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SUV가 대세지만 과거 4륜구동의 대명사는 지프차였다. 국어사전에도 올라가 있는 지프차는 4륜구동 주행이 가능한 다용도 소형 자동차를 일컫는다. 지프의 어원이 제너럴퍼포스(General Purpose)의 머리글자인 GP에서 나왔다는 설이 있을 정도다. 보통은 군대에서 사용하는 소형 이동수단으로 이해하면 된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의 군수물자가 대거 들어오면서 지프차는 국내에서 중요한 교통수단이었다. 쌍용자동차의 전신인 신진자동차가 미국에서 부품을 공수해 와 승용차나 택시 등으로 조립해 판매하기 시작한 것. 둥근 헤드라이트에 직사각형 세로 슬롯 그릴이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갖게 한다.

1987년 크라이슬러에 인수되었지만 ‘지프’라는 브랜드는 2차대전 미국에서 사용한 소형 군수차였다. 당시만 해도 4륜구동 독일 군용차가 월등한 성능을 자랑하며 기동력 면에서 연합군을 압도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다.

전쟁이 끝나고 지프 생산업체인 월리스 오버랜드 사가 민간용으로 개조해 팔기 시작한 것이 CJ(Civilian Jeep) 시리즈다. 처음에는 농장이나 건설현장 같은 험난한 도로 주행용으로 이용하다 캠핑이나 레저를 즐기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마니아층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태생이 군용차량이니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시내 주행용으로 개선한 모델이 1983년에 나온 지프 체로키다. 성능과 디자인 면에서 지프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실내 공간과 편의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국내 고객들은 추억의 명차 쌍용자동차 ‘코란도 훼밀리’를 떠올리면 거의 같다. 지프는 군용 모델의 디자인을 계승한 랭귤러를 꾸준히 출시하는 반면 SUV의 개념을 새롭게 도입한 체로키 모델도 업그레이드를 계속해 현재까지 사랑받고 있다.

 

이 체로키의 축소판이 준중형 SUV 지프 컴패스(COMPASS)다. 체로키가 7000만원대 럭셔리 SUV라면 컴패스는 3000만원대 중반 도시형 콤팩트 SUV를 표방한다. 체구만 다를 뿐 디자인 면에서는 얼핏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하다.

지프 컴패스는 지프 전통의 7개 슬롯 그릴과 세련되게 뻗은 전면 후드, 사각형 헤드램프 모두 체로키의 터프함을 이어받았다. 박스 타입의 후면은 중후함을 느끼게 하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넓어지는 사다리꼴 형상으로 안정감을 높였다. 실내를 보면 지프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난다. 간결한 센터페시아 다이얼 방식의 조작장치는 2000년대 초반 디자인을 연상케 한다.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등 외부기기 호환은 중앙 디스플레이 터치와 좌우 버튼을 이용하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참을 들여다보고 공부해야 기능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시트 조작도 전후 조정을 빼면 수동으로 해야 한다. 창문을 열려고 해도 한참을 누르고 있어야 하는 반자동 구조이고 도어랩핑은 복고풍으로 누르는 방식을 채택했다. 심지어 운전석 암레스트가 뒷좌석에 타고 내릴 때 걸림돌로 작용한다. 성능 면에서는 무단변속기 대신 6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했고 직렬 4기통 2.4리터 VVT로 최대 출력 172마력, 최대 토크 22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국내에는 가솔린 차량만 판매하는데 운전하는 느낌은 디젤차 같다. 순발력도 부족하고 속도를 내기까지 상당한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다만 풀타임 4륜구동을 적용해 급격한 오르막이나 내리막 급회전 또는 눈길, 빗길에서 안정적인 운행을 도와준다. 평상시에는 사이드브레이크 뒤에 록 버튼으로 2륜구동 주행이 가능해 주행환경과 노면상황에 따른 주행 선택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