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자산운용은 조용했다. 하지만 강했다. 기자가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사장의 인터뷰를 하기 전과 하고 난 후의 느낌이다. 이날 존 리 사장을 만난 곳은 한국의 월스트리트라 불리는 여의도 금융가가 아닌 메리츠자산운용의 본사가 위치한 북촌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존 리 사장은 투자업계의 프로(Pro) 중 프로였다.

존 리 사장은 “공기가 좋아서 이곳으로 왔다. 운용사의 독립성을 이루기 위한 목적도 있다. 고객들의 돈을 다루는 사람들이 시끄러운 곳에 있으면 안 된다. 특히 운용업은 환경의 영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투자운용, 집중력을 높여라

국내에 출시된 펀드는 수많은 이름으로 둔갑해 무려 1000개 넘는 상황이다. 현재도 또 다른 이름의 펀드들이 끊임없이 출시되고 있다. 게다가 같은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조차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이런 흐름을 메리츠자산운용은 거부하고 있었다.

존 리 사장은 “투자전략이나 목적이 다르다면 그에 맞는 성격의 펀드를 만들어야 한다”며 “하나의 전략을 가지고 여러 개의 펀드를 운용하면 오히려 집중도만 흐려진다”고 말했다.

메리츠자산이 운용하는 뮤추얼펀드는 단 1개다. 물론 투자 성격이 다른 연금펀드 등이 별도로 존재하지만 같은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는 전부 1개씩 운용되고 있다. 펀드 수를 줄인 만큼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들이 집중하는 역량은 높아진다.

이와 함께 고객들도 주식에 대해 공부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묻지마 투자’와 다를 바가 없다.

“주식은 위험자산이다. 고객들이 주식형펀드에 가입하려면 최소한의 공부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운용사들이 속일 의도는 없지만 투자자들이 펀드 판매에 속아서 가입하는 것과 같다. 문제는 또 있다. 해외 기관들은 펀드 하나를 출시하는데 있어서 수많은 검증을 걸친다. 그리고 투자에 이은 수익에 집중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프로세스가 부족하다. 상품이 잘 팔린 것인가 아닌가에 먼저 집중하고 투자는 그 후의 문제다.”

존 리 사장이 바라보는 주식투자

존 리 사장은 “주식투자는 단기적으로 분명히 위험하다. 기업이 하루 이틀에 망하는 것도 아니다. 단순히 기업의 주가가 올랐다고 해서 팔아서도 안 된다. 회사가 잘 되고 있는데 왜 주식을 팔아야 하는가. 다만 좋은 회사를 골라야 한다. 긴 호흡으로 투자하고 자신만의 투자 철학이 확고해야 한다. 또한 투자로 수익이 났다고 해서 자만해서도 안 된다”고 피력했다.

실제 사업을 하는 경우, 단 한해의 실적을 가지고 평가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분기별, 월별, 일별 등 주기가 짧아지면 짧아질수록 실적에 무딘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은 1년 혹은 분기별 더 나아가 일일 주가에 연연하는 경향이 많다. 주식시장이 합법적 도박시장에 비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업투자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의 질이다. 경영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미래를 그려가는 가가 중요하다. 투자자들은 투자하려는 회사를 가지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해보라. 단기투자는 도박에 불과하며 회사는 도박대상이 아닌 동업자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그리고 오래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또한 수치에 대해 본질적인 면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널리스트의 역량이 중요하다. 숫자를 보지만 수치자체가 좋고 나쁨을 봐서는 안 된다. 그 수치가 의미하는 바를 깨달아야 한다. 결국 애널리스트는 숫자로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닌 앞으로의 숫자가 중요한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은 0순위

존 리 사장은 80년대 초 연세대학교를 중퇴하고 미국으로 향한다. 뉴욕에서 회계학을 전공하고 현재 KPMG의 전신인 피트마윅(Peat Marwick) 회계법인에서 7년 동안 일했다. 이후 자산운용사인 스커드에 입사하게 된다.

존 리 사장은 “사람은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 회계사 7년이면 충분히 그 일을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회계사도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지만 돈이라는 것은 차선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메리츠자산운용을 스커드자산운용과 같은 회사로 만들 것이다. 갈 길은 멀고 험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반드시 이룰 것”이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