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결혼을 앞둔 지인 김씨. 예식장, 신혼여행 준비는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됐지만 가장 중요한 신혼집 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 김씨가 생각하고 있는 가격대의 전세매물은 ‘한양에서 김 서방 찾기’였으며, 여기에 전세와 매매 시세가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다는 점도 그의 고민을 깊게 만들었다. 결국 그는 고민 끝에 무턱대고 집을 샀다가 나중에 집값이 떨어져 ‘하우스푸어’가 되기보다는 비싸도 돌려받을 수 있는 전세에 살기로 마음먹었다.

결혼을 하면 가장 먼저 걱정하게 되는 것이 바로 보금자리 찾기다. 최근에는 전세대란으로 인해 많은 신혼부부들이 내 집 마련에 대해 전세와 매매,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를 두고 고민이 많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적으로 집 살 여력 있는 가구는 568만7000가구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 총 가구의 31.3%에 해당한다. 여기서 집 살 여력 있는 가구란 현재 보유 중인 금융자산과 가계부채, 채무금 상환능력, 부담되지 않을 수준의 대출 규모를 고려한 가구다.

최근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을 필두로 한 제2기 경제팀이 LTV·DTI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집을 사려는 움직임이 없자 대출규제 완화라는 카드를 꺼내 매매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실수요자들의 전세수요를 매매수요로 전환해서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LTV·DTI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구심이 싹튼다. 최근 주택시장에서는 ‘실수요자’라는 말이 애매모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수요자는 반드시 집이 필요해 사거나 얻고자 하는 수요자를 뜻한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주택시장 분위기가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집값이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빚까지 내서 집을 구입하려는 용감무쌍한(?) 실수요자는 없다.

현재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에서 무엇보다 우선순위가 돼야 할 것은 ‘전·월세시장 안정화’다. 하지만 정부는 전·월세시장 안정화 대책이라면서 엉뚱하게도 집 살 것을 강요하는 조치를 내놓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전세난이 나타나는 원인을 재검토하고 답을 찾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주택가격 상승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부족한 전세시장 수급을 안정화하는 정책이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