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현 전 두산그룹 회장이 서울대 이사장에 선임됐다.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이미 중앙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대학가에 미치는 두산가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대 이사회는 28일 서울 관악구 캠퍼스 내 호암교수회관에서 회의를 열어 신임 이사장에 박 전 회장을 선임했다.

물론 박 전 회장이 본교 의대 출신이기는 하지만 이후 재계에 몸담아왔던 데다 재벌가 사람이라는 점에서 서울대 교수들이 반발할 가능성도 일부 점쳐진다. 그러나 박 전 회장의 이사장 선임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 정관에 따르면 이사장은 재적이사 15명 중 3분의2 출석과 출석이사 과반 찬성으로 호선을 통해 정한다. 박 이사장은 서울대가 법인으로 전환된 2011년 말 초대 이사로 선임됐으며 지난해 12월 연임됐다. 정관에 따르면 이사장 임기는 따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사 임기가 2년이기 때문에 박 이사장은 앞으로 1년 6개월간 이사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서울대 이사장은 총장 선임은 물론 예·결산 등 학내 주요 살림을 책임지는 서울대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수장으로 법인화 이후 총장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 중앙대 이사장으로 있는 형 박용성 회장에 이어 형제가 국내 유수 대학의 이사장을 맡게 된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찌감치 재벌 이사장이 들어선 중앙대와 마찬가지로 서울대도 향후 자본의 영향력 아래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중앙대는 박 회장이 이사장을 맡은 2008년 이후 18개 단과대학을 10개로, 77개 학과를 46개로 줄이는 구조조정안을 확정 발표하며 ‘돈 안 되는’ 학과를 정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