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의 가장 큰 장점은 인프라다. 소형점포의 특성상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편의점을 이용한 전기차 충전소 확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단순히 음식료를 파는 소매점에서 점차 그 역할을 확대해 온 편의점. 이제는 전기차 시대를 앞당길 충전 인프라의 거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진화의 진화를 거듭하는 편의점은 1~2인 가구 시대와 맞물리면서 사양 산업이 아닌 고성장 산업으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편의점이 국내에 처음 도입됐을 당시, 깔끔한 인테리어와 정돈된 분위기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뿐만 아니라 24시간 개방이라는 점은 장을 볼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쇼핑 시간의 여유로움을 제공했다. 과거에는 동네 슈퍼가 문을 닫으면 급히 필요한 식료품이 있어도 포기하고 내일로 넘겨야 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편의점은 단순히 ‘동네 구멍가게’가 최종 진화한 모습일까?

다양한 사업구성을 통해 진화한 편의점

편의점은 고객에게 편의(Convenience)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소형소매점으로 정의된다. 슈퍼마켓이나 대규모소매점, 전문점 등 기존의 소매 업태에서는 제공할 수 없는 편리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선 편의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24시간’이라는 단어다. 연중무휴는 공휴일, 국경일은 물론 명절에도 이어진다. 만약 편의점의 이런 기능이 없었다면 사람들의 쇼핑 행태는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편의점의 ‘24시간’ 영업 기능은 우리에게 쇼핑 시간의 여유를 준 셈이다.

또한,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러한 접근성 덕에 편리한 쇼핑이 가능한 것이다. 편의점은 소매점포 형태라서 각 지역은 물론 소형 상권을 비롯해 심지어 작은 동네까지도 침투할 수 있다. 전국 인프라 규모로 따지면 최고를 자랑한다.

한국편의점협회의 발표를 보면 지난해 편의점 시장의 총 점포수는 2만4400개로 추산되고 있다. 한 점포당 우리나라 국민의 약 2000명을 수용하고 있는 셈이다.

편의점에서 취급하는 물건들은 음식료품에서 일용 잡화까지 매우 다양하다. 일부 편의점에서는 분식점, 패스트푸드점을 소형화시켜 옮겨놓은 듯 간편식들이 판매되기도 한다. 게다가 일부 은행 업무를 담당하기도 한다. 최근 현금보다 체크카드 혹은 신용카드를 많이 쓰는 추세로, 사람들이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만약 급하게 현금이 필요하거나 공과금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문제 또한 편의점의 ATM(Automatic Teller’s Machine, 현금자동입출금기)기로 해결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편의점은 방대한 전국 인프라를 통해 택배 서비스도 일부 담당하고 있다. 편의점이 물류의 거점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바야흐로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배터리 소모량도 많아졌다. 이제 스마트폰 배터리를 2개, 3개씩 들고 다니는 것은 기본이다. 그것도 모자라 사람들은 스마트폰 충전기를 들고 다니며 콘센트를 찾아 헤맨다. 하지만 설령 배터리가 없거나 충전기가 없어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편의점에 가면 배터리 충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만능재주꾼인 편의점은 알게 모르게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며 진화해왔다. 그 배경에는 전국에 펼쳐진 편의점 인프라가 있다. 이제는 편의점이 단순한 식료품 가게로 보이지 않는다. 편의점의 영위할 수 있는 또 다른 사업은 무엇일지 궁금할 따름이다.

편의점, 이제는 휴게소로 변신

일본정부는 전기차 보급 활성화에 충전소 인프라 확대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주차장, 주유소, 편의점 등에 설비 지원정책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 이로써 일본 전역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더욱 빨리 구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대형 편의점 훼미리마트는 지난 4월, 기존 34개를 운영하던 전기차 충전 시설을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역, 공항은 물론 주차시설이 가능한 지역에 도입한다는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 충전 시, 일반 충전기로는 완전 충전시키는 데 8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급속 충전기의 경우는 약 20분가량이면 충전이 완료된다.

훼미리마트는 급속 충전기 설치비용을 내지 않는다. 급속 충전기는 닛산, 스미토모 상사 등이 공동출자한 충전서비스 업체인 재팬차지네트워크(JCN)가 운영하며, 여기서 나오는 매출 또한 JCN이 가져간다. 충전서비스는 JCN 회원들을 대상으로 하며 요금은 1회 충전에 약 300엔(약 3000원)이다. 비회원인 경우는 두 배인 600엔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20분의 충전시간도 고객에게 지루함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훼미리마트는 소비자가 전기차 충전을 하는 동안 편의점에서 쇼핑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전국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편의점이 휴게소로 변신하는 것이다. 편의점은 24시간 운영되기 때문에 전기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충전 근심을 어느 정도 덜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편의점에서 전기차 배터리 충전을 위한 주차 공간 확보와 충전방식 표준화 등의 문제가 상존하고 있어 이를 해결할 방안이 필요하다.

편의점, 이제는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

일본 유통시장에서 편의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7.1%인 반면, 우리나라는 3.3%에 불과하다. 또한, 편의점 점당 일평균 매출액을 비교해도 한국 편의점은 일본 편의점 대비 2~4배 성장할 여지가 남아있다. 특히 일본의 편의점 채널은 1990년대 초 GDP성장률이 둔화되고 1~2인 가구 비중이 40%에 이르면서 빠르게 확장됐다. 저성장 시대에 진입하면 합리적 소비 트렌드가 강화된다. 1~2인 가구의 경우 근거리 쇼핑을 선호하고 한 번에 적은 양을 잦은 빈도로 구매하는 경향이 높아 소형점포인 편의점 매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또한 저성장 기조와 1~2인 가구 증대에 직면하고 있어 국내 편의점 시장의 높은 성장이 예상된다.

편의점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소형점포의 이점을 살려 소비트렌드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2007년 이후 차별화된 점포 전략에 따른 상품 믹스의 개선이 두드러지며 성장세가 더욱 강화됐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최근에도 편의점 업체들은 PB(Private Brand), NPB(National Private Brand), 차별화 상품 등의 비중을 확대하며 고객을 위한 맞춤형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양지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편의점 선진국인 일본과 비교할 때, 한국 편의점 시장은 아직 확대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편의점 업체들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주가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한국 편의점 업체들 또한 ROE(Return On Equity, 자기자본이익률)와 성장률, 현금 창출력 측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아 주가 프리미엄은 견고하게 유지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