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림지역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정부차원에서는 도로망을 확충하거나 택지조성을 하는 경우 산림지역을 손대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되면서 수많은 산림지역이 상업용지나 택지로 조성되면서 산림이 훼손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그러다보니 이곳저곳에서 그동안 잘 모셔놨던 분묘를 어쩔 수 없이 파헤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또한, 사유지의 경우 산림이나 임야에 분묘가 있다면  그 가치가 평가절하되어 토지매각을 위해 분묘의 이장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연고가 있는 분묘의 경우는 연고자가 적정한 보상을 받고 이장하면 되고, 연고자가 명확치는 않지만 계속 관리가 되고 있는 분묘의 경우는 연고를 찾아서 적정한 보상을 하거나 상호 합의하에 원만하게 진행하면 된다. 반면, 연고를 알 수 없는 무연분묘의 경우는 관할 관청에 신고한 후 3개월 이상 일간지와 매체 공고를 통해 연고자를 찾는 노력을 한 후에도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임의 개장과 이장이 가능하다.

그런데 연고자가 없다고 판단되어 무연분묘 신고를 했는데 연고자가 나타난 경우, 골치 아픈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바로 분묘기지권(墳墓基地權)이 엄연한 권리로 보장되어 있기에 이를 잘 모르는 토지주의 경우 낭패를 보기 일쑤다.

그렇다면, 여기서 분묘기지권의 사전적 정의를 먼저 살펴보자. 분묘기지권이란 타인의 토지 위에 있는 분묘의 기지(基地)에 대하여 관습법상 인정되는 지상권에 유사한 일종의 물권이다.

분묘기지권은 ① 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얻어 분묘를 설치한 경우, ② 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받지 않았더라도 분묘를 설치하고 20년 동안 평온·공연하게 점유함으로써 시효로 인하여 취득한 경우, ③ 자기 소유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자가 분묘에 관해서는 별도의 특약이 없이 토지만을 타인에게 처분한 경우 가운데 한 가지 요건만 갖추면 성립한다.

그 범위는 그 분묘의 기지뿐 아니라 분묘의 설치 목적인 분묘의 수호 및 제사에 필요한 범위 안에서 분묘기지 주변의 공지(空地)를 포함한 지역에까지 미치는 것으로 본다(대법원 판례 85다카2496). 그 존속기간은 민법의 지상권 규정을 따를 것이 아니라, 당사자 사이에 약정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그에 따른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는 권리자가 분묘의 수호와 봉사를 계속하는 한 그 분묘가 존속하고 있는 동안은 분묘기지권이 존속한다고 해석한다(대법원 판례 81다1220).

분묘기지권은 종손에 속하는 것이나 분묘에 안치된 선조의 자손도 분묘의 기지를 사용할 수 있다(대법원 판례 78다2117). 다만, 2001년 1월 13일 이후에 설치된 묘지는 제17조9항 분묘설치기간에 의하여 분묘기지권이 성립되지 않는다(15년씩 3회한 사용기간 연장만 가능).

분묘기지권은 등기 없이도 제3자에 대항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조상 대대로의 관습이었다. 지료는 무료이며, 존속 기간은 약정이 없는 한 영구하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분묘기지권이 성립되지 않는 지역도 있다. 1) 상수원보호구역, 2) 문화재보호법 제8조 15조 문화재보호구역, 3) 주거, 상업, 공업구역, 4) 농지법 20조 농업진흥구역 5) 채종림 ,보안림, 요존 국유림, 6) 군사시설보호구역, 7) 그 밖에 지자제에서 법률로 정한 구역의 경우는 분묘기지권이 성립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분묘기지권은, 남의 토지에 묘를 설치한 자가 그 묘를 소유, 관리하기 위하여 남의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로, 등기 없이 분묘를 보존 관리하기 위하여 남의 토지를 사용하기 위한 관습에 의해 인정되는 권리다. 비록 토지주가 있을지라도 다른 사람이 20년 이상 분묘를 조성해서 사용했다면, 분묘 소유관리자에게 관습법상의 권리를 인정해준 것이면서 토지주의 묵인 또는 방관(암묵적 동의)을 이유로 분묘에 관한 기지권(지상권)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얼핏 토지주 입장에서 보면 억울할 수도 있겠으나 사법부에서는 토지주의 관리의무 소홀을 이유로 분묘기지권을 정당한 권리로 인정해주고 있는 것이다. 단, 2001년 장사법 개정에 따라 2001년 1월 13일 이후부터는 분묘설치기간에 제한을 두어 분묘기지권의 멸실과 토지주에 대한 권리를 명확히 보장했지만, 지금도 국토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유지에 수십 년에서 수백 년을 경과한 분묘가 많이 남아있기에 이에 대한 분쟁은 앞으로도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과 같이 분묘기지권이 성립하는 경우에는 그 분묘를 마음대로 이장(移葬)할 수 없으므로 임야 등을 경매할 때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또한, 분묘기지권이 성립하는 토지의 경우에는 분묘기지권을 주장하는 분묘의 소유, 관리자와 원만한 합의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토지주와 분묘 소유관리자의 법정 싸움이 본격화되면 결국, 양자 모두 심적, 물적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으므로 필히 충분한 대화를 통해 합의를 도출해내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으로 보여진다.

토지주의 경우는 정당한 분묘기지권 행사에 대해 분묘 소유관리자와 감정적으로 대립하지 않고 최대한 존중을 해주고, 분묘 소유관리자의 경우는 그동안 자의건 타의건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준 토지주에게 일말의 미안한 마음에서라도 묘지이장 비용 제공 정도의 약정을 통해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적정한 합의가 아닐까 하는 사견을 보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