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댄스의 기본이 되는 춤이 룸바이다. 보통 라틴댄스라고 하면 흔히 젊은이들이 즐기는 춤으로 빠른 템포를 떠올리기 쉽지만, 룸바는 느린 춤이다. 하지만 본래 느린 춤이 더 어려운 법. 룸바는 댄스파티에서 가장 사랑받는 춤이기도 하지만, 빠른 템포의 다른 춤을 계속 추고 난 뒤 땀이 나고 체력도 버티기 힘들어질 때쯤 안정을 취하기에 좋은 춤이다.

이 춤은 원래 쿠바에서 시작된 춤이다. 지금은 쿠바가 가난한 사회주의 국가로 세인들의 관심 밖에 있는 소국이지만, 룸바를 비롯해 차차차, 맘보, 살사 등 여러 가지 춤의 고향이라는 것을 알고 나면 조금 새롭게 보인다.

룸바의 기원은 15세기경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이 쿠바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이 노예들의 발목은 쇠사슬에 묶여 자유롭게 쓸 수 없어  4/4박자인데 스텝은 3개만 사용했다는 설이 현재 가장 설득력 있게 퍼져 있다. 물론, 이외에도 룸바는 쿠바의 원주민들 특유의 음악과 춤이 기본이라는 설 등 다른 설도 있다.

룸바는 ‘사랑의 춤’이라고 풀이한 경우가 많다. 남녀의 움직임이 그냥 즐거워서 추는 춤이 아니라 느린 움직임 속에 여인은 농염하게 힙 무브먼트(hip movement)를 이용해서 춤을 춘다. 남녀가 서로 다가왔다가 멀어지고 멀어졌다가 다시 다가온다. 이미 사랑에 빠진 사이도 아니고, 소위 밀고 당기는 ‘밀당’의 단계로 봐야 할 것이다. 사실 이때가 더 스릴 있고 상대가 신비롭게 보일 때긴 하다.

흔히 4/4박자의 춤이라고 하면 첫 박자에 중점을 두게 돼 있다. 그러나 룸바는 1.2.3.4 박자를 사용하지 않고 2.3.4.1의 방식으로 춤을 춘다. 음악적 액센트는 4에 있다. 여기에 룸바의 매력이 있는 것이다. 카운트 4에 몸을 뻗어 늘리고 1에 몸을 움츠린다.

2.3에서는 체중 이동이 일어나므로 여기서 힙 무브먼트가 생기는 것이다. 4박자인데 스텝은 3개만 하면서 남는 한 박자 동안 묘한 긴장감이 생긴다. 대부분 춤이 여성을 돋보이기 위한 것이고, 남자는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 즉, 남성보다 바디라인이 좋은 여성의 에로틱한 동작을 살리는 것이 포인트이다.

위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댄스파티에서 인기 있는 춤이 룸바이기도 하지만, 자이브처럼 템포가 빠른 격렬한 춤을 춘 다음에 룸바를 추면 분위기도 정리되고 그 사이에 체력도 비축할 수 있다. 댄스파티에서는 라틴댄스와 더불어 모던댄스도 같이 추게 되므로 여성들은 모던댄스 드레스를 주로 입는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드레스를 입고 빠른 춤을 추기보다는 룸바처럼 느린 음악의 춤이 더 어울린다.

노래방에서 느린 음악이 나오면 룸바를 추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우리나라 대중가요는 오리지널 룸바 음악과 음악적 특성이 달라서 룸바의 맛을 제대로 살리기 어렵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룸바를 즐기는 것을 굳이 탓할 이유는 없다. 흔히 초급자들에게 2.3.4.1로 추라고 하면 2를 캐치하는데 서툰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초급 강좌에서는 1.2.3.4 카운트로 일단 룸바의 스텝을 가르치기도 한다. 역시 제대로 룸바를 추려면 룸바에 맞는 음악과 2.3.4.1 스텝을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강신영 50+댄스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