을 이야기할 때, 항상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다. 1961년 ‘록히드마틴’으로 불리는 마틴 마리에타사(社)의 얘기다.

대륙간 탄도미사일인 ‘퍼싱’을 생산해 미 국방부에 납품한 마틴사(社)는 방대한 대량검사를 통해 품질을 확보하던 당시의 생산방식을 따랐다. 어느날, 미 국방부는 신형 야전용 퍼싱미사일을 발주하면서 납기는 한달을 단축하고 납품 후 통상 90일 걸리던 정상가동을 10일 이내에 맞춰달라는 요구를 했다. 검사를 통해 오류를 찾아내고 수정하는데 필요한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상황이었다. 회사는 전 직원에게 이와 같은 사실을 알렸다. 각자가 한치의 오류도 없이 맡은 작업을 수행해야만 하는 회사의 운명이 걸려있음을 호소한다. 이에 혼연일치가 된 직원들이 납기를 단축한 것은 물론, 납품 후 불과 24시간만에 납품된 미사일 모두를 정상 가동시키는 경이적인 일을 해낸다. 그 후에 경영진은 “완전무결이 실현되지 못했던 이유는 단지 완전무결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교훈을 얻는다. 바로 ZD(Zero Defects)라 불리는 무결점운동의 시작이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 한국의 제조산업을 견인해온 핵심 경쟁력은 ‘가격 대비 품질의 적정성’이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 우리 기업 제품은 선진강국의 제품보다는 싸고, 신흥국의 제품보다는 품질에서 앞서는 포지셔닝이었던 것이다. 즉, 무난한 디자인과 가격, 그런대로 괜찮은 품질이 경쟁력의 핵심이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독일, 미국, 일본 등 전통적인 선진제조강국의 역습과 중국 등 신흥강국의 추격 속에 우리 기업들은 품질로 대변되는 이른바 ‘비가격 경쟁력’이라는 새로운 경쟁지표를 요구받고 있다.

기업생태계라고 불릴만큼 복잡해진 현 제조환경에서 더 이상 완벽한 품질이 작업자의 손끝 하나에 달려 있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더구나 품질이라는 것이 고정된 하나의 가치를 추구하는 활동이 아니라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의 니즈와 고객의 트렌드에 따라 쉼 없이 변화하고 진화해야 하는 동적 개념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제대로 된 품질은 단순히 제조과정에서의 재처리 비용이나, 클레임, 리콜 등에 따르는 직접적인 품질실패비용을 낮추는 것이 아니다. 이는 고객의 이탈을 방지하고 재구매는 물론, 차별화된 가격결정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고품질 제품을 통해 궁극적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상승시키고 시장에서의 실패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조업에서의 품질에 대해 알아야 한다. 제조업의 품질은 크게 4가지 영역에서 결정된다. 첫 번째는 고객품질 프로세스다. ‘불량은 만들지도 말고, 만들었으면 시장에 내 보내지 않아야 하며, 내보냈다면 즉각 조치하라’는 품질의 기본원칙이 있다. 고객품질은 이미 시장에 출시한 제품이 고객으로부터 불합리 평가를 받은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고객품질 프로세스는 고객의 불만을 처리하기 위한 즉각적인 대응조치 절차와 문제의 근본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원인에 따라 개발, 외주, 제조과정으로 피드백시키고 관리표준과 기준을 변경하여 동일한 문제 재발을 방지하는 변경관리(MOC, Management Of Change)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이것이 품질관리의 가장 핵심이 되는 프로세스다.

두 번째는 개발품질 프로세스다. 시장의 니즈를 읽고 제품으로 연결하는 개발과정에서 원하는 니즈를 올바르게 제품에 반영시켜, 과거 경험했던 불합리나 불량이 발생할 수 있는 근인(根因)을 사전에 반영해 불합리나 불량이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과정이다. 그 외에도 부품이나 원부재료를 공급하는 협력업체의 품질수준 또한 최종제품의 품질로 귀결되기도 하는데, 이것이 세 번째인 외주품질 프로세스다. 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입고검사 등을 통해 납품되는 부품의 품질을 확인하는 것으로는 안 된다. 외주업체의 품질관리체계를 총체적으로 파악해 프로세스의 합리성과 실행력을 주기적으로 점검, 평가하여 불량부품의 생산 자체가 사전에 차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네 번째는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품질문제로 흔히 ‘손끝품질’이라고 불리는 공정품질이다. 공정에서의 작업자의 실수는 흔히 지식의 부족, 지원설비/장비의 부족과 작업자의 부주의로 지적된다. 따라서, 공정품질 프로세스는 자주검사 등 작업결과에 대한 공정 내 검사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또한, 작업자 각 개인의 제품과 품질, 안전작업절차에 대한 기본 교육과 함께 지속적인 개선활동에의 참여를 높여 단순한 의식개선이 아닌 품질 실행력을 높이는 일련의 과정도 포함되야 한다.

ERP 도입 확산 이후, 많은 기업이 ‘이미 품질프로세스는 글로벌 표준에 맞게 갖추고 있으나, 그것을 지키지 않는 작업자 의식이 문제’라는 이야기를 한다. 품질은 프로세스의 합리성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실행력에 의해 결정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 실행력의 실체는 작업자의 품질의식이 아니다. 데밍이나 줄란 등 품질대가들은 한결 같이 불량의 80% 이상은 작업자 능력 밖에 있는 시스템 자체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작업자가 프로세스를 지키지 않는 것은 프로세스 자체가 애초에 지킬 수 없게 만들어졌거나, 지키지 않아도 괜찮은 전체적인 품질시스템 상의 결함에 그 이유가 있다. 또한, 시스템을 결정하고 바꿀 수 있는 권한이 경영관리자들에게 있는 이상, 새로운 품질혁신의 첫 번째 대상은 경영관리층이 되어야 한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인 제이디파워(J.D.Power)社가 발표한 2014년 신차품질조사(IQS, Initial Quality Study)에서 우리나라의 현대차가 일반 브랜드 부문 20개 브랜드 중 1위, 기아차가 3위에 오르며, 양사 모두 세계 최상위권의 품질수준을 입증했다. 우리 기업들의 품질수준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음이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검사, 시험 등 과도한 평가비용의 지불을 통해 확보되는 ‘최종 제품의 경쟁력’을 의미할 뿐, 제조과정에서 품질이 확보하기 위한 진정한 제조력, 현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또 한번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간과해선 안된다. ‘가격대비 품질의 적정성’이라는 어정쩡한 품질의식은 더 이상 글로벌 선두 그룹에서의 경쟁이 불가능하다. 품질의 탁월성, 제조강국의 미래를 견인하는 ‘절대품질’을 갖추기 위해서는 가치사슬과 경영과정 전반에 걸친 일관성 있는 품질전략을 실행시키는 ‘품질시스템’과 시스템을 수정 보완해 나갈 수 있는 현장의 ‘실행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제부터가 진정한 경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