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넨도 디자인 이야기>사토 오오키·가와카미 노리코 지음, 정영희 옮김, 미디어샘 펴냄.

음식은 맛있으면 되고, 자동차는 달리기만 잘하면 되는 시절은 갔다. 한국에서도 10여 년이 넘은, 오래전 일이 됐다. 요즘은 모든 기업이 디자인에 신경 쓴다. 하지만 경영자들은 내심 불만이다. 외주로 맡긴 새 제품 디자인이 고차원적인 건 알겠는데, 왜 매출로 연결되지 않는지 못마땅하다. 그렇다고 디자인에 개입하기엔 눈치가 보인다. 사장이 감각이 없다는 둥, 디자인을 경시하고 매출만 강조한다는 둥 사내에서부터 뒷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경영자에겐 고맙게도, ‘좋은 디자인이란 판매를 올려주는 디자인’이라고 먼저 강조하고, 직접 증명해 보이는 디자인 회사가 있다. 세계 유명 기업들이 디자인을 의뢰하려고 1년 넘게 기다리기를 마다하지 않는다는 일본의 ‘넨도’사다.

이 책은 매년 250개 이상의 기업 디자인을 맡아 매출을 끌어올린 넨도의 창업자 사토 오오키의 디자인 발상법과 회사 경영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의 아이디어 발상법은 10가지로 압축된다. 사토 오오키는 말한다. “모두가 큰 소리로 말할 때 하나만 작은 소리로 말하면 그 소리가 궁금해 사람들은 귀 기울인다.” 2011년 11월 그는 롯데 껌 ‘아쿠오’의 패키지에 로고를 숨긴 채 제품명만 심플하게 표시했다. CF모델은 이 껌의 시원한 민트향과 어울리는 한류스타 장근석이었다. 이 전략은 일본의 20, 30대에게 적중했고, 최고의 주간 매출을 기록했다.

사토 오오키는 사물의 휴식 시간을 생각한다. 항상 놀고 있는 피트니스센터 한쪽 벽면을 활용하기로 하고, 실내 암벽장으로 디자인했다. 암벽장은 사용하지 않을 때도 효용성을 갖도록 손잡이를 액자나 탁자, 거울, 새장 등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 모양으로 만들었다. 보기에도 예쁜 암벽장은 설치되자마자 유명해져 국내외 언론의 취재 요청이 쇄도했고, 덩달아 피트니스센터 매출도 급증했다.

사토 오오키에 따르면 아이디어는 얻으려고 애쓸수록 도망간다. 오히려 주변을 멍하니 바라보면 더 넓은 세계가 보이기도 한다. 이런 자세를 통해 '일상의 미세한 차이'(일명 '위화감')를 감지하게 되는데, 이를 적극적으로 디자인에 이용하면  무언가 다른 체험을 하게 만들 수 있다.

‘스타벅스 에스프레소 여행’ 프로젝트는 스타벅스 콘셉트 매장을 디자인한 성공 사례다. 그는 서점과 커피숍을 접목했다. 손님은 서가에 꽂힌 9가지 색의 책 중 한 권과 커피를 바꿀 수 있다. 책 커버를 오리면 텀블러로도 사용 가능하다. 사람들은 이 독특한 체험을 하기 위해 3시간씩 줄서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3주간 이 매장엔 무려 2만 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이후 일본 전체 스타벅스 매출을 10% 끌어올렸다.

이 책은 넨도식 경영법도 소개한다. 그중 넨도 디자인의 핵심이라고 할 만한 경영법은 두 가지다. 그 첫 번째가 ‘70점짜리’ 아이디어를 많이 만들라는 것이다. 디자이너들이 대박을 터뜨려줄 100점짜리 아이디어에 집착하지 말고, 70점 이상 아이디어를 꾸준히 뽑아내 클라이언트와 함께 100%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3배속으로 일하라는 것이다. 디자인도 스피드라는 생각에서다. 디자인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오래 생각한다고 해서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디자이너가 아이디어를 빨리 낸 다음 제품을 제작하는 기술자가 오래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길이라는 생각이다. 이는 넨도가 1년에 250건 이상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비결이다.

책은 재밌다. 책 속 디자인들을 보면 넘치는 재치에 미소 짓게 된다. 그러고는 그 제품을 갖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된다. 그것이 넨도 디자인의 힘이다.

*책 속 한 구절= “기업이나 상품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 같은 기업의 다른 상품 매출을 올리는 일, 회사 내부의 의식개혁이나 업계 전체를 활성화하는 일이 디자인의 목적이다.” <이코노믹리뷰 편집인.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