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던 뉴욕증시에 아마존의 어닝쇼크가 찬물을 끼얹었다. 하지만 불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지정학적 불안과 함께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양적완화축소) 종료를 앞두고 있어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도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Fed의 향후 통화정책에 더욱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으며 이미 ‘예상보다 빠른 금리인상’은 시장에 점차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의 실적은 말 그대로 '어닝쇼크'였다. 이날 아마존의 주가는 9.65% 폭락했으며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동반 하락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이뿐만 아니라 비자 또한 실적이 부진하게 나타나 지수하락을 부추겼다.

그동안 지정학적 위험에도 불구하고 뉴욕증시의 상승을 이끈 원동력은 다름 아닌 미국 경기지표와 기업들의 실적이다. 또한 미국의 경기지표와 기업들의 실적을 뒷받침하는 배경의 주체는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Fed의 정책이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때문에 테이퍼링은 지속적으로 증시를 괴롭히는 요소로 작용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식과 함께 위험자산으로 꼽히는 정크본드(고위험 고수익채권)에서 위험징조가 감지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자료를 인용, 지난 23일까지 한 주 동안 정크본드에 투자하는 뮤추얼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서 23억8000만달러(약 2조4400억원)가 유출됐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정크본드란 고위험으로 분리된 채권이다. 그 동안 정크본드는 Fed를 비롯한 각 국의 양적완화에 힘입어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고수익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이스라엘 가자지구 공습 등 글로벌 지정학적 불안이 투자를 머뭇거리게 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테이퍼링에 대한 불안감도 한 몫 했다.

즉, 증시와 정크본드 등 위험자산 선호의 배경은 근본적으로 저금리를 기반으로 한 유동성에 있다. 전문가들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지만 분명 Fed의 유동성 정책이 긍정적 결과를 낳았다는 것에 대해 부인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이러한 ‘저금리 기반의 유동성’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이은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 금리가 높아지면 Fed에 예금돼 있던 초과지급준비금이 실물경제로 풀린다”며 “이는 Fed가 의도했던 바와는 다르게 유동성이 더 늘어나게 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Fed는 금리인상 전에 초과지준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초과지급준비금이란 은행들이 의무적으로 보유해야하는 지급준비금을 넘어서는 돈을 말한다. 이를 미국 은행들이 Fed에 맡길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지급받을 수 있다. 때문에 은행들은 부도 위험이 없는 안전한 거래를 할 수 있으며 Fed는 이를 통해 유동성을 관리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준이 달러를 프린트에서 복사하듯 찍어냈지만 인플레이션은커녕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초과지준에 몰려있는 자금들이 시중으로 나와 단기자금시장에 대출을 함으로써 Fed의 예상보다 시중에 더 많은 돈이 풀리게 된다. 따라서 Fed는 초과지준금 규모를 선제적으로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

이미 옐런 Fed 의장은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공표했다. 이뿐만 아니라 Fed는 1일물 역 RP조작을 통한 초과지준금 규모 축소, 만기도래 채권 매입 등을 통해 ‘점진적 금리인상’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역으로 ‘점진적 유동성 축소’는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이 연구원은 “역 RP방식 등은 미국의 단기금리 수준을 조절하는데 효과적”이라며 “경기상황과 금리인상 시기에 대한 시각 차이가 좁혀져 가는 과정에서 금융불안이 야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출구전략 시행이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를 꺾는 신호탄은 되지 않을 것”이라 평가했다.